한국 주류사회에 굴복하고 순순히 따르기 싫어서 10대에 유학나왔고 그대로 취직한 뒤로도 몇몇 나라 전전하면서 이직 기회 있을때마다 이동하고 있음
그래봤자 한국 제외 3개국에서밖에 살아보고 일해본 적 없긴함
근데 진짜 나라 바뀌더라도 거기서 만나게 된 한인 이민자들이랑 얘기하면서 느끼는게, 애초에 한국 주류사회 감성, 사고방식, 가치관, 거리감, 존중 영역과 척도를 받아들일 수 없고 타협할 수 없어서 나온 사람들 있잖음?
내가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모국에서도 주류 타협이나 합류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기가 편승하게 된 다른 국가, 문화, 사회에서는 이방인이라 생긴 거리감이 오히려 편하고 좋다고 느끼는 것 같음 ㅇㅇ
어느 나라에 가든 내가 타자이기 때문에 그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리감이 있고 상호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는) 그 부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라는 이방인의 타자성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거의 영원히 이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성이 되게 편안함
아하 너는 그렇구나라기 보다는 너네 나라/문화에서는 그렇구나 같은 느낌으로 ㅋㅋ 굳이 설명할 필요도 변명할 필요도 없이 다름은 그냥 다름임을...? 사실 우리 나라는 안그런데도 상대가 알아서 존중(스루에 가까운거같은) 해줘서 터치하지 않는 지점?
근데 쓰다 보니까 떠오른게 한국에서도 다들 서로에 대해서 타인끼리는 아 너는 그렇구나 하고 스루하는 게 디폴트였으면 되게 좋았을거같긴 함
물론 난 오히려 한국에 살 때도 고독했고 본질적으로는 늘 고독한 게 삶이라고 생각함ㅋㅋ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고 타인한테 의지하거나 의존하지도 않아서...... 이민자 중에서도 나는 그들에게 근본적으로 녹아들 수 없다는 어떤 심리적 벽을 느끼는 사람들이나 인생의 가치가 의미를 둔 타자와의 궁극적인... 관계 자체에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어디서든 그곳의 주류(메이저리티)가 되고싶은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면 또 다를거고...
나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가족이랑 사이 좋았는데도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하다못해 초, 중, 고때까지는 쌍수를 안한다는 걸로 온 가족 친척 친구한테 들볶인 것부터 시작해서 진학 문제 전공 진로 문제 직업 선택 문제 뭐 끝도 한도 없이...)에 있어서 끝없이 침범하려 드는 걸 점점 더 냉소적으로, 적대적으로 받아들이게 됐음. 그 사람이 나쁘거나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상황의 특정한 언행이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바꿔놓을 만큼 작게 쌓여나가면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싫다고 느낄 만한 일이 반복되는데, 그 이유가 문화 전반에서 공유하는 관계에서 허용된 범위에 대한 합의 때문이라고 느꼈음.
내가 한국인으로 한국에 살면 관계를 맺은(자의로든 타의로든)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자아를 끝도 없이 휘두르려 든다고 해야하나? 나를 제어하고 나를 움직이고 내 의견을 건드리려고 드는 시도...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한국을 떠난 목적이기도 했었음ㅋㅋ 그래서 그런지 가끔 그리움을 느껴서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개중 좋아했던 한국적인 것들을 체리 피킹처럼 즐기기만 하다가 사람들 만나면서 (다 나쁘고 싫을 리 없고 당연히 좋은 부분들 있음에도) 음 숨막혔던 이유는 안 변하고 그대로였군 하면서 홀가분하게 돌아오게 되는듯.
뭐 한국적 관계나 가치관의 특징에 대해서 좋고 싫고를 떠나서 받아들일 수 없거나 받아들이기 싫은 부분이 매우 컸고 그게 자아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면 그 사회 밖에서 타자로(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게 의외로 편안하고 잘 맞는다는 그런 느낌... 아 제목의 잘산다는 심리적으로 잘 적응해서 편하게 산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