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가 침체와 투자 위축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사극(시대극) 영화 제작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막대한 세트 제작비와 의상, 대규모 보조 출연자 동원 등으로 제작비 부담이 큰 탓에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거나 제작이 연기됐던 대형 사극들이 최근 잇따라 제작에 돌입하거나 캐스팅에 속도를 내며 충무로에 ‘사극 르네상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출발점은 2월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그린 ‘왕사남’은 관객 1600만 명을 돌파하며 매출액 기준 역대 박스오피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왕사남’의 성공은 관객들이 여전히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역사극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투자·배급사들이 사극 프로젝트를 다시 적극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작품이 ‘살생부’다. ‘왕사남’을 통해 계유정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계유정난으로 모든 것을 잃은 소녀가 살생부를 작성한 계략가 한명회를 처단하기 위해 복수에 나서는 액션 사극으로, 누적 조회 수 1억2000만 회를 기록한 같은 제목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블록버스터 규모의 또 다른 사극 ‘남벌’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충무로 대표 촬영감독인 이모개의 연출 데뷔작으로,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왜구에게 납치된 조선인을 구하기 위해 대마도로 향한 아홉 무사의 사투를 그린 액션 대작이다. 이병헌이 ‘남한산성’ 이후 10년 만에 선택한 사극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곽경택 감독의 ‘토벌’도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제강점기 말부터 해방 전후 격동기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군도’, ‘전, 란’ 등으로 사극 연기 호평을 받았던 강동원이 출연을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