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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인터뷰] '군체' 연상호 감독 "전지현 캐릭터에 '건담'·'에반게리온'·'체인소 맨' 덕력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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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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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 위험성 경고…소수 의견과 개별성의 위대함 그린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독립 영화, 블록버스터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이어 온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연상호 감독이 영화 '군체'로 다시 돌아왔다.


좀비와 기생생물, 저주, 초능력, SF, 종교, 코스믹 호러, 시대의 통념에 희생된 이들의 비극 등 소재와 장르의 한계를 넘어 종횡무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펼쳐온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부산행'에 이어 한국 좀비 장르를 다음 단계로 진화시킨 작품으로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호평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군체'는 오는 6월 열리는 시드니영화제와 판타스틱 자그레브영화제에 초청됐으며, 7월 뉴욕아시안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여기에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초청까지 이어지며 국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연상호 감독을 만나 이번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좀비를 '사회의 잠재적 공포가 형상화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조지 로메로 감독이 처음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만들었을 때부터 그랬죠. 시대가 바뀌면 그 시대가 품은 공포의 앵글도 달라지잖아요. 근데 좀비물는 뭐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죠. 그래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작품에 최대한 '당대성'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현실 공포가 무엇인가 고민하고, 그걸 직관적인 형태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죠.


Q. 이번 좀비는 정보 업데이트 같은 특징적인 행동을 보여주던데 레퍼런스가 된 것이 있다면


가장 큰 모델이 됐던 건 '신체 강탈자의 침입' 혹은 '외계의 침입자'로 소개된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78)라는 전설적인 호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 신체 강탈자 외계인들이 인간을 발견했을 때 하는 기묘한 집단행동이 있거든요. 그 시대의 잠재적 공포를 형상화하고 압축한 행동인데 그것과 비슷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군체'에도 그런 시그니처를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나갔죠. 그런 좀비의 행태가 '군체'의 주제이자 캐릭터의 모든 것이라 봤어요.


Q. 결은 다르지만, 소재가 비슷한 애플TV 시리즈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도 생각나는 작품이다. 집단지성으로부터 자아를 지키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플루리부스'는 오프닝부터 신체 강탈자인 외계인 침공이 순식간에 성공해 버리는 느낌이라면 , '군체'는 좀비들이 직접 물어서 전염시키는 거라 속도가 좀 느리죠. 


제가 이 작품을 구상할 때 군집 생물들에 대해 재미있는 것을 많이 봤어요. 군집 생명체의 취약점이 뭐냐면 다 똑같기 때문에 약점이 하나 발견됐을 때 한꺼번에 전멸해 버려요. 그래서 생존을 위해 항상 돌연변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게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집단지성이라는 보편적인 사고의 총합이 왜 위험한지, 우리가 왜 '소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지가 군집 생물의 생존법에서 명확히 설명되거든요. 이 개념을 잡고 영화의 주제를 풀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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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지현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 권세정은 소수 의견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민폐 인물처럼 나오다가 결국 구심점이 된다. 이 캐릭터의 설계 과정을 설명한다면


애초에 권세정은 만들 때 '외톨이여도 괜찮다!'라는 외톨이 찬가를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인 중요한 캐릭터예요. 관객분들이 '군체'를 보시고 '좀반게리온(좀비+에반게리온)' 같다고 리뷰를 많이 남겨주시던데 정확하게 보신 겁니다. (웃음) 


사실 이런 민폐 외톨이 캐릭터 원조는 저희 세대의 콘텐츠거든요. '기동전사 건담'(1979)의 아무로 레이가 민폐 캐릭터 시초죠. 그 계보를 잇는 게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의 이카리 신지고요. 그게 '체인소 맨: 레제편'(2025)까지 내려온 겁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런 작품들은 다들 민폐에 외톨이에 사회 부적응자들이 실질적으로 주인공이었고, 그들의 영웅담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근간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죠.


제가 그동안 실사 영화를 할 때는 '부산행'처럼 대중적인 재난 영화 문법을 따랐거든요. 그런데 이번 '군체'는 50대로 접어들기 전 마지막으로 제 안의 오타쿠적인 감성과 덕력을 아주 순수하게 통째로 다 쏟아부은 작품입니다. 덕후 관객분들께서 그걸 알아채시고 뜨겁게 반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


