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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지불아 그래 나는 이런 것도 좀 보고 싶었던거야! (스포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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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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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아가 끝났다

 

이 드라마를 매주 기다리는 기분은 지금까지 보던 드라마하고 좀 달랐다

뒷 내용이 궁금하기보다는 이번주에 보여줄 에피소드는 얼마나 잘 만들었을지가 더 궁금한 드라마였다.

 

여기서 몇가지 첨언을 하자면 잘 만들었다는건 사람마다 여러 판단 기준이 있을건데

가령 아주 훌륭한 연기가 뽑아졌을때, 거대한 스펙타클을 보여줄때, 치밀한 반전이 일어났을때 등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을텐데

지불아는 감독의 계획된 연출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고 앞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보는 나의 가슴을 떨리게 하던 몇가지 장면을 예로 들어보고 싶다.

 

7부 엔딩. 컨테이너에 같이 갇힌 딸들 시퀀스의 경우

3부에서 보여준 음주가 그대로 애들에게도 연결되면서 냉장고를 열고 열러 가는길에 자연스럽게 컨테이너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른다

일단 누르는 인서트 따위없고 행위의 결과가 롱테이크 속에서 화면에 그대로 재연된다. 서서히 올라가는 컨테이너 문으로 보여주면 되는거지 버튼까지 인지시켜줄 필요는 없지.

이를 위해서 넓은 프레이밍을 이 작품은 구축해둔다. 그리고 한 프레임 안에 여러개의 레이어를 쌓고 편집이 아닌 한 화면안에서 전경과 원경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둘을 충돌시킨다

그리고 나타나는 나도.
나도에게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 장면을 뒤로하고 나도는 태연하게 버튼을 눌러 다시 컨테이너 문을 닫는다.
물론 여기서도 버튼 인서트 따위는 없다.
여기서 또 계획된 연출이 나온다.
한국드라마에서 유난히 자주 보이는 얼굴 표정에 대한 집착을 보이지 않고

컨테이너 문이 닫히는 풀샷으로 7부가 마무리 된다. 

아마 일반적인 드라마였다면 빛이 사라지고 어두어지는 딸 둘의 얼굴로 끝났을테지만 이 작품은 인물의 감정으로 들어가지 않고 상황으로 빠져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와우!

한국 드라마가 어떤 집착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작품의 특성상 인물보다는 상황에 집중하는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었기에 이런 결론이 나오는게 수월했을수는 있지만 이런 전개를 보게되다니
이런 행복을 맛볼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황홀했다.

그래서 궁금한건 7부 엔딩 대본이 어두워지는 두 아이들! 이었을지 컨테이너의 문이 닫힌다 였을지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져버렸다.

대본집이 나온다면 이건 한번 꼭 확인해보고 싶더라

(참고로 원경 근경 나눠서 만들어가는건 웨스앤더슨 영화에서 많이 나오고 그랜드부다페스트 보면 잘 활용예시를 무한으로 볼 수 있음) 

 

 

7부 초반의 동선 플레이

변호사가 집에 들어오고 집에 남아있던 예지가 집을 돌아다니던 초반 장면

뒤에 온가족이 모이는 소동극은 말할 필요 없을만큼 역대급 시퀀스를 구축했는데

오히려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초반의 동선플레이다.

연극에서 인물 걸어다니는걸 블로킹이라고 이야기했었던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블로킹은 정말 많이 나오는데 잘 짠 블로킹 시퀀스들은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맛이 있다.

무의미하게 걸어만 다니면 얼굴 하나 뒷모습 하나 보여주고 짧게 스킵해버리는게 일반적인데

이 이동의 정밀한 계획하에서 의미를 가지면 그 동선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맛을 주게 되는데

이 초반 장면이 이것에 정확하게 부합한 블로킹 시퀀스였다

 

심지어 인물이 화면 밖으로 나갔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와서 임무 수행하고 다시 빠지고

편집이 아니라 온전히 감독의 계산된 동선으로만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진행되니

이런게 감독의 순수체급 차력쇼 인건가 싶더라. 물론 그거를 성실하게 수행해준 두 배우의 몫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쓰고보니 편집으로 이야기를 끌어올리기보다는 밀도있게 구성된 장면으로 작품을 끌어가서 내가 더 보는내내 설레여 했던게 아닌가 싶네

 

 

그리고 목적을 가지고 정교하게 지어진 경희네집 세트

 

아마도 경희집은 세트에서 촬영했을거 같은데(맞겠지? 아니면 부끄러워지는데...)

세트 구조를 이용한 거침없는 줌아웃이 좋더라.

5부에 상황을 오해하게 되는 예지 장면에서 경희와 재홍,수정에서 급격한 줌 아웃으로 놀래는 예지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은 줌 아웃 속도만큼이나 내 가슴을 쿵 쳤고

(이걸 컷을 나눠서 해서 만들어내던 것보다 훨씬 더 나를 설레게 했달까?)

7부에서 재홍이 밴드를 찾으로 집을 한바퀴 돌다가 변호사가 숨던 시퀀스에서는 이 우스꽝 스러운 동선을 만들기 위해

이 집을 이렇게 비현실적인 구조로 지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리얼하게 집을 지었다면 이런 뻘스러우며 웃긴 동선이 안나왔을텐데 여기서 나오는 걸 보면

이게 다 예측하고 집 세트를 지은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하거든.

 

 

결국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감독의 연출이 훌륭한 건축가의 설계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롤러코스터 타이쿤같은 게임의 놀이기구 배치를 환상적으로 해낸 것과도 비슷할 거 같고

 

 

이런 걸 보게 된 것은 올해 최고의 행복이다

 

 

 

마지막으로 안한 이야기 하나만 더 추가하면!ㅋ

최고의 연기는 3부 엔딩 과거를 회상하는 경희의 얼굴 이었던 것 같다.

3부까지 같은 이야기가 3번 반복되다보니 작품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거를 온전히 주인공의 연기 차력쇼로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4부 이후에 이야기 동력을 불어넣었던 것

그녀가 왜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성 주인공의 자리가 급격하게 사라지는) 이 험난한 한국 엔터산업에서 아직까지 탑여배우로 남아있는 지를 알겠더라.

저정도하면 가능하긴 한데 저정도 하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건 상대적으로 너무 가혹한 거잖아

 

 

 

지불아 보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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