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신세계 왜 차세계는 손 실장을 곁에 두는가? 윤병희가 찾은 답[EN:터뷰]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한 배우 윤병희의 '멋진 신세계' 종영 인터뷰는 윤병희의 "생애 첫 라운드 인터뷰(복수의 취재진이 함께하는 공동 인터뷰)"였다. "감개무량합니다, 진짜"라고 웃은 윤병희는 부드러운 소재의 검은색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차세계(허남준) 스타일"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낸 그는 "제가 구제, 빈티지 좋아하는데 여성 의류 코너에서 산 지 5년 됐다"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베테랑 배우이지만 여전히 배역을 떠나보내는 건 아쉽다. 종영 소감을 물으니, 윤병희는 "아, 항상 역할을 떠나보내는 게 되게 괴로운 시간인데 이번 손재한이라는 친구가 손재한으로서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서글프더라.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배우로서 큰 보람, 감사를 느끼는 시간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작품을 마칠 때마다 깊이 이입해 떠나보내기 힘들어하는 편일까. 윤병희는 "오랜 시간 함께하면 그게 진해지는 거 같다. 저(의 분량) 90% 이상이 차세계와 함께하면서 공간도 사무실, 비서실에 깊게 오래 있다 보니까 더 많이 유독 감정 이입이 됐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임지연)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의 일촉즉발 전쟁 같은 로맨스 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윤병희는 수족처럼 차세계 지근거리를 지키는 비서실장 손재한 역을 맡았다.
손재한은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으로 하게 된 역할이었다. "감사하게도 제안받아서 했다"라고 말문을 연 윤병희는 "사실 (한태섭) 감독님이랑은 좀 오래된 인연이다, 개인적으로. '스토브리그' B팀 감독하실 때 (양원섭 역) 오디션 추천을 감독님이 해 주셨다. 같이 작업하며 더 친밀도가 쌓였고, 그런 와중에 '치얼업'으로 본인 입봉(데뷔)하시고 그때 특별출연 제안 주셨을 때 흔쾌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관계가 계속 쌓였다. 서로 모니터하고 잘 보고 있다고 했다"라며 이번 '멋진 신세계'에서는 "딱 한 마디"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거(손재한 역), 형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윤병희는 "감독님께서 (배역을) 아무나 결정하진 않지 않나. 어, 이건 너무 감사한 제안이니까 무조건 해야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작품이 잘될 줄 예상했는지 궁금했다. 윤병희는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랑받은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본을 읽을 때 굉장히 신나게 페이지를 넘겼던 거 같다는 것"이라며 "(제 역할이) 손재한 실장이면 손재한으로서 들여다보는 시간 때문에 (중간에) 멈출 수도 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너무 뻔할 거 같은데 안 뻔하고 이야기가 되게 신나서 페이지를 넘겼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대본을 보고 윤병희는 생각했다. '왜 차세계는 손 실장을 곁에 두는가?' 아무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질 것 같은 악랄한 재벌 옆에 꼭 붙어있는 사람인 손 실장은 드라마의 재미 포인트이기도 했다. 윤병희는 "거침없이 말하지 않나. 저로 인해서 차세계가 마냥 악랄하고 악명 높은 사람 아니고 매력적이고 사람 냄새가 느껴졌으면 해서 그런 관계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지점에 제일 주요하게 깊게 깔고 연기했던 건 10년 차 집사"라며 "손 실장은 10년 차로 집사로 살면서 유독 예민한 고양이의 본능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제가 마냥 쫄면 (차세계가) 나쁜, 무서운 상사잖아요. 아무렇지 않은 표정 짓고 있으면 저는 그 분위기가, 공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에도 할 말 다하는 성격이었고요. 마냥 재미를 위해서 하면 '무슨 비서가 저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업무적인 부분, 회사에 관련된 일을 보고드릴 때는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연기하려고 했죠."
외적인 모습이나 말버릇처럼 세세한 부분도 준비했다. 윤병희는 "처음에 손 실장의 외적인 모습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시도를 해 봤다"라며 "기자님들이 (방송으로) 보신 그 헤어 스타일이 빈틈없는 비서실장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고, 저도 기존에 못 보여드렸던 스타일이어서 오케이(OK)가 됐다"라고 말했다.
