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화 PD는 ‘김비서’ 서사 부족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26일 이영준 부회장(박서준 분)과 김미소 비서(박민영 분)의 결혼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본방 뿐만 아니라 재방, VOD 시청자가 특히 많았다.
하지만 약점이 있었다. 서사의 부족이었다. 이럴 때는 일본 웹소설인 원작에 한국적인 서사를 가미한다. 하지만 ‘김비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박준화 PD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사를 고민했다. 영준 형인 이성연(이태환)과의 삼각관계. 부모와의 갈등 등을 생각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서사를 가미하면 극성은 강화될지 몰라도 원작 정서와 디테일을 미묘하게 파괴하고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준화 PD는 “원작을 보면 악인이 한 명도 없는 게 매력이다. 하지만 인물이 과거와 연결돼 한 사람만 바라보는 순정이 한국 시청자에게도 통한 것 같다. 원작 작가가 원래 약사 출신인데 좁은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답답해서 로맨틱물의 정석을 쓰고싶어했다”고 전했다.
많은 서사와 사건은 담고 있지 않지만, 웹툰의 감성을 중요시했다. 특히 가족간의 관계가 그랬다. “재벌이지만 기존 드라마에서 별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 아들을 생각하는 부모,딸을 생각하는 미소 아빠와 언니들 등 가족애를 많이 보여주었다. 재벌가와 비서의 결혼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 컸다. 그러니까 멜로극이자 가족애를 담은 드라마였다.”
영준이 미소에게 과거 함께 했던 사람이 자신이라고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 아니 이를 부정하는 순간 형인 성연이가 살아날 수 있다. 영준의 형에 대한 배려다. 초반 영준의 대사중 “나에게 배려라는 말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형과 미소다”라는 말은 은연중 답답했던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박 PD는 “큰 사건은 아니지만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포인트를 두었다. 원작 웹툰을 볼 때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상상하게 하는 맛이 있다. 심리와 감성 변화 등 미세한 지점을 포착했다. 이는 캐릭터에 대한 응원이 많아지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면서 “그러니까 이번 드라마는 관계+약간의 판타지+리얼함+가족애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화 PD의 전작들은 배드신이 없다. 13회의 배드신을 찍기 전 주변에 많은 걸 물어보았다. 아름다움과 여성들이 갖고 있는 로망 등에 대해 공부를 하고 찍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주얼이었다. 박민영, 박서준의 그림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갔다.
두 배우의 특출한 비주얼과 촬영감독의 역량, 자연적 묘사 등 디테일을 살리는 조명 등이 합쳐져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16회까지 가는 스토리의 부족까지 막아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