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시리즈화되는 순간 관객은 주인공의 삶을 오랫동안 함께할 운명을 얻는다. 과거 북한 최정예 요원이던 미영은 이제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이상 전투와 충돌도 가리지 않는 그의 변화는 관객이 <오케이 마담> 시리즈와 함께 축적해온 시간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엄정화가 있다. 미영을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사람. 미영의 삶과 고민, 사랑과 미움을 그대로 투영한 ‘엄정화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이제 막 우리에게 도착했다. 우린 또 그와 어떤 시간을 쌓을 수 있을까. 여름의 푸른 바다 위에서 새로운 챕터의 문을 연 엄정화가 답했다.
- 미영을 6년 만에 다시 연기했다. 어떤 것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또 어떤 차별점을 더하고 싶었나.
= 6년 전 하이재킹당할 위기의 비행기를 구하고 나서 가족들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이후 다시 일상생활을 이어가는데, 미영은 조금씩 나이도 먹고 삶에 지쳐갔을 거라 생각했다. 꽈배기 가게도 생각만큼 잘 안되고. 모든 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그 와중에 결혼식에 초대받은 크루즈에서 또 다른 납치극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첫 번째 전투를 벌이는 시퀀스에서 미영이 신난 것처럼 연기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정도는 미영이한테 껌이니까! (웃음)
- 엄정화 배우의 연기를 보면 호흡이 인상적이다. <오케이 마담2>에서 딸 나리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안야(최수영)에게 분노할 때에도 슬픔을 아는 호흡으로 감정 연기를 한다.
= 연기를 할 때마다 내가 진짜 그 캐릭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진짜 미영이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피도 눈물도 없는 최정예 요원이라지만 딸에게 권총을 겨눈 상황에서 냉철할 수 있는 엄마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인 중간 지점을 찾아가고자 했다. 딸을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 하나, 딸에게 총을 겨눈 것을 참을 수 없는 분노 하나. 이런 상황에서 너무 냉철해도 이상하고, 너무 분노만 해도 이상하다. 감정을 숨기도록 훈련받아온 미영이지만 엄마는 어쩔 수 없다.
- 이번에는 무대가 비행기에서 크루즈로 옮겨졌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액션의 방식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 너~무 자유로웠다.(웃음) 1편 촬영 당시 오랫동안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 꿈이 드디어 이뤄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 안에 들어가보니 복도도 너무 좁고 좌석들도 쇠처럼 단단해 이동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 중압감이 밀려와서 와락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부터가 과제였고, 어떤 공간에 있든 겁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런데 크루즈는 얼마나 널찍한가. 막 뛸 수도, 날아다닐 수도 있다. 정말 자유로웠다. 무엇보다 지난 6년 동안 복싱을 해서 처음 액션영화를 촬영하던 때와 다른 상황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훨씬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 의상이 신의 한수다. 라이더 재킷을 입고 크루즈 곳곳을 누비는 미영의 이미지는 K-샤를리즈 테론이나 K-우마 서먼이라 할 만하다.
= 제작사 올의 김윤미 대표 아이디어다. 김윤미 대표가 어느 날 이렇게 말하더라. 속편에서는 미영이를 평범한 아줌마처럼 그리지 말자고. 정말 정말 멋진 여성 히어로로 보여주자고. 한정된 크루즈 안에서 최대한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서 중간에 의상을 바꿨다.

- 배우 최수영과 일대일로 대적하는 액션 장면을 보는 순간, 영화가 정점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 여자들끼리 하는 액션을 다룬 영화가 거의 없지 않나. 그래서 더 엄격하고 밀도 높게 그 장면을 소화하려고 수영이와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촬영 당일에 날씨가 정말 혹독했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내리치고 우박까지 내렸다. 그때 수영이가 말하더라. “선배님, 너무 추워요. 오늘 못 찍을 것 같아요.” 선배로서 이런 의견을 전달해줘야 상황이 종료되는데 그때 마침 거친 파도가 절경이었다. 내가 그 장면에 상상한 바로 그 파도였다. 결국 수영이에게 말했다. 우리 오늘은 풀숏만이라도 건지자. 내일 추가로 디테일 컷을 찍더라도 오늘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 그러자 수영이도 모든 걸 쏟아부어줬다. 결과적으로 나온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 시퀀스가 왜 이렇게 짧게 지나갔지? (웃음)
- 그 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뭔가.
= 연약해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여성이라고 액션이 쉬워 보이지 않길 바랐다. 우리는 배우니까 진짜 멋있게 해버리자, 그런 말을 수영이와 자주 나눴다. 배우 최수영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게 등장했다 금세 사라지는 세상에서 자기다움을 헷갈리지 않는 게 진짜 자산이라고. 그리고 그 자기 확신이 배우 엄정화 안에서 보인다.
=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떻게 그렇게 변하지 않았냐고. 성격도 가치관도 말투도 어떻게 그렇게 변하지 않을 수 있냐고.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을 하거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에 열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고, 그 일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다. 좋은 구성원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으면 좋겠다.
- <오케이 마담> 시리즈가 해피엔드에 다다르는 방식도 유의미하다. 단순히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고, 모든 이들이 백절불굴의 자세로 고군분투하다가 일상으로 돌아간다. 폭염의 한가운데에서 이 영화는 어떤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 내게 꿈이 있다면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한순간에 같이 웃고, 한순간에 슬퍼하는 것이다. 축구도 다 함께 봐야 진짜 재미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많은 감정을 <오케이 마담2> 앞에서 상호교류했으면 좋겠다. 영화가 끝났을 때 산뜻하고 기분 좋아지는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시네마 천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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