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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사실의 거리는 얼마나 멀까. 사실이 하나라도 진실은 여러 갈래로 존재할 수 있다. 이후빈 감독의 <사피엔스>는 그 간극을 가지고 퍼즐 게임을 시도한다. 재벌 3세이자 상현건설 전무 오종화가 사라지고, 건설사 법률팀장 서희재(유재명)는 영상으로 납치 협박 메시지를 받는다. 이어 유일한 납치 용의자 나도한(정성일)을 마주하지만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주장하는 그에겐 제대로 된 기억이 없다. 한 명의 몸에 여러 인격을 지니고 있는 나도한은 깨어날 때마다 다른 진술을 한다. 한 명의 용의자가 재구성하는 여러 관점의 진술은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하나는 납치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 다른 하나는 나도한은 누구인가. 편집된 기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은 영화가 장면을 이어 붙이는 쾌감을 닮았다. 유재명 배우의 묵직한 연기가 납치 사건 서사의 중심을 잡고, 정성일 배우의 1인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다중 인격 연기는 거의 차력쇼라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결의 긴장을 선사한다. 이윽고 당도할 충격적인 결과만큼 그에 다다르는 과정이 더 흥미로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