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동궁 8회 소설 리뷰 '구천'
254 1
2026.07.19 15:31
254 1

-혼을 사멸시키는 것 만큼은 피하려고 했는데.

-네 놈은 날 사멸할 수 없다. 

다른 이의 혼을 사멸시킨다면

그 인과로 너 또한 악귀가 될 터이니.

 

비릿한 웃음을 짓는 세자의 영혼. 

그 어깨에 칼을 꽂아 바닥으로 쓰러뜨린다. 

왕가에 태어나, 존귀한 세자의 지위에 오른 인간. 

하지만 그 영혼은 저 바닥을 향해 스스로 치닫고 있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욕망과 악의 힘에 짓눌려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도 모르는 

저 불쌍한 혼을 본다. 

 

저 영혼을 사멸하는 것은, 거대한 대죄. 

평생으로도 갚을 수 없는 업을 쌓는 것. 

나라는 영혼의 죽음을 뜻한다. 

평생을 도망쳐왔던 그 끔찍한 업에 이 몸을 내던져버리는 것이다.

 

-알고 있소. 

허나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저주가 풀리지 않아 옹주가 죽겠지. 

태초의 귀매를 만난 순간부터

악귀가 되는 건 각오했소!!

 

망설임 따위 없이 검을 내리꽂는다. 

욕망으로 새하얗게 타올랐던 세자의 혼이 

이제는 새까맣게 부식되어,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리고.

나의 혼에도, 종말의 시간이 온다. 

 

아아. 

느낄 수 있다. 

이 귀의 세계 건너편, 

생의 세상에 죽음이 선연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악귀의 힘인가. 

 

온 세상이 죽음으로 물들어가 편안해진다. 

끝끝내 인간이려 붙들고 있었던 죄의 무게가 가벼워간다. 

도덕도 없다. 마음도 없다. 

평생을 괴롭혀왔던 그 수많은 인간의 조건과 기준들이 사라져간다. 

모든 것이 이대로 편해져 갈 것이다. 

그대만, 아니었다면. 

 

옹주, 생강.

잠든 듯 쓰러진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는다. 

 

-내 남은 양기를 다 줄테니

 

폭주할 듯한 정신을, 겨우 밝히고 있는 내 마지막 양기를. 

그녀에게 불어넣는다. 

나에게 양기를 주었던 그녀에게, 

목숨을 주었던 그녀에게. 

그리고, 

 

그 귀한 마음을 주었던 그녀에게.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삶이란 것을. 

살아도 된다는 것을. 

그러니 그대는. 

 

-돌아가시오. 

 

그녀의 심장을 두드린다. 

저 수면 아래 가라앉은 그녀의 영혼을 생의 세계로 돌려보낸다. 

그대가 몇 번이고 내게 해주었듯이.

 

살아가시오. 

감나무에 햇빛이 고이 열리는 계절, 

그대의 웃음이 꽃잎처럼 흐드러지던 햇살 아래 

그 수많은 아름다운 나날들을 그대는 살아가시오, 부디. 

 

그렇게 홀로 남아, 스스로를 본다.

양기를 소진한 몸. 

추해진 얼굴. 

귀매에 단단히 묶인 쇠사슬.

웃음이 난다. 

이제 이 몸은 완연한 괴물이다. 

이 구천, 귀의 세계에 걸맞는 추악한 괴물이다. 

 

저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태초의 귀매가 계약을 이행하라 나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운명과 싸울 것이다. 

그것이 소중한 당신이 가르쳐준 삶의 방식이니까. 

결코, 악귀란 명으로 내 삶을 끝맺지 않으리라. 

 

-기왕 이렇게 된 거 

한판, 거하게 놀아보자. 

악귀가 된 것도 모자라 귀매에게 혼이 먹히느니 차라리..!

 

뛰어든다. 

태고의 어둠 속으로. 

마지막까지 당신이 나를 부르던 그 이름. 그것 하나만을 가지고. 

그 이름. 

그것은 저 땅끝이 아닌

아홉 하늘 중 가장 높은 하늘.

 

나는구천이다.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성분에디터X더쿠💙] 더운 여름 축 처지는 모공 고민?! 성분에디터 그린토마토 NMN 포어 리프팅 모공 앰플 체험이벤트 #화잘먹극찬템 #곰돌이푸 굿즈 증정 194 07.19 15,766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81,90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355,30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763,43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676,938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25.09.11 577,738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8 25.05.17 1,167,784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4 25.05.17 1,237,308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5/22 ver.) 163 25.02.04 1,833,320
공지 알림/결과 ─────── ⋆⋅ 2026 드라마 라인업 ⋅⋆ ─────── 125 24.02.08 4,666,314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92,958
공지 알림/결과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ノ =͟͟͞🎟 175 22.03.12 7,176,878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11 21.04.26 5,746,047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840,286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310 19.02.22 5,983,576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142,6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998808 잡담 ㅅㅍ호프 난 재밌게 봤는대도 중간에 01:32 8
15998807 잡담 호프 정호연 캐릭터 소리지를때 ㄹㅇ 못알아듣겠어 2 01:32 9
15998806 잡담 아파트 수도권에서 가야 유물ㅋㅋㅋㅋㅋ 1 01:32 11
15998805 잡담 호프 화살아저씨는 심지어 ㅅㅍ 1 01:31 18
15998804 잡담 스김부장 방송전에 커피차 한거 알아??? 01:31 7
15998803 잡담 근데 호프 오늘이 어제만큼 나왔어야됐나? 6 01:31 77
15998802 잡담 불호여도 찍먹해봐는 오타쿠들도 그런 사람이 소수 아닌가? 01:31 30
15998801 잡담 오디세이도 빨리 보고싶다 01:30 14
15998800 잡담 나 사실 스파이더맨 최애 1 01:30 32
15998799 잡담 오싹한연애 베개 던지는 족족 다 얻어맞는거 개욱김 01:30 10
15998798 잡담 견우와선녀 봉수모닝👿❤️‍🔥 2 01:30 7
15998797 잡담 영화관 스크린 비율 조정 할 수 있음 좋겠다 01:30 24
15998796 잡담 요즘 넘 재밌는게 많아서 행복하다 01:30 22
15998795 잡담 그래도 군체 울 동네는 한타임씩 걸려있당 01:30 15
15998794 잡담 호프 걍 입소문이 일반인한테 바로 안좋게 난거같던데 어제 친구만났는데 01:29 88
15998793 잡담 나는 슾디 셰이디싱크 너무기대됨 ㅋㅋ 3 01:29 30
15998792 잡담 호프 화살아저씨한테 제대로 된 롤도 안 줌 10 01:29 104
15998791 잡담 불호여도 찍먹하는 관객이 다수였다면 영화관 불황도 아니었을듯 ㅠㅠ 3 01:29 66
15998790 잡담 한국소설중 은근 sf재밌는거 많음 3 01:29 52
15998789 잡담 아니그리고 시리즈 영화같은거 대부분 원작이 있어서 관객들이 다 짐작하고 보는데 1 01:29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