윤병희는 "양복을 입고 있는데 단추 잠그고 푸는 기준도 저는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차세계)님 있을 때와 없을 때"라며 "셔츠 목 조르는 것도 남준 배우가 낸 아이디어다. 단정한 사람이 목 조이면 어떨까,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것도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곧잘 "대표님"이라고 답하는 것 역시 윤병희가 신경 쓴 부분이다. 그는 "제가 대표님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라며 "사실 대본에는 '네' 이거였다. 보통 대표와 비서 사이의 '네'인데 저희 드라마는 뻔하지 않은, 독특하게 꺾는 부분을 있다고 생각해 손 실장은 '대표님'(이라는 말) 안에 '무슨 일이세요?' '일단 진정하세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모든 걸 내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연기한 허남준과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매 순간, 매 컷, 매 신"에서. 윤병희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 외에도 대기하고 세팅하는 시간에도 저희는 차세계와 손 실장, 허남준과 윤병희의 시간을 많이 공유했던 거 같다"라며 "그래서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믿음, 신뢰가 생겼던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함께 호흡을 맞춘 허남준은 어떤 배우인 것 같은지 질문에, 윤병희는 "굉장히 반전 매력이 있다. 역할을 할 땐 차갑게 보이는데 평상시에는 애교도 많고 말랑말랑하고 밝다. 그래서 더 매력이 느껴졌다, 낙차가 커서"라고 말했다.
허남준은 라운드 인터뷰 당시 윤병희와 눈만 마주쳐도 웃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웠던 걸까. 윤병희는 "사실 스태프들은 전혀 안 웃었다, 둘만… 저들이 저래서 웃는구나 할 텐데 저희 둘만 웃고 있으니까 다들 '왜 그러지?' 하더라. 정말 말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순간순간에 다 다른 포인트가 있었다. 어느 날은 눈을 봤는데 웃기고, 오늘따라 차세계 말투가 막냇동생 같지? 했고, 악명 높은 대표가 왜 연애 상담을 하지? 할 때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웃음만 터진 건 아니다. 촬영 막바지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제가 F(MBTI 중 감정형)다. 완전 F다. 뭔가 감정 이입을 쓸데없는 데에도 많이 한다"라고 한 윤병희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보고도 금세 감정 이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 오늘 여기서 마시는 마지막 커피구나…' (※ 이때는 윤병희의 라운드 인터뷰 마지막 시간이었다)
"차세계를 연기하는 허남준 배우를 보고 있는데, 차세계를 남준이가 안 했으면 어땠을까, 누가 했을까 (하고 감정이) 올라오더라"라는 윤병희. 정말 눈물을 흘린 건지 질문하자, 그는 "아, 그래도 남잔데… 뒤에서 (눈물을) 훔쳤던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배우 윤병희의 대표작이자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은 작품 '스토브리그'에서 시작된 한태섭 감독과의 인연은 이번 '멋진 신세계'를 통해 한층 더 깊어졌다. 여러 작품을 거치며 느낀 바가 있는지 물음에, 윤병희는 "감독님은 일단, 배우의 역량과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들을 되게 잘 활용하시고 비춰주시는 거 같다"라고 답했다.
현장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도 정말 배우만큼 고민을 많이 하고 오시는구나!' 하고. 윤병희는 "배우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정말 큰 아이디어를 느낄 때도 있고, 그러한 작업의 시간이 쌓이면서 그러면 믿음과 신뢰가 깊어지지 않나. 그러면 배우들은 더 편하게 놀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저에게는 감독님의 가장 감사하고 큰 강점인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일까. 윤병희는 "시청자분들이 좀 깊게 몰입하고 계신다고 느낀 게 저를 걱정해 주신다는 거다. 손 실장님은 커피 한 잔 언제 편안히 드시나, 민지(고양이 이름)는 언제 보시나, 휴가는 언제 가시나… (저를) 극 안에서 걱정해 주셔서 재밌고 신기했다"라고 웃었다. 결말 관련해서는 "손 실장은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라며 "그래도 휴가 한 번 갔다 왔겠지? 하는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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