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중심이 되는 출장과 일상에 쉼표를 찍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다는 건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관계와 삶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감독 이주형)은 우연히 만난 쇼타(오타니 료헤이 분)와 대성(진영 분)의 사직서와 연애편지가 뒤바뀌면서 일본과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성 영화다.
한국으로 마지막 출장을 앞둔 강철맨 CEO 쇼타와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의 고향 에노시마로 여행을 온 대성은 우연히 라면 가게에서 만난다. 옆자리에서 함께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상황을 이야기한 두 사람은 쇼타의 사직서와 대성의 편지를 바꾸고 각자의 못다 한 말을 대신 전해주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쇼타는 대성의 전 여자친구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그의 집으로 향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공연 뒤풀이를 하는가 하면, 대성은 우연히 인연을 맺은 할머니와 쇼타 아들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쇼타의 전 부인과 그의 새 남자친구와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글로 봤을 때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조합이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타지인 만큼 평소라면 망설였을 일들을 쉽게 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이해된다.
그러면서 삶의 일부분을 정리하려던 쇼타와 전 여자친구에게 집착했던 대성은 타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인생도 되돌아보게 된다. 이혼했지만 끼고 있었던 결혼반지가 하수처리장으로 빠져버리고 출근길에 부딪힌 회사원이 깨진 안경을 수리하지 않는 이유를 들으면서 그동안 억지로 붙잡은 채 놓지 않으려고 했던 걸 떠나보낼 수 있는, 열심히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도 얻는다.
어쩌다가 사직서와 편지가 뒤바뀌면서 일어나는 우당탕탕 해프닝은 어디선가 많이 봤을 법한 설정인데 각자의 진심을 전달할 용기가 없는 이들이 알아서 바꾸는 건 색다르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이후 타지에서 주인공들이 만나는, 저마다의 결핍을 가진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확실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지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것 같던, 혹은 처음부터 어울릴 생각이 없어 보였던 이방인들. 그래서 서로의 사직서와 편지만 냅다 전해주고 개인의 시간을 보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주인공들이다. 그런 그들이 스쳐 지나갈 사람들을 인연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면의 작은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나와 굳어 있는 마음을 환기시키면서 내려놓아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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