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많아져서인지 요즘 룩 얘기가 늘어나서
예전에 번역해뒀던 잡지 인터뷰 가져와 봤어
무려 패션지! 에 실렸던 인터뷰인데 패션지이다보니 게임 얘기보다는
의상디자인 관련된 얘기가 많고 기사도 길지 않지만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재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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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초점을 두고 세일즈, PR기획의 입장에서 약 15년 동안 국내외 브랜드 사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제가 게임 업계에서 뛰고 계시는 분들, 게임을 좋아하는 게스트와 대담을 하여
패션X게임의 가능성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다섯번째는 파이널 판타지 14의 캐릭터 컨셉 아티스트 나마에 아유미씨 입니다
나마에씨는 파판11,12부터 시작하여 현재 파판14의 캐릭터의 외형, 장비의 2D 디자인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파판14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 나마에 아유미 님
- 어쩌다 게임 의상 디자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신건가요?
처음부터 "게임 업계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고 학창 시절엔 서양복식사를 전공했습니다
옷을 만든다면 우선 그 역사부터 알고 싶었거든요. 강의 중에 인상에 남았던 것이 "옷은 두번째 피부다"라는 개념이었는데 이건 캐릭터 디자인 작업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디자인화는 아크릴 물감등의 아날로그 화구를 이용해 그렸었는데 iMAC이 보급되면서 디지털 페인트에 빠져들어 독학에 가까운 수준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 처음엔 취미로 시작하셨군요
취미로 약 4년 정도 계속 했었죠 그러다 "보그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를 그리던 선생님이 학교에 특별 강사로 오셨었어요. 그분의 화랑을 소개받아서 3개월에 1회 정도의 페이스로 개인전을 가지게 되었구요. 그렇게 어느 정도 작품이 모인 상태에서 스퀘어(현 스퀘어 에닉스)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스퀘어는 "CG기술 넘버원"이라 불릴 만큼 대단했었거든요. 저는 "파이널 판타지"시리즈를 플레이 하고는 있었지만 게임CG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입사했다가 최첨단의 CG 기술을 보고 "옷뿐만 아니라 모자나 신발 디자이너도 될 수 있는데다 그 모델부터 직접 만들 수 있구나!"라는 점에 재미를 느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역주 :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스퀘어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에닉스는 각각 다른 회사였으나 합병 후 스퀘어에닉스가 되었다)
신발 바닥엔 마법진이 그려져있다
-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나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환경에 몸을 두고 있다는 감사함이 커서 디자인 작업에 스트레스를 느낀 적은 별로 없어요. 오더 받는 일들은 패션 디자이너라기 보단 연극이나 영화 의상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저는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던 장르에 대해서 일 적으로 접근하는걸 재밌어 하거든요. "세상에 이런 것도 있었어?"라며 기쁨을 느끼고 그걸 양분 삼아 쌓아 올라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 현재 디자이너 팀은 몇명 정도인가요?
제가 속한 곳은 파판14의 의상과 장비를 디자인하는 팀으로 약 10명 정도입니다. 아마 사내에서 가장 큰 팀이라고 생각해요
- 남녀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땐 남자가 대부분이고 여성은 한두명뿐이었는데요 지금은 전체의 3~4할 정도가 여성이 되었네요
- 학창 시절엔 맥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네. 알렉산더 맥퀸과 존 갈리아노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당시엔 정보가 적어서 심야 방송이었던 "패션 통신"과 컬렉션 잡지 등으로 정보를 모으느라 고생했었어요. 당시 두 사람의 쇼는 로케이션이나 연출에도 힘을 줘서 연극무대 같이 "쇼 안에 꿈속의 세계가 담겨 있다"고 감동했었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끌어 모은 "인공미의 극치"라고 해야할까요. 그런데도 10분 정도로 끝나고 마는 덧없음도 포함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네요
-실제로 구입하시기도 하셨었나요?
네. 반년에 한번 정도 구입했었어요. 학창 시절엔 성인식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시기일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기모노 대여에 돈을 쓰기 보단 갈리아노의 재킷을 사고 싶더라구요. 처음 보너스를 받았을 때도 세일을 노려 맥퀸의 자켓을 구입했구요. 지금도 옥션이나 맥컬리의 프리마켓 등에서 아카이브를 찾고 있습니다.
- 게임 개발자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커서 "맥퀸"이라는 인물이 거론된 것 자체가 좀 놀라웠어요
최근에 소우엔상을 수상한 친구가 입사했어요. 10년 정도 의류쪽에 종사하면서 CG를 배우는 전문학교에 들어갔었대요. 그에게 마블러스 디자이너라는 복식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한 패턴 스킬을 강의 받고 있어요. 작업할 때 보면 패턴을 만드는 속도가 엄청 빠르거든요. "숨쉬는 것처럼 패턴을 뽑고 있어"라고 3D디자이너가 호들갑떨더라구요 ㅋㅋㅋ 현장의 디자이너들도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개발 기술은 아무래도 천의 질감 표현이 약해서 주로 "조각+속이는그림"같은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한단계 기술이 발전하면 더욱 현실감 있는 질감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역주:소우엔상-유명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역사가 깊은 신인 복식 디자이너 시상식. 겐조도 60년에 이 상을 탔었다)
- 그렇게 패션과 연결되는 패턴이 있긴 하더군요.
지금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CG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영화, 게임, 패션 등의 기술자들의 경계가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은 패션 브랜드가 있나요?
친화성이 높은건 비비안 웨스트우드네요. 파판14장비중에 비비안의 자켓 라인을 이미지한 것이 있어요. 익숙한 요소와 판타지틱한 취향이 결합되어 있는건데요 구찌와 돌체 앤 가바나와의 궁합도 잘 맞을 것 같아요
(역주:실제로 파판13의 주인공인 라이트닝은 루이비통과 프라다의 모델을 한 적이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이미지한 장비
- 패션 업계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많은가요?
그런 얘기는 사내에서도 가끔 듣고 있어요. 제 친구도 이세탄(백화점)에 가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말하더라구요. 함께 쇼핑을 가면 탈의실에서 안나가겠다고 하거나 점원이랑 대화하는걸 주저하곤 해요. 하지만 제가 입사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패션 업계에 대한 선입견과 비슷하게 이 쪽엔 오타쿠뿐이겠지 생각했었거든요. 어떤 장르에서든 무언가에 열중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다는건 변함없는건데 말이죠. 지식 뿐만 아니라 개인의 견해들도 재밌고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는 일들도 많이 있어요.
-그렇군요. 뭔가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은 괴짜 소리 들으면서도 각자 그 뭔가의 스킬을 가지고 있죠. 전 게임을 계기로 해서 패션쪽으로도 어울려줬다 하는 경험이 아직 없어서 이 칼럼을 계기로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져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 "업계에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4 신생구간에 유독 쓸데없이 고증에 충실한 ㅋㅋㅋ 희한한 디자인의 장비가 많다했더니 (서블리가 라던지...
이 분 포함 아예 복식 전공인 사람들이 많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판11 디자인 담당이던 시절
파판12 여주인 아쉐의 결혼식 드레스와 장례식 의상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이 분 디자인이었음
팬페 개발패널이나 제작진 인터뷰 등에 자주 나오셔서 익숙한 분이었는데
항상 옷 너무 잘 입으셔서 인상적이었었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