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나는 추팔하다가 이 새벽에 갑자기 글을 썼는가...
왜 또 글은 이렇게 길어졌는가...🤦♀️🤦♀️
(글이 매끄럽지 않아서 자꾸 손을 대게 되네ㅋㅋㅠㅠ)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나의 첫사랑’으로 인해
한 사람은 8년을 시시때때로 자신을 죽음의 순간으로 데려가는 기억에 사로잡혀 고통받았고
또 한사람은 그 기억이 너무 아파서 잊었지만 주인을 찾을 수 없는 감정은 그대로 남아 8년을 불안 속에 살았어.
그리고 두 사람이 떠나보낸 첫사랑은 한 사람이였고 말이지.
둘은 조금 다른 이유로, 그러나 둘 모두 자신의 몫이 아닌 죄책감으로 서연을 지키지 못한 것에 괴로워하며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연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기억이 있는 남자도, 기억이 없는 여자도. 모두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남자와
살기 위해 잊어야만 했던 여자가
서로 알지 못했지만 서로의 기억 속에는 서로가 있었어.
술 한 잔 마시는 것에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워할만큼, 과잉기억증후군을 끔찍한 병으로 여겨 온 남자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여자를 찾았고, 그 덕분에 여자에게 말해줄 수 있었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그것은 여자에게도 구원이었겠지만, 남자에게도 구원이었을거야.
그는 늘 병을 가진 자신의 존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왔을 테니까.
차라리 모든 걸 잊어야 했을 만큼 아팠던 여자는,
의사가 잠시 말해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남자를 기억 속에 담고 있었어.
여자는 자신처럼 기억으로 아파하는 이에게 묘한 동질감과 위안을 받았을 테니까.
남자를 자신의 기억 속에서 찾은 여자는 솔직하게 얘기했어.
이해한 줄 알았는데 하나도 모르겠다고.
자신의 병을 알면서도, 함부로 이해하는 척 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 상대. 이전과 같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
남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을 거야.
정작 본인도 똑같이, 아주 당연한 일을 얘기하는 양 아무렇지 않게 여자의 불안을 위로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말이지.
그렇게 둘은,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상대의 존재로 위로 받았고,
또 아주 당연하지만, 듣지 못했던 위로를 서로에게 전했어.
나는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참 거울과도 같은 관계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상반된 듯 보이지만 같은 상처를 가진, 같은 상처를 가졌지만 또 서로를 다 이해하기엔 너무나 상반된 두 사람.
같은 사람을 잃고 괴로워한다는 것도, 그 아픔이 기억에서 온 것이라는 것도. 상대에게 태연하게 위로를 건네는 것마저도
참 비슷한 두 사람인데,
결국 한 사람은 아무것도 잊을 수가 없어서.
다른 한 사람은 잊었기 때문에 아프다는 점에서는 정 반대거든.
마치 거울 속에 나와 똑같이 생긴 이가 있지만, 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리고 반대로 움직이지만 같은 곳으로 향하는 것처럼. 그러나 결국 서로 닿지 못하는 것처럼.
정훈과 하진의 관계가 꼭 거울같단 생각이 들었어.
드라마 내에서 거울을 이용한 연출이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생각(?)도 들어.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결국 거울은 깨졌고
사랑한다는 마음이 같음에도,
남자는 여자를 붙잡고 싶었고, 여자는 남자를 떠났어.
그건 괴롭지만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어. 두 사람이 진정으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거울은 깨져야만 했으니까.
이별한 이후의 시간에서 둘은 거울 속에 비치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또 주변을 살피느라
정작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진짜 내면의 상처와 마주했을 것이고, 깨진 거울의 잔해를 딛고 스스로 걸어 나올 만큼 성숙해졌겠지.
그리고 다시 만난 그들은 이제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갈 거야.
갈림길 앞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 사랑하는 서로가 서 있었으므로.
때로는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매 순간 마주 잡은 두 손의 온기를 느끼며, 결국 앞으로 나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여자는 스스로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이 되기로 결정했고,
남자는 그 모든 기억을 자신의 안에 나이테처럼 새긴 채 영원히 기억하게 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아픈 기억을 남겨둔 채로도, 다가올 또 다른 행복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제 더 이상 기억에 끌려 다니지 않을 방법을 찾았으니까.
그게 그 남자의 기억법이자, 곧 그 여자의 기억법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줄곧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이야.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은 앵커인 정훈이 건네는 말이기도 하지만,
하진이 앵커배역을 맡아서 하게 되는 말이기도 하거든.
기억으로 인해 아팠던 두 사람 모두의 입을 빌려 말한 것에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마치 정훈과 하진이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하진의 대본 속 주인공들과 거울처럼 똑 닮은 일을 겪으며 재회한 것처럼.
정훈과 하진의 이야기를 지켜 본,
그들과 거울처럼 닮은 우리도 두 사람처럼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는, 그런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정훈과 하진처럼,
때로는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때문에 괴롭고,
때로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데 자꾸 잊혀지는 기억 때문에 괴로운,
정훈과 하진을 거울처럼 닮은 당신에게 건네는 안부인사.
정훈과 하진이 그랬듯,
어제를 애써 지우려고도 혹은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고,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할 정훈과 하진처럼
당신을 기다리는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아주 평범하고, 그래서 행복한
‘안녕한’ 나날이 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서.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듣는 그 사소한 인사말을 건넨 것만 같아.
어쩌면, 너무나 사소해서 더 다정한 응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