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따른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러 번 사용됐던 클리셰들이 나온다. 기억을 잃은 은새와 그 앞에 나타나 연인을 자처하는 복싱 코치 태하의 서사는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이다. 여기에 의심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호감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 역시 여타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혐관’에서 시작해 서로를 구원하는 순애보로 이어지는 과정을 12부 내내 밀도 있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익숙한 클리셰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지루할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 ‘이런 엿같은 사랑’의 매력이다.
여러 클리셰들 중 ‘이런 엿같은 사랑’만의 동력은 단연 태하의 순애다. 단 두 번의 만남뿐이었지만, 삶의 벼랑 끝에서 위로가 되어준 은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태하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태하의 감정선 위에서 오직 은새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과정은 로맨스 장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은새를 살리려는 태하의 절박함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하와 은새뿐만 아니라 엿마을 사람들과의 서사 역시 매력적이다. 태하의 고향인 엿마을 사람들과 은새가 빚어내는 유쾌하고도 따뜻한 에피소드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감초 역할을 넘어, 은새와 태하의 든든한 우군이자 두 사람의 로맨스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는 메인 빌런인 박상길의 자격지심과 악한 본성의 기원을 탄탄하게 묘사함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상길의 서사가 깊어질수록 그에 맞서는 태하의 싸움이 더욱 입체적으로 부각된다. 빌런의 존재감이 결과적으로 태하와 은새를 비롯해 엿마을 사람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시각적인 연출 또한 극의 주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낸다. 자연의 총천연색을 품은 엿마을의 따뜻한 미장센과 날카롭고 인위적인 조명으로 묘사된 박상길 패거리의 공간은 극명한 색감 대비를 이룬다. 이는 대사 없이도 선악의 구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태하와 은새, 엿마을 사람들의 관계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정해인은 태하의 복잡한 내면과 은새를 향한 순애를 섬세하게 극에 녹여내며, 특유의 깊은 눈빛 연기로 작품에 멜로 감성을 더했다. 하영 역시 기억의 유무에 따른 캐릭터의 간극을 표정과 말투 등으로 몰입도 있게 표현,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압도적인 빌런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를 비롯한 조연진의 앙상블이 서사를 빈틈없이 채운다.
특히 작품의 진가는 ‘이런 엿같은 사랑’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밝혀지는 후반부에 비로소 폭발한다.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뭉치는 태하와 은새, 그리고 엿마을 사람들의 연대는 엿같다. 따뜻하면 따뜻해질수록 달라붙고, 뱉고 싶어도 입에 들러붙는 엿처럼 쉽게 쪼개지지 않는 이들의 엿 같은 관계성이 여운을 더한다.
결국 ‘이런 엿같은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들을 극의 결에 맞게 녹여내며 장르 본연의 재미를 잡았다. 나아가 위기 속에서 끈끈해지는 인물들의 관계성과 성장 서사를 촘촘하게 엮어내며, 재미 그 이상의 뭉클한 감동까지 이끌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달콤한 로맨스부터 가슴 따뜻한 휴먼 드라마까지 다채로운 재미가 꽉 찬, 아는 맛이지만 그럼에도 맛있는 ‘이런 엿같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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