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스터 션샤인>의 현장은 어떤가?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도 많이 편해졌나? <미스터 션샤인>의 호텔 글로리에서 바에 앉아 있는 유진과 구동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앉는 희성의 모습이 생각 난다. 희성이라면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을 텐데.
김희성이라는 인물은 그랬을 텐데, 변요한이라는 인물은 그렇지가 않다.(웃음) 원래 조용한 성격이다. 가끔 예민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잘 끝내야 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하며 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 션샤인>도 수다스러운 현장은 아니다. 각자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말수를 아끼고 진지하게 역할에 몰입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 있다. 배우들뿐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들이 멋지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물도 작품에 스며들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스태프들이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생> 때부터 발휘되어왔던 변요한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판이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꿰고 있고, 상대방의 목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행동하고, 웃고 있는 한편으로는 슬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미스터 션샤인>의 세 남자 중에서 희성이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모든 작품이 힘들지만, 잠깐잠깐 굵직하게 나오는 희성의 서사를 짧은 순간에 표현한다는 게 어려웠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고, 이 인터뷰가 나올 때쯤이면 본격적으로 희성의 서사가 펼쳐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희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힘에 지고 싶지 않는데 어쩌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내가 김희성이라는 인물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Q. 희성은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내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같은 것들을 사랑한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변요한은 어떤가?
희성의 아이덴티티를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희성을 연기하면서 그가 가진 잡념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신념은 흐릿한 친구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망 다녔고, 피해 다녔고 부딪히지 않았고... 10년 전에 만났으면, 희성은 정혼자인 애신을 사랑할 수 없었을 거다. 흐릿하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에, 애신이 가진 단단함에 매료된 것이다.
Q. 마음만 먹으면 모두 가질 수 있지만, 스스로 가지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진 정직함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흐릿함 자체가 그의 정체성인 것 같다.
그래서 희성이라는 인물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1분 안에 눈물을 흘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 희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으로 꽉 차 있다. 자신의 감정과 반대로 표현을 해야 되고,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대사들이 많아서 사실 이 역할이 많이 어렵다. 희성이 말하는 무용한 것은 사실 눈앞에 없는 것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농담이지만 진짜 농담이 아니고, 웃음이지만 진짜 웃음이 아니다. 그게 너무 슬펐다. 나는 희성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진짜 웃음을 웃고 싶고, 진짜 농담을 하고 싶고, 정말로 향기가 나는 꽃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