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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남들과 다르다는 건, 결국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뷰북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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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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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겪어보지 않으면 그 아픔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특히 정훈이 가지고 있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병은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는 그 고통이 퍽 와닿지 않는 병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망각이라는 축복을 너무나도 당연히 타고난 보통의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억하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경험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일상의 삶을 살아내다가도, 아주 작은 것에 순식간에 다시 그 괴로운 순간으로 돌아가는 그런 경험은.

아무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말도 안되는 일로 잃은 이들에게, 혹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마음을 난도질 당한 이들에게.

'언제까지 그럴 거야? 그만할 때도 됐잖아.'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게 되는 것처럼.


그렇기에 드라마를 본 이들 중 누군가가

저게 무슨 병이냐며,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며 정훈이 병을 쉽게 이야기하고,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그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을 겪어보지 못한 그들에게 이정훈의 병은 '비범한' 능력처럼 보이기 쉬웠을 테니.


그리고 이정훈의 삶은,

아마도 그런 이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삶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에게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병을 몰랐겠지만, 때로는 그래서 더 아픈 순간들의 연속이었을-.


때로는 어린 시절, 정훈의 친구들처럼 '이상하다, 외계인 같다'는 말들에.

그리고 또 때로는, 그저 시험을 앞둔 아이들이 '한 번만 봐도 안 까먹으면 좋을 텐데' 하는 푸념에.

그렇게 정훈은 매 순간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그런 정훈에게 유일한 위로는,

정훈의 '다름'을 '특별하다'고 말해주던, 항상 정훈에게 행복한 기억만을 주었던 어머니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은

그래서 정훈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으리라.


선명한 그의 기억만큼이나, 자신을 사랑했던 어머니의 사랑은 의심할 여지 없이 커다란 것이었으나,

결국 그래서 어머니가 그런 선택을 한 것임을 알아서.

결국 어머니도, 정훈의 병이 축복일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의미임을 알아서.

그래서 정훈은 그렇게 아이처럼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어머니를 잃은 정훈은 새파란 어둠 속에 갇혀 울고 있었다. 

빛이라고는 어머니의 관에 비치는 것 뿐이었던 공간에서.


그리고 그 순간 정훈에게 서연의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안아주었던 어머니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장례식장'이라는 같은 환경,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같은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정훈이 그 순간.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정훈의 병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훈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서연의 장례식장에서의 정훈은, 비록 슬픔에 잠식되어 있었으나. 곁에서 안아주는 어머니와 함께 따뜻한 빛 속에 있었으므로.

결국은 어머니가 말했던 '괜찮아', '괜찮아 질거야'라는 그 말을 누구보다 믿고 싶었던 사람 역시 정훈이였을 것이기에.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자기 혐오와 싸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하필 비슷한 고통을 겪었을 때의,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해준 어머니의 그 기억을 스스로 떠올렸던 것이 아닐까?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자식에게 아프다 말 한마디 못한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에,

밀려드는 어머니와의 기억들을 털어내 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길 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질 만큼 그렇게 고통스러웠지만.


결국은 그것마저도,

다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아니 미워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다 털어내 버리고 싶을 만큼 괴로운 와중에도, 결국 쏟아지는 어머니와의 추억은 정훈에게 행복이었을테니.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했던 자신이 싫어질 만큼.


그렇기에,

어머니가 잠든 곳을 헤매며,

행복하긴 했던 거냐는 의문을 던지며,

그렇게 정훈은 쉴 새 없이 자신과 싸웠던 것이 아닐까?


결국 남들과 다르다는 건,

결국 자신의 다름이 불행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이 틀린 사람이 아님을 끝없이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그리고 그런 정훈에게 너는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답해주듯,


깜깜한 어둠 속 장례식장에서 울던 정훈의 곁에는 어머니의 관에 밝은 빛이 들었으며 

한 발짝 밖에는 따뜻한 노란 빛이 가득한 공간에 서 있는 하진이 있었으며,

쉴 새 없는 의문으로 길을 헤매다 무너진 정훈의 앞에는 그를 찾아 온 하진이 있었다.




ps)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카테에서 장례식장에서 정훈이는 저 기억을 떠올린 걸까, 떠오른 걸까. 라는 글을 지나치듯 봤어.

떠오르다, 떠올리다.

처음에는 무슨 차이지,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조금씩 들던 생각을 그냥 끄적거려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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