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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 8회 소설 리뷰 '구천'

무명의 더쿠 | 07-19 | 조회 수 260

-혼을 사멸시키는 것 만큼은 피하려고 했는데.

-네 놈은 날 사멸할 수 없다. 

다른 이의 혼을 사멸시킨다면

그 인과로 너 또한 악귀가 될 터이니.

 

비릿한 웃음을 짓는 세자의 영혼. 

그 어깨에 칼을 꽂아 바닥으로 쓰러뜨린다. 

왕가에 태어나, 존귀한 세자의 지위에 오른 인간. 

하지만 그 영혼은 저 바닥을 향해 스스로 치닫고 있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욕망과 악의 힘에 짓눌려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도 모르는 

저 불쌍한 혼을 본다. 

 

저 영혼을 사멸하는 것은, 거대한 대죄. 

평생으로도 갚을 수 없는 업을 쌓는 것. 

나라는 영혼의 죽음을 뜻한다. 

평생을 도망쳐왔던 그 끔찍한 업에 이 몸을 내던져버리는 것이다.

 

-알고 있소. 

허나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저주가 풀리지 않아 옹주가 죽겠지. 

태초의 귀매를 만난 순간부터

악귀가 되는 건 각오했소!!

 

망설임 따위 없이 검을 내리꽂는다. 

욕망으로 새하얗게 타올랐던 세자의 혼이 

이제는 새까맣게 부식되어,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리고.

나의 혼에도, 종말의 시간이 온다. 

 

아아. 

느낄 수 있다. 

이 귀의 세계 건너편, 

생의 세상에 죽음이 선연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악귀의 힘인가. 

 

온 세상이 죽음으로 물들어가 편안해진다. 

끝끝내 인간이려 붙들고 있었던 죄의 무게가 가벼워간다. 

도덕도 없다. 마음도 없다. 

평생을 괴롭혀왔던 그 수많은 인간의 조건과 기준들이 사라져간다. 

모든 것이 이대로 편해져 갈 것이다. 

그대만, 아니었다면. 

 

옹주, 생강.

잠든 듯 쓰러진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는다. 

 

-내 남은 양기를 다 줄테니

 

폭주할 듯한 정신을, 겨우 밝히고 있는 내 마지막 양기를. 

그녀에게 불어넣는다. 

나에게 양기를 주었던 그녀에게, 

목숨을 주었던 그녀에게. 

그리고, 

 

그 귀한 마음을 주었던 그녀에게.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삶이란 것을. 

살아도 된다는 것을. 

그러니 그대는. 

 

-돌아가시오. 

 

그녀의 심장을 두드린다. 

저 수면 아래 가라앉은 그녀의 영혼을 생의 세계로 돌려보낸다. 

그대가 몇 번이고 내게 해주었듯이.

 

살아가시오. 

감나무에 햇빛이 고이 열리는 계절, 

그대의 웃음이 꽃잎처럼 흐드러지던 햇살 아래 

그 수많은 아름다운 나날들을 그대는 살아가시오, 부디. 

 

그렇게 홀로 남아, 스스로를 본다.

양기를 소진한 몸. 

추해진 얼굴. 

귀매에 단단히 묶인 쇠사슬.

웃음이 난다. 

이제 이 몸은 완연한 괴물이다. 

이 구천, 귀의 세계에 걸맞는 추악한 괴물이다. 

 

저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태초의 귀매가 계약을 이행하라 나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운명과 싸울 것이다. 

그것이 소중한 당신이 가르쳐준 삶의 방식이니까. 

결코, 악귀란 명으로 내 삶을 끝맺지 않으리라. 

 

-기왕 이렇게 된 거 

한판, 거하게 놀아보자. 

악귀가 된 것도 모자라 귀매에게 혼이 먹히느니 차라리..!

 

뛰어든다. 

태고의 어둠 속으로. 

마지막까지 당신이 나를 부르던 그 이름. 그것 하나만을 가지고. 

그 이름. 

그것은 저 땅끝이 아닌

아홉 하늘 중 가장 높은 하늘.

 

나는구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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