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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수애 보그 8월호 화보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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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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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애는 한동안 조용했다. 그는 멈춘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채우고 있었다. 거창한 계획도 먼 미래의 청사진도 없이. 긍정의 힘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수애는 여전히 깊다.

 

 

Q.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근황을 찾아봤는데, 이상하리만치 정보가 없더군요. 스스로 쉬는 시간을 만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실제로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A. 밖에서 보면 멈춰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 텐데, 제 하루는 꽤 촘촘했어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웃을 일도 많고, 사람도 만나고, 새로 배우는 것도 있고요. 스케줄로 채우던 자리를 이제는 직접 채워야 하는데, 그 감각이 낯설면서도 나쁘지 않아요. 하루하루가 어떻게든 잘 흘러간다는 걸, 요즘 조금씩 믿게 됐어요.

 

 

Q. 20대와 30대는 쉼표없이 달려왔죠. 그렇게 달릴 때는 보이지 않다가, 멈춰서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면요?

A. 달릴 때는 앞만 보이잖아요. 멈춰 서니까 비로소 제가 지나온 길이 보이고, 그 길 위에서 놓친 저 자신도 보여요. 돌아보면 이렇게 쉬어가는 시간이, 실은 저한테 꼭 필요했어요. 이 멈춤이 없었다면 다음 걸음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Q.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콘텐츠의 문법 자체가 크게 바뀌었어요. 현장을 떠나있는 배우로서 그 변화를 지켜보는 마음은 관객의 마음과 또 다를 것 같은데요.

A. 작품을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어제는 <참교육>을 다 봤어요. 쉬는 동안에도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보고 있어요. 직업병인지, 보는 동안 가슴도 뜨거워지고 머리도 뜨거워져요. 관객으로만 앉아 있질 못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느새 그 배우에게 이입되더군요. 떠나 있어도 몸은 여전히 현장을 기억하는 거죠.

 

 

Q. 지금 기다리고 있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도 될까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쉬는 동안 계속 편성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연이 닿지 않아서 계속 불발됐어요. 지금도 기다리는 작품이 있는데, 결국은 편성 문제인 것 같아요. 기다린다는 게 참 묘한 게, 조바심과 믿음이 같이 있어요.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될 거라는 마음을 놓지 않는 일이니까요.

 

 

Q. 기다리는 팬들이 정말 많더군요. 그런데 소통을 어려워한다고요.

A. 팬분들이 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저도 그 부재를 분명히 느껴요. 몇 년 전만 해도 SNS나 유튜브가 저한테는 불편한 옷 같았어요. 그런 걸 즐기는 배우도 있지만 저는 잘 안 되더라고요. 어쩌면 그게 시청자분들과 멀어진 이유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연기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마음처럼 쉽게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 그게 저의 가장 큰 숙제예요.

 

 

Q. 멈춰있는 시간 동안 가치관에도 지각변동이 있었을 것 같아요. 더 중요해진 가치와 덜 중요해진 가치가 있다면요?

A. 관계가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는 누군가와 멀어지는 게 정말 싫었어요. 오해가 있으면 기어이 풀고 싶고, 멀어진 관계를 되돌리려 애썼죠.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소중한 관계는 애쓰지 않아도 늘 곁에 있고요. 그걸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Q. 배우 수애 하면 뒤따르는 수식어가 ‘우아하다’ ‘단아하다’예요. 찬사이면서 동시에 배우를 특정한 이미지에 가두기도 하는데요. 수식어가 규정짓는 프레임으로 느껴지진 않았나요?

A. 배우에게 우아함은 가장 큰 찬사라고 봐요. 그건 단순히 예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 배우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담은 말이니까요. 그래서 저에게는 유리 벽보다는 왕관에 가까워요. 다만 아직 제가 그 왕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게 우아한 배우는 김혜자 선생님, 윤여정 선생님처럼 세월과 연륜이 겹겹이 쌓여 완성된 분들이에요. 그건 타고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새겨주는 거잖아요. 사실 제 목소리가 저음이라 그렇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고요. 저는 한 번도 우아함을 의식하며 연기한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존경하는 배우들이 지닌 그 깊이를, 저도 나이가 들어 그만한 연륜이 쌓였을 때 갖고 싶다는 마음만은 정말 간절해요.

 

 

Q. 예전엔 배우가 어느정도 나이에 이르면 받쳐주는 역할로 밀려나는 시대가 분명히 있었죠. 지금은 그 벽이 많이 허물어졌고요.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요?

A. 예전에는 제 나이가 되면 이모나 엄마 역할 말고는 하기 어려운 시대가 분명히 있었어요. 나이가 곧 한계였죠. 그런데 지금은 그 한계가 거의 없다고 느껴요. 신인 때 ‘내가 어떤 배역을 맡게 될까’ 설레던 그 마음이, 지금도 그대로 있어요. 매니저와 “내가 어떤 인물로 어떤 감정을 전할 수 있을까” 얘기하다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뛰어요. 여든이 되어서도 제가 어떤 캐릭터를 껴안고 표현하고 있을지, 그 상상이 배우로서 가장 설레는 지점이에요. 나이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새 문을 여는 시대라는 게, 저한테는 정말 큰 선물이에요.

 

 

Q. 관객이 기억하는 수애와 실제 수애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죠. 그 간극을 메우고 싶나요, 아니면 그냥 두고 싶나요?

A. 요즘 제가 아는 저의 모습을 굳이 설명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아요. 아마 마지막 작품 드라마 <공작도시>와 영화 <상류사회>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제가 야망 있는 사람일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과 거리가 멀어요. 거창한 계획도 없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Q. 시간이 흘러도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신의 면면같은 건 없나요?

