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스탠드만 켜 놓은 도서관에서 괴롭고 불안한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능소화 노리개를 바라본다.
하루의 머릿속으로 능소화의 기억이 떠오른다.
백경이 하루가 쥐고 있는 칼자루를 뒤에서 잡아 그대로 단오의 몸에 찔러 넣는다.
단오는 하루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칼날이 파고든 단오의 몸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하루는 왼손으로 고통스럽게 칼날을 쥐고 있다.
"어째서..."
하루가 단오의 몸에서 칼을 빼낸다.
칼날을 쥐고 있던 그의 왼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단오가 힘없이 쓰러진다.
"아가씨...!"
단오의 손이 툭 떨어진다,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
단오야... 다, 단오야...!"
하루가 징검다리를 건너 단오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정자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그가 지치고 외롭고 쓸쓸한 눈빛으로 처마 끝에 매달려있는 풍경을 올려다본다.
하루의 귓가로 단오의 목소리가 스친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마음이 보이고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음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단오가 하루의 품에서 가슴 시린 눈물을 쏟아내지만 하루는 단오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장승처럼 굳어있었다.
'이 꽃처럼 아가씨를 어디서나 기다리겠습니다.
아가씨를 지키겠습니다.'
단오가 하루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난장판으로 폐허가 된 무영의 집
"기다리겠습니다.
아가씨와 다시 만나는 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히..."
하루가 울고 있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를..."
하루가 다짐을 하듯 능소화 노리개를 꽉 움켜잡는다.
그러고는 기도하듯 능소화 노리개를 꼭 쥐고 있는 두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