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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관계보다 가치? ‘남자친구’ 송혜교가 특히 아파한 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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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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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송혜교, 박보검이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린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부모잖아. 엄마고 딸이잖아.”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차수현(송혜교)은 그녀를 찾아와 영부인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다짜고짜 “쥐죽은 듯 살라”고 말하는 진미옥(남기애)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런 차수현에게 진미옥은 차갑게 대꾸한다. “관계가 중요해? 난 가치가 중요해.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아.”

이 말은 차수현의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든다. 관계보다 가치. 그건 부모자식 간의 관계로 모든 것이 허용되고 용서되기도 하는 보통의 관계와는 너무나 다른 차수현과 엄마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부모 자식이라도 가치가 없으면 필요 없다는 말이고, ‘쓸모’가 있어야 자식도 자식이라는 말이다. 차수현은 차 안에서 그 말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좀체 웃지 않고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는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사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얼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두운 얼굴 속에 담긴 속내를 읽어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진혁(박보검)이다. 그는 그 얼굴을 보고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차수현을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라고 적으려던 김진혁은 대신 ‘거봐요. 모델보다 더 예쁠 거라고 했잖아요. 봄입니다.’라고 보낸다. 그 문자 메시지 하나에 차수현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전에 김진혁이 생일선물로 준 립스틱을 왜 바르지 않냐고 물었을 때 차수현은 봄에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김진혁은 이렇게 말한다. “릴케라는 시인이요. 쌀쌀한 도시에서도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사람들만이 봄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차수현이 바르고 나온 립스틱 이야기로 김진혁은 그의 겨울 같은 얼굴에 봄을 피어나게 한다.

차수현은 관계보다 가치가 중요하다는 엄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쌀쌀한 겨울 같은 세상에 홀로 던져져 있다.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삶을 살아온 적이 없고, 팔려가듯 결혼을 했으며 결국 이혼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정치 생명을 쥐고 흔드는 재벌가 시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관계보다 가치가 중요한 엄마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벌가 시댁에 딸을 다시 팔려고 한다.

호텔 체인의 대표로서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진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이 바로 차수현이다.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 살아가는 삶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제 아무리 많이 갖고 있으면 뭐하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수현의 얼굴이 항상 무표정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서 마치 울기 직전까지 참고 있는 아이 같은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회사 로비에서 차수현이 만나는 김진혁을 스캔들의 주인공처럼 몰아세우며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김진혁이 나서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을 때 차수현의 얼굴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이지만, 입은 이렇게 나서준 김진혁에 대한 기쁨으로 미소가 피어난다. 그 장면은 엄마와는 달리 가치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런가. 사람을 가진 것과 태생과 스펙으로 구분해 가치를 매기고, 겉보기에 그 가치가 등가로 매겨지는 사람과의 만남이 아니라면 그것을 부적절한 관계로 매도하기 마련이다. 이제 썸을 타기로 한 차수현과 김진혁은 그런 차가운 겨울의 시선들 속에 서 있다. 관계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후 회사에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뚤어져 있고, 차수현의 전 시어머니인 김화진(차화연)은 이 관계를 저들이 생각하듯 대표의 가치를 등에 업고 이용하려는 젊은 사원의 다른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치부한다.

차수현은 본래부터 웃을 일이 없는 세상 속에 있었고, 김화진으로부터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대우를 받은 김진혁은 차수현이 살아왔던 그 세상을 실감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결코 웃을 일이 없는 이 냉혹하고 쌀쌀한 겨울의 세상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만의 시선이 마주칠 때는 미소를 띠운다. 어찌 보면 숨 막힐 듯한 현실 속에서 한숨으로 버텨왔던 차수현은 겨우 김진혁 앞에서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들이 웃을 때는 가슴이 아려온다.



내부순환도로 교각에 붙여진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을 보며 그 작품의 모티브가 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구를 김진혁은 조용히 읊조린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그러자 화답하듯 차수현이 시구의 뒷부분을 이어준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 시는 모든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가치 따위가 아니라 모든 관계들이. 그래서 그 시구 절 앞에서 다시 만나 썸 타기로 한 두 사람은 겨울의 현실 속에서도 아프지만 기쁜 봄날의 미소를 피워낸다.

봄은 시간이 지난다고 그저 오는 게 아니고 또 기다려서 맞는 게 아니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봄이 오면 화사한 색감의 립스틱을 바르겠다던 차수현은 김진혁을 통해 화사한 립스틱을 바르는 일로 봄이 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의 진정한 관계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스스로 선택한 삶과 거기서 만나게 되는 진정한 관계들. 그 속에서만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겨울 같은 우리네 삶을 봄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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