A. 저는 되게 긍정적인 편이에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제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그래도 좋은 게 뭔지 알아?” “그래도 다행인 게 뭔지 알아?”라고요. 무너질 만한 순간에도 그런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는 걸 보면, 그게 저의 본래 성향이 아닌가 싶어요. 낯선 면을 애써 찾자면 있겠지만, 저는 그런 걸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 쪽이에요.

 

 

Q. 영화 <님은 먼곳에>, 드라마 <천일의 약속> <공작도시> 등에서 연기한 캐릭터들은 시련을 견디는 사람이 많았어요. 왜 그렇게 버티는 인물을 자주 만났을까요?

A. 저는 버틴다는 게 아주 인간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처받고도 다시 사랑하고, 오늘 무너져도 내일을 다시 계획하고, 상실과 그리움을 안고도 하루를 살아내니까요. 그렇게 버티며 사는 존재에 자꾸 마음이 가요. 그러니 제가 그들을 알아본 쪽에 가까울 거예요. 더 나아가면, 저는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고 봐요.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제자리를 떠나지 않고 버티는 것. 화려하게 이기는 것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게 진짜 아닐까요?

 

 

Q.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이해되거나 전혀 다르게 다가온 캐릭터가 있나요?

A. 두 장면이 떠올라요. 하나는 영화 <가족>에서 아버지와의 관계예요. 그때는 연기로 해낸 감정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로 이해되는 부분이 늘어서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또 하나는 <그해 여름>에서 이병헌 씨와 이별하던 장면이에요. 예전에는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감정이 머리로만 닿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 알겠더군요. 내가 누군가에게 짐이나 상처가 된다면,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꺼이 보낼 수 있다는 걸요. 그 장면이 지금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와요.

 

 

Q. 지금 가장 탐나는 캐릭터는 누구예요?

A. 어제 본 <참교육>에서 김무열 씨가 연기한 나화진이라는 인물이 너무 탐나요. 매력적이고 통쾌한데, 그 안에 따뜻한 시선까지 품고 있어서 더 바랄 게 없었죠. 단숨에 몰입해서 봤어요.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게, 어떤 배역은 누군가 고사했는데도 결국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 닿기도 해요. 배역과 배우 사이에도 정해진 인연이 있나 봐요. 그래서 부러워하면서도, 언젠가 제 몫의 인연이 올 거라 믿게돼요.

 

 

Q. 세월이 감정 표현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요? 이제야 비로소 다루게 된 감정이 있다면요?

A. 특정 감정이라기보다 외로움과 친해지는 법에 능숙해진 듯 싶어요. 예전에는 외로움을 피해야 할, 무섭고 나를 갉아먹는 것으로만 여겼어요. 지금은 ‘또 왔구나, 그래, 이번에도 지나가겠지’ 하고 문을 열어줘요. 중요한 건, 결국 지나간다는 걸 안다는 거예요. 그 사실 하나가 외로움의 무게를 완전히 바꿔놨어요. 그래서 이제 두렵지 않아요.

 

 

Q.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결국 무엇에 마음을 여는가의 문제일 텐데요. 이야기, 캐릭터, 사람 중에서 어디에 먼저 마음이 기우나요?

A. 기준이 많고, 그때그때 달라져요. 어떨 때는 이야기 자체에 매료되고, 어떨 때는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담아둔 시선에 감탄하고, 어떨 때는 함께할 배우 때문이기도 해요. 신기한 건, 그 여러 가지 중 단 하나에만 마음이 닿아도 그냥 하게 된다는 거예요. 결국은 계산이 아니라 끌림인 거죠.

 

 

Q. 지금까지의 수애와 전혀 다른 얼굴, 완전히 낯선 캐릭터로 자신을 던질 용의도 있나요?

A. 그럼요, 그런 갈증은 언제나 있었어요. 처음엔 사람들이 저를 그냥 눈물만 흘리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만 보셨거든요. 액션 드라마 <야왕>은 그 틀을 깨려는 도전이었어요. 답습이라는 말은 정말 쓰고 싶지 않아요. <공작도시>도 저는 반복이 아니라 확장이라고 여기고 뛰어들었어요. 익숙한 자리에 머무는 순간 배우는 멈추는 것이기에, 도전에 대한 목마름은 늘 저를 따라다녀요.

 

 

Q. 제가 인터뷰한 수애의 동력은 긍정의 힘인 것 같아요. 무엇이 오든 ‘오면 오는 거지’ 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요. 그 태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A. 맞아요. 맞서기 전에는 생각이 많아요. 온갖 걱정이 앞서죠. 그런데 막상 부딪치면 ‘그냥 하지 뭐’ 하게 돼요. 겪어보면 별거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나눌 파트너들이 곁에 많았으면 좋겠어요. 연기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제 긍정도 결국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Q. 언젠가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요?

A. 아니요, 저는 수식어가 필요 없어요. 제가 바라는 건 하나예요. 어떤 배역을 맡든 그 인물 안에 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 수애라는 이름이 지워지고 그 인물만 남는 것. 그렇게 인식되는 게 저한테는 정말 중요해요. 배우 수애, 그 한마디면 충분해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A. 너무 보고 싶어요. 이 한마디면 충분해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요.
 

 

https://www.vogue.co.kr/?p=84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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