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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리뷰] <나의 첫사랑>으로 엮어 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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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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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람의 마음을 굉장히 흔들어놓잖아요. 그래서 괴롭고-.

그 중에서 제일 괴로운 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가장 슬픈 기억이 된다는 거고요.

그래서 어떤 날에는 잊고 싶고, 또 어떤 날에는 절대 잊고 싶지 않고...

애영이도, 그 순간을 잊게 되면 가장 빛나는 날들을 잃게 되니까 계속 갈등을 하거든요.


그래서 애영이는 결국...



너무나 괴롭지만, 또 너무나 빛나는 그 시간들을 잃을 수도 없어 수없이 갈등하던 영화 속 애영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여하진'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https://gfycat.com/PointlessDisguisedAsianwaterbuffalo

https://gfycat.com/ShamelessCreamyAardvark


화면 속 <나의 첫사랑>은 영화 속 애영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그 영화를 보는 정훈을 함께 보여준다.

마치 액자식 소설을 영상으로 구현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처음의 애영은 사진을 바라보며 이미 곁에 없는 첫사랑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우리가 보는 화면에는 사진을 내리고 앞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애영, 그리고 그 앞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정훈의 뒷모습이 나타난다.

마치 영화 속 애영이 정훈에게 이야기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때문에 나에게  <나의 첫사랑>이라는 영화는 서연의 기억으로 괴로웠던 하진의 어제를 담은 이야기이며, 

이 드라마는 하진과 그런 하진의 아픔을 알고 있는 정훈의 내일까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 잠을 좀 자고 싶어요.


8년 전, 서연을 구하려다 발레를 잃어야 했던 하진은 서연을 사랑했으나 서연을 원망하는 시기가 있었다.

저를 찾아온 서연에게 괜찮다고 한마디 건넬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그러므로 어쩌면 그것은, 차라리 서연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온전히 서연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에 더 가까웠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성호에 건넸던 연습실 열쇠는,

다시 오롯이 서연을 아끼기만 하던 가장 친한 친구 여하진으로 돌아가기 위한 유예였을 것이다.

하진이 발레를 떠나보내고 다시 서연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때까지 서연의 곁에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아주 사소한 바람 말이다.


비록 그것이 참혹한 결과로 되돌아왔다하여도.

거기에 하진이 책임져야 할 몫은 없었다.


그러나 하진에게는 그렇지 않았으리라.

하진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그에게 열쇠를 주었고, 그 열쇠가 서연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므로.


만약 내가 좀 더 일찍 서연에게 웃어주었다면, 화해를 했더라면, 그 남자를 믿지 않았다면, 아니 열쇠를 주지 않았다면, 아니 누구에게 확인이라도 한 번 해봤다면......

수없이 많은, 그러나 이제는 소용없는 가정들이 하진의 머릿속을 끝없이 괴롭혔을 것이다.

서연과의 행복한 시간들은 이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하진의 목 앞에 드리워졌을 것이며,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 싶다가도 그것을 잊고 싶어한 자신을 혐오하고, 그 모든 굴레의 끝에도 여전히 서연은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다 또 숨이 조여오는 일의 반복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질 만큼-.

아니, 어쩌면 하진은 정말로 그냥 숨을 쉬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하진은 태은에게 부탁한다.


https://gfycat.com/DeafeningIdenticalDeviltasmanian

 

"잠을 좀 자고 싶어요."



#. 염치없지만, 이제는 내가 널 잊고 살아도 될까?


'나의 첫사랑'이 하진의 과거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할 때,

결국 22살의 하진은 마치 첫사랑 아니 그 이상의. 영혼의 반쪽같았을 서연을 잊는 것을 선택한 것이며,

영화 속 애영 역시 괴롭지만 너무나 행복했기에 더 슬픈 그 기억을 잊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너무 힘들었어. 숨이 막혔어. 너 없이 나 혼자서 견뎌야 하는 시간들이 너무 무서웠어.

이제는 내가 널 잊어도 될까?

염치없지만, 이제는 내가 널 잊고 살아도 될까?"


