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직장인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이어폰을 낀 채 영상을 보거나 메일을 확인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황급히 업무에 돌입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칼퇴근하기 위해 야근만큼은 피하려 애쓴다.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성장하고 때로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은 거창한 사건이나 암투, 음모 대신 직장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선택하고, 판타지 대신 현실 친화적인 로맨스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비록 폭발적인 시청률이나 파괴력 있는 인기몰이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내일도 출근>은 있는 그대로 소박한 직장인의 삶을 담아내며 잔잔한 재미와 온기를 선사했다.
그 중심에는 차지윤이라는 인상적인 캐릭터가 있었다. 배우 박지현이 그려낸 차지윤은 일과 사랑,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평범하면서도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설득력을 더했다.
우아함을 내려둔 순간 드러난 진짜 매력
그동안 박지현에게는 재벌가 인물, 기품 있는 우아함, 차가운 분위기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모현민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영화 <히든 페이스>,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등을 거치면서 도회적이고 냉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에서는 거친 입담의 혼성그룹 멤버로 코믹 연기에 도전했지만, 재벌가 며느리라는 설정 자체는 기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도 출근>만큼은 달랐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 캐릭터를 연기한 박지현은 담백한 생활 연기로 자신을 향한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뜨렸다.
'힘을 뺀 연기' 덕분에 7년 차 전자회사 선임인 차지윤에게도 자연스러운 숨결이 더해졌다. 방송 초반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 애쓰다가도 상사의 작은 배려에 이내 흔들리고,일은 잘하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또 옛 연인과의 상처를 이겨내고 현실로 돌아온 지윤은 성공을 꿈꾸면서도 새로운 사랑 역시 놓치지 않으려는 솔직함을 드러냈다.
사내 연애 공개 후 서늘해진 분위기 속에서도 지윤은 "실력으로 다 눌러버리죠"라고 다짐한다. 타인의 편견과 오해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며 주체적인 인물상을 그려낸 차지윤은 결국 일과 사랑 모두를 포기하지 않는다. 박지현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이 과정이 지금처럼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박지현의 새로운 모습
<내일도 출근>에는 <신입사원 강회장>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이나 <은밀한 감사>처럼 자극적인 전개가 없다. 대신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출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단조로운 일상조차도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박지현은 재벌가 며느리나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뿐만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직장인의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작품을 경험하면서 그는 본인만의 분위기를 현실적인 캐릭터에 맞춰 유연하게 조율하는 능력을 키웠다.
<내일도 출근>을 통해 박지현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매력을 꺼내 보였다. 그리고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충분히 캐릭터를 설득할 수 있는 연기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차지윤을 만나면서 보여준 박지현의 변화는 앞으로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김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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