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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동궁 1화 엔딩 소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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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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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 

가장 높은 하늘을 부르는 이름. 

하지만 또다른 구천의 뜻은 땅속 깊은 밑바닥. 죽음의 세계. 

어미가 둘 중 어떤 뜻으로 자신을 불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결국 구천이 속하게 된 세계는, 저 바닥이었으니까.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그 세계. 

그 곳을 구천은 이렇게 칭했다. 

귀의 세계, 라고. 

 

빌어먹을 통행료. 

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대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늘, 죽음이었다. 

 

구천이 가장 처음 죽음을 겪었던 그 물 속. 

얕은 물 속이든, 깊은 물 속이든, 

사람의 숨을 틀어막는 그 곳은 죽음의 장소였다. 

복숭아 나무가지 하나를 끼고, 

생명줄 하나만을 목에 건 채, 

깊게, 그렇게 목숨의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는다. 

끔찍하도록 묵직하게 내리찍는 고통과 함께.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모든 고통이 마치 없었던 듯 사라지는 것이다. 

혼이, 육신을 버렸으니까. 

 

육신을 벗어버린 혼이, 

검은 원념으로 뒤덮힌 물 속을 거슬러 수면 위로 끌려 올라간다. 

다시 올라온 그 곳은, 방금 전까지 구천이 보았던 화려한 궁이 아니었다. 

꽃망울 하나 없이 바싹 마른 검은 가지. 

이것이 진짜 궁의 모습인가. 

계단 하나 돌뿌리 하나까지 뻗혀 있는 지독한 원념들. 

이 궁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죽음과 원한 위에 세워진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할 시간 따윈 없었다.

어린 세자가 죽어가고 있고

그 어린 몸뚱이를 살려내지 못하면 다음은 구천의 진짜 죽음일 테니까. 

 

생강은 사내가 빠져들어간 물 밖에서 초조해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끌어내야 하는게 아닌가. 

괜히 이 궁의 죽음만 하나 늘린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딸랑. 

 

생강의 귓전으로 스쳐지나가는 소리. 

어릴 적부터 생강의 곁을 떠난 적이 없는 그 소리. 

그 사내가 쥐고 간 자신의 방울 소리였다.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그 자가 지금, 이 곳에 있다. 

생강은 서둘러 달리기 시작했다. 

방울 소리가 향하는 곳으로. 

 

“세자!”

마치 허공에 스스로 떠 오른 듯한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중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세자를 사지를 묶은 귀신의 검은 원념이, 그 작은 몸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온 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 어린 세자의 눈이 뒤집혔다. 

이제 죽음이 곧, 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구천의 검이 원념을 찢어냈다. 

 

복숭아 나무, 

원래의 세상에서는 한낱 여인의 손에도 꺽이는 나뭇가지에 불과하지만 

이 곳에서는 달랐다. 

귀신을 베는, 가장 강한 검. 

 

덩굴같이 단단히 매여 있던 원념은 고통 속에서 꿈틀거리며 물러났고, 

세자의 몸도 바닥으로 털썩 떨어졌다. 

 

바깥에 있던 궁녀들의 소란을 본 생각은 직감했다. 

-그 자가 말한 것이, 바로 지금이로구나. 

 

-영안군이 중간에 깨어날 기미가 보이면 

그 쪽의 피를 보여주시오. 

기회는 짧소. 

 

알고 있다. 

그리고, 생강은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단도가 여린 손바닥 위를 망설임없이 그어내렸고, 

하얀 손바닥 위로 붉은 일선이 생겨났다. 

아픔에 찡그릴 새도 없이, 그 손바닥으로 이마를 스윽 훔친다. 

선명한 핏자국이 이마에 새겨졌다. 

 

-보아라. 

또다른 왕가의 피가, 이 곳에 있다. 

 

세자를 감싼 구천을 내리찍던 기괴한 그것이 

순식간에 문을 뚫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보이지 않아도 생강은 알 수 있었다. 

복도에서 줄줄이 쓰러지는 궁녀들. 

공간을 채우는 지독한 사기. 

 

저 곳에 있다. 그것이. 

끔찍한 증오, 원념,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들 듯한 깊숙한 어둠. 

그것이 생강을 덮친다고 생각한 그 순간!

 

구천은 있는 힘껏, 

그것의 등 뒤로 검을 내리꽂았다. 

 

온 궁으로 뻗어나갔던 원념의 뿌리들이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역시 안 되네.

구천은 손을 내밀어 귀의 세계에 선명히 남은 그녀의 표식, 그 피를 닦아 내었다. 

-저 놈의 정체를 모르니.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저 놈이 이 귀의 세계 너머,  저 여인에게 손 끝 하나 대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 

 

-진짜 여기 있어.  

 

보일 리 없는데도, 왠지 생강은 알 수 있었다. 

그 자가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것을. 

그녀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넌 누구냐. 

무슨 원한으로 왕실의 핏줄들을 죽이느냐. 

 

질문이야말로, 모든 사태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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