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거예요 아버지 어머니 사진 왜 저기 있어요 어제까지 멀쩡하시던 분이 왜 말씀을 좀 해보세요 아버지 도대체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온 거냐
뭐라고요? 왜 저한테 연락 안 하셨어요? 지금 이런 상황을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여기서 알아야 되는 건데요 도대체 그동안 어머니에 대해서 숨기고 말하지 못한 게 뭐냐고요 예?
3개월 전에 알았을 땐 이미 암 말기였다 다행히 항암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수술계획까지 세웠는데 확률은 높지 않지마는 네 엄마도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했어
그걸 그걸 그동안 아들인 저한테 한 마디도 안하셨던 거예요? 적어도 적어도 이 지경이 되기 전에는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어떻게 어머니한테 마지막 인사도 못 한 자식을 만드실 수가 있어요
너희 엄마가 원한 일이다 너 때문에 니가 니가 불쌍해서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보시다시피 많이요
술 싫어하잖아요 한 모금도 입에 안 대던 사람이 대체 어쩌려고 이래요?
그걸 모르겠어서 이러고 있는 건데 뭘 어떻게 할까요?
앵커님 단단한 분이잖아요 지금껏 잘 이겨냈으니까 앞으로도
하진 씨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요 날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네요
적어도 이런 건 앵커님 답지 않다는 건 알아요
내 존재 자체가 어머니 인생에 짐이고 족쇄였어요 평생을 한순간도 자신을 위해서 사신 적이 없었는데 마지막까지도 본인 가여워할 겨를도 없이 나만 걱정하다가 돌아가셨어요 나같은 놈이 아들이라서
어머님은 앵커님 사랑해서 그런 거잖아요
사랑이라는 말 그렇게 쉽게 하지 마요
쉽게 얘기한 거 아니에요 앵커님만 힘든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잃고 나면 그 기억 때문에 슬픈
당신은 아니잖아 당신은 다 잊었잖아 다 잊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잖아 당신은 그러니까 다 아는 척 얘기하지 마
그래도 여기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나무들이 많아서 다행이네요 어머니한테 물어보고싶은 게 너무 많은데 이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어서 그래도 하나만 물어보려고요
정말로 행복했던 거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