22살의 하진이

서연이에게 죽음의 길을 열어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기에,

염치없게도, 서연을 기억하며 서연이 없는 시간을 견딜 자신이 없었기에,

살기 위해서 수면제에 기댄 기나긴 잠 속에서 서연을 잊어야 했던 것처럼.



#. 그럼 이상한 거잖아요.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서연을 잊고 8년이 지나 30살이 된 하진은 퍽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긴장이 된다며 매니저 몰래 커피에 술을 섞어 마시려 하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 인터뷰를 하러 가서도 해맑게 질문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연이어 터진 스캔들에도 아직 사귀는 것은 아니라며 하경에게 사실을 정정하는 하진은 해맑아 보이기까지하다.


실은, 제가 정상이 아니거든요. 머릿속이.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고, 전혀 모르는 것들이 순간 순간 떠올라요.

그럼 이상한 거잖아요.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밝고, 세상 그 누구보다 단순하고 속 편하게 사는 것 같던 하진은

여전히 때때로 숨 쉬는 것이 불편하다.


그 때는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어서 서연과의 기억을 지웠겠지만 

하진에게 있어 서연의 기억이 빠진 기억들은 늘 어딘가 삐걱대고, 언제라도 멈춰버릴 것만 같은 불안이었을 거다.

지난 8년 내내-.

본디 기억이란,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저희들끼리 서로 맞닿고, 이어지며 차곡차곡 쌓여 어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유기물과 같은 것이므로.


그러나 기억은 없어도 여전히 착해빠진 여하진이라는 인물은 그 불안을 홀로 삼켜내며,

자신의 기억에 대한 불신을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 것, 사진 속에 남는 것으로 견뎌온 셈이다.


https://gfycat.com/UnawarePastelDamselfly


기억은 잊었으나, 제대로 마주하고 소화되지 못한 감정은 여전히 무의식 어딘가에 남았다. 

세상 고민이라고는 하지 않으며 살 것처럼 솔직하고 밝고 단순한 30살의 여하진은 여전히 어딘가 망가진 상태 그대로였다.

스스로 좋아하는 상대에게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 말하고,

다시 별 일 아니라 웃어보이고도, 정작 별 일 아니라며 되돌아온 답에 당황했을 만큼.



#. 하진씨에게도 그렇게 말해주려고.


하진이 가진 죄책감에 얽힌 일까지 모두 알게 된 정훈은 어느 벤치 의자에 앉아 과거를 떠올린다.

과거의 정훈은 자신을 탓하는 서연에게 '네 탓이 아니라고, 사고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pFnxo.jpg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나의 첫사랑' 속 애영이 떠올랐다.

너를 잊고 살아도 되겠냐며 말한 뒤, 어느 벤치에 앉아서 사진을 손에 쥐고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모습이 말이다.

아무리 물어도, 사진을 아무리 보아도 애영은 들을 수 없었던 대답.

그리고 그 대답을 기다리는 애영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지켜보았던 정훈.


과거의 서연도 하진으로부터 대답을 들을 수 없었고, 지금의 하진도 서연으로부터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훈은 그 때의 서연에게 그렇지 않다 위로를 건넬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서연의 가장 간절한 바람을 기억한다.


"하나가 다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


그리고 화면상에서 과거의 정훈 앞으로 현재의 정훈이 나타난다.

영화관에서는 스크린 속 애영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하진의 괴로움과 자신의 괴로움을 감히 저울질할 수조차 없었던 그는,

마치 서연에게 대답하듯 말을 건넨다.

과거의 정훈이 서연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이지만, 더 많은 것을 알고서도 같은 결론에 다다른 그 말.


"하진씨한테도 그렇게 얘기해주려고. 하진씨 잘못 아니라고. 그건 사고였다고. 그래도 되지?"


https://gfycat.com/TotalKaleidoscopicDarklingbeetle


서연과 하진은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정훈은 하진과 꼭 닮은 시간을 보낸 애영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하진을 누구보다 아끼던 서연을 기억한다.


