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박아름 기자]
샤론은 문수호에 집착하고 작가는 샤론에 집착하고 있다? 종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흑기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원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월3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 17회에서는 또 한번 문수호(김래원 분)를 살해하려고 한 뒤 자살을 시도하는 악녀 샤론(서지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문수호 죽이기에 실패한 샤론은 다리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평생 늙지도, 죽지도 않는 벌을 받으며 살고 있는 존재 샤론의 신기한 능력이 사라진듯 보였다. 하지만 샤론은 살아 돌아온 것도 모자라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정해라(신세경 분)를 못 알아봐 모두를 경악케 했다. 특히 정해라를 보고 "누구세요?"라고 묻는 샤론의 모습이 담긴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200년 넘게 문수호를 향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는 샤론의 도넘은 행동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강물에 뛰어든 샤론의 부재도 오래가지 않았다. 샤론은 이른감이 들 정도로 실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등장했다.
'흑기사' 주인공인 문수호와 정해라는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게 주인공이다. 하지만 '흑기사'에서 두 사람은 사실상 연애만 하고 있을 뿐 하는 일이 없다. 대신 이야기의 중심엔 샤론이 있다. 그녀의 미저리 급 악행만 거의 두 달 간 이어지니 서사 진행은 답보 상태고, 왜 드라마 제목이 '흑기사'인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활약이 미미할 때 샤론이 모든 역할을 떠안고 극을 휘젓고 다닌다. 서브 여주인공인 샤론에게 주어진 임무가 유독 많다. '흑기사' 속 악녀 샤론은 성격 파탄자에다 살인자, 물귀신이 되기도 했고, 심지어 17회에선 기억상실증까지 걸렸다.
이같은 샤론 위주의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시청자들은 "샤론을 위한 샤론에 의한 드라마인가", "오늘도 서브에 집착하는구나", "전생이 발목잡는다더니 기억상실에 초능력까지 산으로 간 배가 이젠 산을 집어 삼킬 기세", "꼭 초능력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나", "이쯤되면 제목은 '샤론이 돌아왔다'다" 등 부정적 의견을 남겼다. 1, 2회에서 등장한 문수호 정해라의 애틋한 슬로베니아 로케이션 장면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보인다.
물론 극 초반만 해도 샤론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딱 그때까지만이다. 오히려 초반에 비해 샤론의 비중이 눈에 띄게 많아지다보니 정작 주인공을 맡은 인물들의 존재감은 실종됐고, 이야기는 산으로 흘러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흑기사'는 '악녀는 서브일 때 매력적'이라는 교훈을 남겼고, 드라마 주인공의 주객전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줬다.
한편 '흑기사'는 2월8일 20회로 종영한다. 이미 SBS '리턴'에 시청자들을 빼앗긴 '흑기사'가 시청자들의 반감을 극복하고 초심을 되찾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KBS 2TV '흑기사' 캡처)
http://v.entertain.media.daum.net/v/20180201101003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