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딱이다 싶게 정작 내기가 시작되자마자 재미가 훅 반감된다. 8부작으로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조원이 희연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얻는 과정이 자연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서사가 딱히 드라마틱하지 않다. 조원은 너무 쉽게 희연에게 접근하고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데, 희연이 어떤 계기로 조원에게 마음을 열게 됐는지는 모호하기만 하다. (중략)
손예진과 지창욱은 기대만큼의 연기로 극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그나마 두 사람이 있어서 '스캔들'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24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손예진은 유교적인 조선의 금기에 맞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조씨부인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표현했다. 영화에서 이미숙이 '요부'로 관능미를 뽐냈다면, 손예진에게선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가문과 명예를 중시하는 마님의 위치를 지키면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없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슬픔을 감내하는 인물의 내면을 충실히 담아냈다. 자아실현을 하지 못한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한 여인으로서 애처로움을 담아낸 표정, 눈빛이 일품이다.
조원 역의 지창욱은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집착부터 여인들은 물론 왕까지 매료시키는 자유분방함, 조씨부인을 향한 깊은 연모 등 다채로운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여자들의 마음을 홀리고 다니는 역할인 만큼 수위 높은 정사신과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지창욱 특유의 댄디한 이미지 덕분에 난잡하다거나 불쾌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언뜻언뜻 눈빛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고독함이나 상실감이 더 짙은 잔상을 남긴다.
반면 희연 역의 나나는 너무나 아쉽다. 희연은 혼례를 올리기도 전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인물로,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자기 삶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그래서 생기 없이 바싹 말라버린 얼굴에 색 하나 없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희연과 나나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분장과 의상으로 감추려 해도 나나의 큰 키와 화려한 비주얼, 분위기가 먼저 도드라져서 극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또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모든 순간 어깨를 움츠리고 숨기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과 특유의 표정은 답답한 인상까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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