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게 이름을 부여받는 일임 이름은 보통 내가 아닌 타인이 지어주고 나는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평생을 살다 죽어
이름은 곧 나지만 타인이 내게 준 존재 증명 그 자체이기도 함
근데 레이디 두아의 주인공은 무적자야 그 어디에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가 없음 스스로가 찾아낸 증명의 방법은 내가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욕망을 가지는 것 그걸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명품이었던 것 같음 목가희로 백화점에서 일할 때 쇼윈도에 전시된 가방을 보고 말하잖아 이 가방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왜 가방을 갖고 싶다가 아니라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을까
명품 자체가 자신의 욕망이었다면 그저 가졌으면 됐을 일임 근데 가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 이 되고 싶다가 난 무적자의 진짜 욕망이었다고 생각함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계속 김은재로 살았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인데 김은재의 신분을 버리고 떠나지 이건 남이 준 신분이지 내가 가진 진짜 내 존재는 아니거든
무적자의 욕망이 단순히 끝없는 부와 명품 뿐이었다면 매장에서 오천만원의 빚을 졌을 때 목가희의 삶을 버리고 떠났으면 그만이야 애초에 진짜 신분이 아니니까 그런데도 책임을 지잖아 여기서 신분과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음 목가희의 신분을 함부로 해칠 수 없었기 때문임
스스로가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이름을 사라킴으로 지은 것도 그래
사라는 자신의 앞에 있던 상위 계급의 여성이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에서 따온 이름임 저렇게 좋은 매무새로 명품 매장에 앉아있는 여성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시선을 두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
김미정과의 대비로 보면 더 드러나
김미정은 사라킴의 신분을 자신의 것으로 뺏고 싶어했고 스스로가 사라킴이 되고 싶었지만 사라킴은 타인의 신분을 이용해 살아왔을 뿐 스스로가 아닌 타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음
마지막에 부두아를 지키고 스스로가 김미정이 되어서 징역을 사는 것도 욕망에 스스로를 버렸다기 보다는 무적자로는 하지 못한 존재 증명을 부두아로 이뤘기 때문임 내가 만든 브랜드이자 내가 여기 있어서 태어날 수 있었던 부두아
욕망의 이야기지만 그게 명품을 통해 발현됐을 뿐 사라킴이 정말 가지고 싶었던건 자기 자신이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