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보고 싶어서요 원하는대로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이곳에 꼼짝없이 갇혀있다는 거 이제 저자가 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다는 거 또 다시 저자에게 누군가를 잃게 되는 일 결코 없을 거라는 거
그럼요 제대로 가르쳐줘야죠 리딩 때 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하진 씨가 너무 앵커 같아서
오 어떡해 나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런데 혹시 하진 씨가 저랑 만나는 게 캐스팅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니죠? 괜히 염려가 돼서 앵커 남자친구 덕분에 배역 따냈다고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서
아이 무슨 말도 안 되죠 무슨 캐스팅을 그렇게 해요 연기는 하진 씨가 하는 건데
그렇죠? 제가 뻔한 걸 물어봤네요 그런 바보 같은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죠
아 그럼요 그런 저질들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돼 그렇죠 감독님
좀 괜찮아요? 그러게 무슨 술을 그렇게
아까 다 들었지 아까 다 들었잖아 감독님이랑 나랑 둘이 얘기하는 거
다는 아니고 어느 정도는 들었는데 그런데 왜 갑자기 왜 말을 놓고
말 놓을 때도 됐잖아 뭐 언제까지 앵커님 앵커님 해야 돼
지금 술주정하는 거예요?
꼬우면 너도 말 놓던가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저급해 보여? 그렇게 별로야? 감독님이랑 같은 생각이냐고
감독님은 무슨 순 양아치 같은 새끼 작가 앞에선 꼼짝도 못 하면서 뒤에선 배우 협박이나 하고 그런 놈을 왜 신경 써 그 드라마 꼭 하고 싶다며 그럼 해야지 너 원래 그런 스타일 아니야?
앵커가 막 그렇게 욕해도 돼?
왜 안돼 나 원래 욕 되게 잘해
아 안 되겠다 포기
드라마 포기한다고?
아이 드라마는 할 거예요 열 받아서라도 해야겠어 드라마 말고 반말하는 거 포기하겠다고요 나 안 할테니까 앵커님도 하지 마요 뭔가 되게 설레서 안 되겠어 그리고 나 원망하지 말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앵커님 때문이니까
왜요?
이러면 안 돼요 우리
왜 안되는데요?
후회 할 테니까
후회 안 해요 나는
후회할 거예요 어쩌면 나보다 하진 씨가 더
앵커님 다시 만나면 어떤 표정으로 무슨 얘기를 해야 될지 막막했는데 혹시 알고 있었어요? 제가 기억에 문제 있었다는 거 그래서 유선생님한테 상담받았다는 거 알고 있던 거예요?
네
그래서 나한테 잘해준 거였어요? 내가 불쌍해 보여서?
아니요
날 동정했던 거 맞잖아요
동정한 적 없어요 내가 누굴 동정할 입장이 아니에요 하진 씨가 동정받을 상황도 아니고
참 어렵네요 앵커님은 항상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진실이 아닌 것 같고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도 아무 이야기도 못 들은 것 같고 그래서 답답하다가도 또 너무 알고 싶고 참 어려워요 앵커님이
실은 제가 앵커님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제 마음을 안 받아줘요 사람 헷갈리게 해놓고 자꾸 절 밀어내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아요 선생님 덕분에요
그게 무슨
선생님이 저한테 얘기해준 적 있잖아요 가장 친구가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고
선생님 표정 보니까 확실히 맞네요 그런 것 같았어요 앵커님이 자주 그랬거든요 자긴 기억력이 너무 좋다고
그게
선생님한테 상담받는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때 그 친구분 이야기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저한텐 특별한 이야기라 더 그랬나 봐요 이제야 수수께끼가 좀 풀린 것 같아요
노력하고 있어 나도 하진 씨가 다치는 거 원치 않아 걱정하지 마
일할 때 항상 사용하는 볼펜이 있다
제일 짜증 나게 하는 사람 김철웅 팀장 한 대 확 때릴까 고민하는 게 보임
어떻게 하냐고 묻는걸 제일 싫어한다
점심 먹은 뒤에는 꼭 아메리카노
뉴스가 끝나면 혼자 마지막까지 대기실에 남아있다 혼자 있을 땐 너무 쓸쓸해 보임
오해 안 해요 화도 안 났고요 난 그런 이런 상황이 좀 불편해요 내 병 때문에 하진 씨가 내 눈치 보고 일부러 더 신경 쓰는 거 내 병 오래 된거고 나한텐 익숙한 일이에요 그러니까 억지로 애쓸 필요 없어요
애쓴 거 아니에요 솔직히 앵커님 병 알았을 때 이젠 좀 앵커님에 대해 알게 됐구나 했었는데 아니에요 더 어려워졌어요 공부도 하고 맨날 생각도 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모든 기억을 다 끌어안고 사는 게 어떤 심정일지 한 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안됐기도하고 미안해요 기분 나쁘면 앞으로 메모 안 할게요 근데 진짜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앵커님이 아니라 절 위한 거니까 다른 건 몰라도 저 앵커님에 대한 건 다 기억하고 싶거든요 아무것도 잊고 싶지 않아요
레전드 5화랑 6화를 대사를 받아 적으면서 하진이가 발랄하고 솔직할뿐 만 아니라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모르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위로해줄 줄 알고 마음이 따뜻한 캐릭터라는걸 또 한 번 느꼈어
특히 수첩 찾고 대기실에서 하는 대화를 적으면서 저 때 정훈이 마음 속에 하진이가 밤벚꽃만큼이나 깊숙하게 들어온거 같다고 느꼈어 그냥 잠깐 스쳐지나가는 상대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