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이희준은 드라마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당초 이번 작품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 짐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께서 ‘긴 시간을 함께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을 때, 참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흥행은 어렵겠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멋지게 해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청률까지 화답해 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허수아비’는 첫 주 4%대로 출발해 6회 만에 7%를 돌파, 최종회 8.1%를 기록하며 ENA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주로 OTT 플랫폼에서 활약해 온 그에게 오랜만에 피부로 와닿는 안방극장의 열기였다.
“체감상 ‘유나의 거리’ 이후 처음인 듯해요. OTT 작품을 할 때는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끼기 어려웠는데, 확실히 TV 방송을 하니 식당에만 가도 많은 분이 알아보시고 반가워해 주십니다.”
다만 가족들의 반응을 전할 때는 웃음이 섞였다. 완벽한 악역 소화력 탓에 굳어진 강렬한 이미지 때문이다.
“가족들은 기뻐하면서도 ‘이제 착한 역할 좀 하면 안 되냐’고 합니다. ‘살인자ㅇ난감’, ‘악연’에 이어 계속 강한 캐릭터를 맡다 보니 저 스스로도 쉽지 않긴 해요. 감독님들이 제 얼굴에서 악역의 느낌을 유독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20년 지기 절친이자 극 중 대립각을 세운 박해수와의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희준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한국의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에 비유해 화제를 모았다.
“사실 그 농담을 던질 때만 해도 작품이 이렇게 잘될 줄 몰랐어요. 해수와 여러 작품을 함께했지만 큰 주목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소속사 대표님이 ‘이번에도 반응이 별로면 둘이 같이하는 건 마지막’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뭐 어때요, 전 계속 같이 하고 싶은데’라고 받아쳤죠. 다행히 흥행에 성공해서 지금은 대표님이 가장 기뻐하십니다.”
‘허수아비’는 이희준에게 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한 무대였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얼굴의 캐릭터를 향한 갈증을 짙게 남겼다. 끝없이 악의 얼굴을 파고들었던 그가 이제는 다른 온도의 삶을 들여다보려 한다.
“무조건 선한 배역만 고집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대중에게 온전히 사랑받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다른 결의 인물도 만나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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