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으로 비범한 능력이 아닌 기억장애로 분류된다는 과잉기억증후군.
첫 번째 인터뷰에는 H군과 동갑인 Y군도 함께 했다.
Y군에게도 똑같이 특정일에 대한 기억을 물었을 때, Y군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H군은 그 날의 신문 기사 내용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인터뷰한 H군처럼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게 좋은 일일까? 소중한 걸 하나도 잊지 않는 것 그건 좋은 일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11살인 H군이 해줬다.
“엄마는 제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즐거운 기억들,
소중한 기억들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다고
근데 전.. 엄마가 틀린 것 같아요.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현재 H군은 자신이 앓고 있는 과잉기억증후군의 도움을 받아 모 방송사의 유명 앵커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뉴스를 메인 뉴스보다 화제성 있는 자리에 올려뒀고, H군은 앵커로서 그 누구보다
공신력 있는 언론인으로 자랐다. 과잉기억증후군은 기억 장애인만큼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또한, H군은 톱스타와 공개 연애를 하며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통 사람들처럼, 보통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11살의 H군이 말했듯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좋은 기억만 있을 순 없다.
나쁜 기억을 지니고 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기에, 망각과 기억 사이를 걷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흔히들 망각을 ‘신의 선물’이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H군은 나쁜 기억까지 모조리 끌어안은 채로 살고 있다.
그가 보통 사람이 될 수 없는 이유다.
H군의 연인이 J양은 8년 전인 2012년 겨울, 살해당했다. 스토킹 범죄로 인한 죽음으로 알려졌다.
J양은 발레를 전공하던 대학생으로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됐다.
J양의 스토커는 J양을 납치 감금한 뒤, 그를 옥상에서 밀어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 현장에 H군이 있었다.
H군은 자신의 첫사랑인 J양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고 이후, 지금도 H군은 J양과의 첫 만나부터 죽음까지 모든 순간을 비디오테이프처럼 돌려 보고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을 제대로 제어할 수도 없다.
평생 나쁜 기억을 잊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H군은 찰나의 기억 속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 최대한 보이는 대로 써보려고 했고, 중간중간 안보이는 부분은 내가 끼워맞춰서 적은곳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