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신율. 살아있나?]
[너에게 타자기를 선물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너에게 받은것이 너무 많은데, 살아서는 못갚을만큼 너무나 많이 받았는데.
어쩌면 살아서는 다시 못볼 길을 떠나는 지금,
너에게 줄게 이거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그나마 그냥은 못주고 부탁을 얹어 보려고 하는데 감당이 될까, 니가?]
[내 대신 못 다 쓴 이 소설을 완성해주길 바래.
니가 나한테 선물했던 이 타자기로.
나를 대신해서 이번엔 니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줘.
그 시절 우리가 이 땅에 살았었다고.
암흑같은 현실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치열하게 아파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위험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며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투쟁해왔다고.]
조국을 빼앗겨 쓰고싶은 글을 쓸 수 없음에도
펜을 꺾지 못하는 친구 휘영이 아무리 자기앞에서 허세를 부렸어도
속으로는 타자기를 갖고 싶어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황소 한마리 값이 나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타자기를
자신의 벗에게 선물한 휘영의 벗 율과
그런 율이에게 자신이 생전에 가장 아끼던 세가지의 물건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휘영
그리고 휘영의 유품을 앞에두고 편지를 읽으며 우는 율
[어이, 서휘영. 이 일을 어떡하냐.
내가 수현이를 울려버렸네. 이번 생에는 내가 지키겠다고 했던 약속.
못지켜서 미안. 소설도 완성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만일 다음생이 존재한다면, 그때는 꼭 약속 지키러 갈게.
너희가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어떻게든 내가 지켜주러 갈게.]
그리고 휘영의 다음생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눈감는 순간에
스스로를 타자기 속에 봉인한 채 신율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유령이 되어
휘영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83년의 긴 세월을 기다려 마침내
휘영과의 약속을 지키는 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