이는 태은이 '마지막 남은 사진'이라며 건넨 둘의 사진을, 자신은 꺼내어 보지 않으면서도 서랍에 넣어두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 속, '이제는 널 잊어도 될까?'라며 대답 없는 이에게 물음을 던졌던 애영이 결국은 사진을 손에 쥐고 어쩌지 못하고 있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정훈의 기억들은 하진에게 건넬 위로와 말들에 진심의 무게를 실어줄 것이었고, 그 무게는 하진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었다.




#. 하진씨가 죽을 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게 죄책감 때문이에요, 아니면 정훈이 때문이에요?


8년을 헝클어져 있던 하진의 기억은, 줄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다 시위하듯 하진의 일상에 불쑥불쑥 끼어들었다.

'하나야'라는 부름에 너무나 익숙하게 몸이 먼저 반응하면서도, 또 어떤 날의 밤은 뚜렷해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이 꿈속으로 날아들어 잠 못 이루면서.

오토바이 때문에 다친 하경을 보며 그 어떤 기시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서연과의 기억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때문에, 비록 기억이 되돌아온 결정적인 계기는 문성호의 등장이었을지 모르겠으나

하진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기억은 잊었으나 그 흔적들은 하진에게 나이테처럼 고스란히 남아 하진을 구성하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 기억의 회복은, 무의식 속의 하진 자신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전히 마음 속 한 켠에는 알게 되면 후회되는 기억들이 있을까, 지금이 행복한 만큼 불안 또한 컸으나

이제 하진의 곁에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을 사랑한다 말해주는 정훈이 있었고

그렇기에 더 겁이 났겠지만, 하진은 입버릇처럼 '나만 모르는 거 싫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잊고 산다 하여도 잊었다는 사실마저 잊기에는 하진의 삶에서 서연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그렇게 기억이 돌아오고,

30살의 하진은 여전히 서연의 죽음에 아파하고 섧게 울었으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나에게 이때의 하진의 울음은 그 때는 죄책감으로 미처 하지 못했던, 온전히 서연의 죽음에 대한 애도였으며 여태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로 느껴졌다.

이제 막 돌아온 기억속에서 서연의 죽음은 어제일처럼 생생했겠지만, 이제는 서연의 사진을 보며 그리고 교환일기장을 보며 옅게나마 웃을 수 있을만큼 하진은 단단해져 있었다.

적어도 정훈의 아직 잊지 못했다던 첫사랑이 정서연이며, 영이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전까지는.


스물둘에 미처 덜어내지 못했던 죄책감, 그리고 서른이 된 자신의 곁에 있는 스물둘의 자신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남자에 대한 부채감.

하진은 다시 한 번 발밑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겠지만, 이번에는 무너질 수조차 없었다.

그것마저 잊지 못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 같은 실수를 하고 또 평생 괴로워하게 될까봐, 그게 더 무섭더라구요.


정훈을 밀어내며, 모든 것을 알게 된 하진은 그렇게 과거와 같은 자기혐오로,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을 놓아버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스스로를 혹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했기에, 하경의 응원에 못 이긴 척 하진은 마음을 조금 열었다.

그 순간, 또 그때처럼 문성호로 인해 그를 잃을 뻔하고,

결국 하진은 용기를 낸다.


"같은 실수를 하고 또 평생 괴로워하게 될까봐, 그게 더 무섭더라구요."


서연을 구하다 발레를 잃고, 마음에 없는 말들로 서연을 할퀴려했으나 결국 자신이 더 아파서 어쩔 줄을 몰랐던 그 시절.

그렇게 어쩌지 못하는 감정들로 발을 동동 구르다 영영 서연을 잃어야 했던 경험이 있었던 탓이다.

조금 더 괴로워하다가,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지고 나면...하고 스스로에게 주었던 잠시의 유예로 인해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했기에.



#.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이었는데, 이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에요.


정훈의 병이 세상에 알려지고, 정훈과 하진, 그리고 서연의 이야기가 가십거리로 입에 오르내렸고,
그 어떤 것도 그들의 탓이 아니었으나, 그렇기에 어떤 것도 해명할 수조차 없었고, 그렇기에 더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으며,
하진은 예정된 작품을 촬영할 수 없게 되었고, 광고계약에도 위약금을 지불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견뎌보려 걸었던 정훈과의 통화에서는 그가 앵커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이 없다던 그가, 거창한 이유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기자가 되고 앵커가 되는 그의 꿈이었고, 그가 일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진은 밤새 고민한다.

