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켐은 사내이사 안 모 씨의 15억 원 규모 업무상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횡령 발생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14% 수준이다. 회사 측은 내부 감사 과정을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2년생인 안 씨는 2019년 콘텐츠 제작사 이야기사냥꾼을 설립한 인물로, 이 회사가 2021년 아크미디어에 흡수합병되면서 아크미디어 대표를 맡았다. 아크미디어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제작사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등을 제작했다. 이후 안 씨는 2025년 5월 유니켐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대표로 합류해 관련 사업을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와 간부 유착”…KBS 드라마 촬영 중단
문제는 안 씨가 상장사 자금 횡령뿐만 아니라 대형 방송 제작비까지 들고 잠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KBS 노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 7월 셋째주 오는 9월 편성 예정이던 KBS 2TV 새 주말드라마 ‘너말고 다른 연애’의 제작비 80억원을 들고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드라마는 유니켐이 제작을 맡았으며, 현재 촬영이 중단된 상태다.
KBS 노조 측은 “유니켐은 모피, 피혁, 가죽 제작을 하는 드라마와 엔터업계와 전혀 관계없는 회사로, 아크미디어가 비리의혹에 휩싸이니 안 씨 측에서 인수한 회사”라며 “안 씨는 지창배가 투자하고 지배하는 제작사의 대표가 돼 지창배의 하수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외주 제작사 선정 및 자금 집행 과정에서 제작사와 방송사 간부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 씨가 거쳐간 아크미디어는 지창배 대표가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지배해온 제작사다. 안 씨가 유니켐 사업부 대표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5월 기존 최대주주가 물러나고 지창배 측 네트워크로 지배구조가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지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과 별개로 펀드 자금을 유용한 의혹을 받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아크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조성한 사모펀드 ‘코리아그로쓰제1호’다. 이 펀드를 비롯한 원아시아 펀드들의 최대 출자자(LP)는 고려아연이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 펀드에 총 5600억원을 출자했다. 원아시아 8개 펀드 중 6개 펀드는 고려아연 지분율이 96%를 넘어 사실상 단독 LP라는 설명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 대표는 중학교 동창 사이다.
고려아연 자금이 대거 투입된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사인 아크미디어 출신 인사가 사업부 대표를 맡은 유니켐에서 횡령 의혹에 휘말리면서, 고려아연의 원아시아 투자를 둘러싼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부실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종속회사 관련 특수관계자 거래를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 등이 적발돼 담당임원 해임권고 등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한편 본지는 안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십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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