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개봉된 영화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신들의 저주와 괴물들의 위협 속에서도 혼란에 빠진 가족과 왕국을 되찾기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맞서는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처절한 귀환기를 다룬 작품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으로, 앞서 북미에서 공개된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사상 마스터피스라는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플롯의 마법사라는 수식어답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야기를 시간 순서로 묘사하지 않는다. 치밀한 계산 아래 짜인 비선형적 전개가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데, 그 핵심은 파편화된 트로이 전쟁의 기억이다. 극 중반마다 오디세우스의 뇌리를 스치는 전쟁의 단편들을 흩뿌리듯 교차시켜 보여주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그가 저지른 치명적인 죄를 하나의 온전한 장면으로 연결해 낸다.

흩어졌던 조각들이 완벽한 퍼즐로 맞춰지는 순간, 오디세우스가 겪어온 고난의 진정한 의미가 밝혀지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의 서사는 표면적으로 신탁을 믿지 않았던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발생한 무수한 희생에 대한 죗값을 치르고 신의 분노를 달래는 여정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 인간이 자신의 과오를 직시하고 처절하게 속죄해 나가는 심리전이 극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귀향길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정박하는 섬마다 펼쳐지는 상상 이상의 고난은 단순한 신화 속 모험을 뛰어넘는다. 한계에 부딪히고 이를 기어코 극복해 내는 오디세우스의 처절한 사투는, 어느새 스크린 밖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삶에서 마주했던 시련을 투영하게 만든다.
놀란 감독 특유의 압도적인 미장센은 ‘오디세이’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CG를 최소화하고 카메라에 담아낸 날것 그대로의 웅장한 자연경관과 극의 주요 모티브인 오디세우스의 거대한 함선은 시선을 압도한다. 사상 최초로 100% IMAX 카메라로 촬영된 장면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완벽한 시네마 체험을 선사한다.
청각적 연출 역시 ‘오디세이’의 동력이다. 의도적인 소리의 소거와 폭발적인 증폭을 오가는 음향 효과는 적재적소에서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이끄는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 성을 함락하는 시퀀스에서 펼쳐지는 음향 효과와 음악의 밸런스는 팽팽한 긴장감을 최고조로 빚어낸다.

17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IMAX 포맷의 의존도는 양날의 검이다. 러닝타임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IMAX 전용관이 아닌 환경에서는 감독이 의도한 시각적 쾌감을 온전히 만끽하기 어렵다는 점은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대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서사와 완성도 면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를 만한 걸작임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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