지금의 정훈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지금의 자신이 정훈을 원망하지 않지만.
모두 스스로의 결정으로하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스물 둘의 하진 역시 스스로의 결정으로 서연을 구했던 것이기에.
그러나 삶의 일부와도 같았을 발레와 맞바꾸어야 하는 것인 줄은 알지 못했어서, 서연을 온전히 원망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어 겪어야 했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진이었다.
때문에 서로가 언제까지, 무엇을, 얼마나 더 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은 하진에게는 남들보다 배로 막막한 것이었을 거다.

서로가 그토록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곁에 남아있는데,
상대는 계속 잃어가기만 하는데, 아파도 아프다 말 한마디 없이 투정 하나 없이
나만을 걱정하며 웃어주는 상대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고역이기도 했을 것이고 말이다.


https://gfycat.com/PlushTallBluewhale


그렇게
스물둘, 하진의 인생에서 빛나는 날들의 기억을 되찾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현재의 행복을 지켜보려 했지만,
서른,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하진은 또 다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을 뒤로 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고마웠어요.
앵커님 덕분에 많이 행복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이었는데, 이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에요.
앵커님 기억 속에서 저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제 지나간 시간으로 묻어둬요 우리.
같이 있는 게 서로를 더 다치게만 하는 거 같아요.

이게 맞아요.

이별을 고하는 하진도, <나의 첫사랑> 속 애영도, '가장 빛나는 시간들'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애영이 그 시간을 잊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과 달리,
이미 그런 기억을 잊는 것을 택해보았던 하진은, 정훈과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상황에 떠밀린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 아파야 했던 이별이지만,
결국 이별의 순간 앞에서도, 하진은 솔직하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하진의 이별통보를 또 한 번의 회피라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눈에 이 때의 하진은 '회피'가 아니라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서로 더 잃지 않는 길, 함께 할 수는 없어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꾸만 미움이 새어들지 않을 그런 길을 말이다.



#.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고요.


그리고 다시 2년의 시간이 지나,

정훈이 억지스럽다고 했던, 그러나 하진은 그러니까 운명이라고 말했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의 대본처럼, 운명처럼 다시 재회한다.


그리고 그들이 운명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본 내용처럼 다시 재회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재회하는 순간까지 서로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였던 것.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기적이고, 두 사람이 운명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 앞에 놓인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대중들에게는 이미 서연의 이야기가 알려져 있고, 두 사람은 끝내 서연에 대해 해명하지 않을 것이었다.

박수창이 여전히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을런지, 또 어떤 짓을 해서 감옥을 갔든 그는 또다시 좋은 변호사를 쓸 것이고 또 다시 세상에 나타날 것이며

꼭 그가 아니어도 그 못지 않게 윤리의식도 공감능력도 결여된 기자는 발에 채일 듯 흔할 것이었다.


그러나 둘은 이제 정말 괜찮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때때로 여전히 과거의 아픈 기억이 생각나 가슴 저린 날도 있을 것이고,

어느 날은 사람들의 시선에 아픈 날도 있을런지도 모른다.

아프면 아프다고 투정도 부리고, 양껏 울고 아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기억에 잠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년의 시간은 그들에게 그런 것이었으므로. 


하진은 그때도 이랬어야 한다 말하지만, 아마 그 때는 그럴 수 없었을 거다.

그 때의 그들은 항상 서로를 생각해서 행동했으므로.


그것에는 분명 언젠가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한계 앞에서 둘이 또 다시 극복해 낼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2년 간 혼자였던 두 사람의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가득한 제작발표회에서,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는 듯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각자 자신의 두 발로 서 있는 두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절 위해서요.

하루하루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거든요.

이 곳에서 함께 기억하고 사랑하려고요.


하진의 대답을 들으며,

마주한 둘의 시선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둘의 현재는 항상 가장 빛나는 시간일 것이며,

그것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https://gfycat.com/JitteryCircularC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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