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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피디저널] '맨 끝줄 소년'이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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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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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소년'이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최민식X최현욱 연기 시너지 속에 숨은 테마 찾기

 

지난 6월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지난 6월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시리즈물 <맨 끝줄 소년>은 최민식, 최현욱의 앙상블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 데뷔 소설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국문과 교수 허문오(최민식). 그가 수업에서 만난 재능 있는 학생 이강(최현욱). 문오는 이강을 제자로 키우고 싶어 그와 문학 수업을 한다. 이강이 자기 주변에서 생기는 일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문오에게 과제로 제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초반에 시리즈를 이끄는 원동력은 이강이 들려주는 소설의 짜릿함이다. 이때까지 <맨 끝줄 소년>은 소위 "도파민 터지는" 드라마의 전형이다. 친구 세윤(이진우)의 집에 같이 살게 되는 이강. 그는 세윤의 엄마 은주에게 끌린다. 한편, 세윤의 아빠에게 어두운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다음에 계속>

 

그런데, 중간 무렵 시리즈에 의미 있는 변곡점이 나타난다. 다른 말로 "문학적 사건". 문오는 이제 이강의 과제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그에 삶에 개입하려 든다. 앨리스가 토끼 굴에 추락하듯 이강의 소설을 허겁지겁 탐닉하는 문오의 모습은 무서울 지경이다. 이 과정의 저변에 흐르는 것은 무엇이며, 여기서 '최민식의 얼굴'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다시 말해, 이 시리즈의 숨은 테마와 배우 최민식에 대해 말해보자. 아래부터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맨 끝줄 소년>의 스토리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면 이렇다. 이강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봉사활동을 온 문오 부부를 만난다. 선뜻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이강에게 문오는, 자기 상황을 '오리 가족'에 빗대어 말하는 법을 알려준다. 가슴 아픈 사정을 이야기로 만들어 풀어보라는 가르침. 이강은 감동하지만, 문오가 아내에게 "뭐라도 있나 싶어 물어본 건데 다 똑같은 구질구질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잘못된 여정의 시작. 아마도 이때 어린 이강의 맘 속에는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라는 결심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후 이강은 문오가 있는 대학에 입학해 그의 눈에 띄고, 따로 문학수업을 받으며 친구 '세윤(이진우)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문오도 처음에는 좋은 선생이다. 관음하지 말고 관찰하라.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하지만 세윤의 아빠가 다름 아닌 김수훈(허준호), 그의 첫사랑을 가로챈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을 안 문오는 중심을 잃기 시작한다. 이후 문오는 이강의 과제를 통해 세윤의 집을 관음하며, 누구보다 섣불리 김수훈을 판단한다. 

 

이강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실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이라, 이것이 과연 진실인지 의심할 법하다. 문오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그가 몹시 질투했던 김수훈과 사모했던 안은주(김윤진)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그의 오랜 욕망과 만나는 순간, 문오는 거리를 지키지 못하고 이야기 안에 들어선다.

 

이강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고, 핍진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강이 '이야기' 그 자체를 상징한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자기 삶의 진실을 담은 이야기를 건넸다가 폄하 당한 순간, 그는 진실 없는 자극을 택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이강은 폭로 메일을 통해, 허문오가 김수훈을 모함하는 내용을 "강제로 쓰게 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얼핏 누명 씌우기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강이 어린 시절 모욕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이건 이야기가 진실을 버리고 자극만을 좇게 되는 과정을 은유하기도 한다. 이강은 이야기의 사악한 권능을 행사하는 대리자이며, 문오가 그토록 원했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찾아온 사신이다.  

 

마지막에 문오는 아내와 직장을 잃고, 서점 주인이 된다. 자기 욕망에 빠져 이야기 속을 헤맨 남자는 그 대가로 삶을 잃어버리고 이야기에 갇히고 만다. 평생 이야기를 찾아다니다가 이야기에 잡아먹힌 것이다.

 

<맨 끝줄 소년>은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원작에 비해 시리즈가 탁월한 지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배우 최민식의 활용이다. 그의 얼굴은 자연스레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데, 바로 <올드보이>다. 묘하게도 <올드보이>는 여러 지점에서 이 시리즈와 겹친다. 오대수(최민식)는 자기를 가둔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 과정은 역설적으로 오대수 자기를 향한 복수를 완성한다. 그는 어린 시절 못된 소문(이야기)을 퍼뜨린 원죄로, 하나의 소문이 되어버린다. 

 

<맨 끝줄 소년> 역시 비슷한 구도다. 문오는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이 과정은 (문오를 통해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이강의 욕망에 복속한다. 그렇게 어리석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깨닫고 나서 광기 어린 표정으로 껄껄 웃는 문오의 얼굴은 <올드보이>의 마지막에 오대수가 정면을 바라보며 기괴하게 웃던 얼굴과 겹친다. 이 순간, 욕망에 이끌려 이리저리 헤매다 이야기가 되어버린 두 남자가 만난다. <맨 끝줄 소년>과 <올드보이>는 다른 점이 많지만, 이야기의 자극에 홀려 끝내 포획된 인간의 초상 위로 포개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오와 오대수의 얼굴 위로 겹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우리의 얼굴이다. <맨 끝줄 소년>의 희곡 원작은 영상물로 변환되며 '이미지'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는다. 글자는 상상을 필요로 하지만, 영상은 당신의 머리에 이미지를 꽂아 넣는다. 세윤의 집에 관한 자극적인 소문이 이미지로 펼쳐질 때 우린 그것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오와 동화된다. 마지막에 난동을 부리는 문오를 물끄러미 보는 세윤의 가족들. 이때 배우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데, 그 시선은 카메라 너머 우리에게 닿는다. 당신은 문오와 얼마나 다르냐고 묻는 시선이다.

 

OTT, 유튜브에 AI까지 더해지며 온갖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다. 이제 우린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이야기든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풍족함이 어디를 향할지 알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삶의 진실을 포기하고 욕망만을 좇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무수한 콘텐츠는 욕망을 달래는 허구의 이미지로 전락할 것이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이미지를 흡입하는 걸신들의 시대는 끔찍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남았다. 그건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다.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이야기에 잡아먹힐 것인가. 문학 수업은 끝나지 않는다.

 

홍수정 영화평론가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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