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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찬 사의 찬미 마지막 구절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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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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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 Protesto(항의, 저항) 中


"네 아버지가 병이나 안 났으면!"

"병이 나서 돌아가신대도 나는 안 가련다. 영구히 딴 사람이 되련다."

"이 불효의 놈!"

"네, 불효의 놈이라는 욕도 좋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외다. 그것뿐이오. 효과 없는 욕 듣기 싫으니 나는 가겠소이다. 잘 계십시오."

"잘 있긴 무엇이야. 너의 출가 이후의 네 집안 꼴을 상상해 보렴."

"가정 처리, 인간 교제에 재능이 있는 철진(哲鎭)*이 있는 것이 어느 점까지는 안심이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하지 않겠다. 사요나라!"

(철진 : 문맥적으로 보아 우진 대신 집안 처리를 도맡아할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됨. 아마 남동생이라든가, 하여간 가족 중 누군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싶다.)


1926. 6.9 서울서 우진.


편의상 현대어로 고쳤음. (둏습니다 -> 좋습니다 따위)

출가를 만류하는 사람과 출가를 결행하는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음.

그리고 보름쯤 흐른 뒤 유고로 남은 글에서 비슷한 내용이 발견됨.



수상록 출가(出家) 中


A 주먹으로 내 부쳐줄 충동까지 일으켜주던 참 생명의 암시를 가르쳐주던 너의 늙은 아버지는?


B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나는 이것으로 네가 얼마나 음흉한 유혹자인지를 가르쳐 주겠다.


"아버지..... 당신은 저를 업신여기셨지요. 그것이 당신의 권리이니까. 저는 아버지의 돈으로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저는 이 심장 속 회오리 바람으로써 처음으로 아들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래서는 못쓴다고?

대체 무슨 법칙이 있기에 저를 이 속박 속에 집어넣습니까?

아버지는 역시 사람이 아니오? 저도 역시 사람이 아니오? 

저는 아버지 무릎 밑에 앉아서 아버지를 축복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를 이런 엄청난 고통 속에다가 넣어두고 있었지요.

그것이 아버지가 저한테 주시는 사랑이오그려. ............. W. Hasenclever : <Der Sohn>


1926.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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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2부의 엔딩을 장식한

"저는 이 심장 속 회오리 바람으로써 처음으로 아들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었습니다."

문구는 김우진이 쓴 <출가>라는 수상록(유고임)에 있는 문구로

김우진 본인의 문구는 아니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Hasenclever(발터 하젠클레버)라는 독일 극작가의 글을 인용한 것으로 보임.


protesto와 출가의 공통점은 

출가를 말리는 우진 내면의 자아와

출가를 결행하려는 우진 내면의 자아가 대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음.

극작가였던 김우진다운 글이라 생각됨.


이번 사의 찬미 마음에 드는 부분

소설가 김우진의 고뇌와 사랑을

정면으로 다루어준 거.

엔딩을 김우진의 문구로 장식하는 거 대단히 마음에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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