Q. 권세정 같은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방법은 없고, 감각을 안 잃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제 딸도 그렇고 요즘 학생들은 '체인소 맨'에 나오는 레제라는 캐릭터에 너무나 열광해요. 저의 세대에서 인기있었던 '드래곤볼'이나 최근의 '귀멸의 칼날'처럼 노력해서 쟁취하는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그런 캐릭터의 멋을 쌓아서 폭발시키는 방법이라든지조금은 기존에 제가 해왔던 작업과는 다르게 해보려고 했죠. 특히 '체인소 맨'을 보면 설명이 많지 않은데도 소비될 수 있는 뭔가 모양새나 말초적인 것들을 막 만들어 내잖아요. 제가 원래 영화를 배웠던 방식하고는 굉장히 달라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이번 작품에서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Q. 이러한 덕력이 담긴 권세정 캐릭터 구축에 대해 전지현 배우에게도 설명했는지


아니에요. 그러지는 않았어요. 오해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덕력이라고 하는 게 사회성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요. (웃음) 그냥 개별성을 중시하는 작품 캐릭터라고 말씀드렸어요.


Q. 이번 작품에서 좀비물 만의 재미를 느꼈던 부분 그리고 기존 작품과의 비주얼 차별점은


다른 크리처 작업은 CG가 완성될 때까지 결과물을 못 보거든요. 근데 좀비물은 배우분들이 직접 액팅을 하니까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는 즐거움과 경이로움이 있어요. '군체'는 집단성이 중요해서 현대무용팀과 같이 작업했는데요. 대본에 있는 추상적인 감정들을 몸으로 정말 잘 표현해 주시더라고요. 


특히 대본 쓰면서 '좀비가 통제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려도 되나?'하고 고민했던 장면이 있는데, 무용팀에게 집단지성을 가진 좀비들이 키보드 치는 모습을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진짜 특이하고 멋진 액팅이 나왔습니다. '지옥'(2021) 같은 경우는 시리즈니까 어떤 철학적인 부분을 대화 형식으로 풀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그 코어를 어떻게 하면 직관적인 액션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작업할 때 숙제였던 것 같아요.


사실 외형 자체는 '부산행'(2016) 때와 큰 차이는 없어요. 다만 이번엔 거기에 '점액질' 같은 걸 더 얹었어요. 흰색이랑 붉은색이 막 섞이니까 색감도 훨씬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하게 다가와서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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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서영철은 자신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인지


서영철 기준으로는 백신이 맞습니다. 인간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인간사회를 무너뜨릴 백신인 거죠. 백신이라는 건 해석하기 나름인데 철학적으로 보면 서영철의 말도 맞아요. 그리고 서영철이 주사만 맞았을 때는 좀비들의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상태였고, 물린 이후에는 좀비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대사를 잘 들어보시면 나와요.


Q. 앤트밀 장면의 비하인드가 있다면


놀랍게도, 사실 프리 프로덕션 막판까지도 그 장면이 아예 없었어요. 대본에는 그냥 '집단적 오류를 일으켜 재부팅된다' 정도로만 추상적으로 쓰여 있어서 시각화 문제가 안 풀렸었거든요. 그러다 앤트밀 현상을 알게 되면서 대본을 고치고 안무팀이랑 직관적인 모션을 만들었어요. 


좀비들이 파워 다운됐다가 재부팅될 때, 관객들에게 딱 인식을 시켜주려고 사운드 팀이랑 "윈도우 꺼지는 소리라도 넣어야 되나?"하고 고민을 했죠. (웃음) 어떤 음정이 우리에게 재부팅이라는 느낌을 주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지금의 사운드가 들어갔어요. 


Q. 전지현·신현빈 배우를 고수 배우의 '전처와 현재 아내'라는 독특한 관계로 묶은 이유는


처음에 쓴 대본은 168페이지 정도였어요. 인물들 사연이 엄청 많이 들어있었어요. 60대 노인의 치매 걸린 와이프 이야기까지 있었죠. 근데 결국 좀비들의 형상과 액션에 집중하기 위해 서사를 다 뺐습니다. 대신 관객들이 인물들의 독특한 관계성을 보면서 스스로 상상하고 이야기를 채워나갈 수 있게끔 여백을 남겨둔 거예요. 지창욱·김신록 배우의 남매 관계나 학생들의 관계에도 다 그런 의도가 들어있죠. 


Q. 극 중 왕따 소녀와 일진 소녀의 관계성이 너무 답답하고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인간의 불안전함을 좀비와 대비점을 보여주려 한 것인지


주제적으로는 그러려고 한 면도 분명히 있어요. 그렇지만 장르적인 설계 목적이 더 컸어요. 빌런인 서영철이 자기가 테러를 일으키는 당위성을 막 늘어놓을 때, 관객들이 심정적으로 서영철에게 동의하는 순간이 생겨야 이 캐릭터가 진짜 위험하고 매력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학생 둘을 보면서 짜증이 극에 달하는 타이밍이 있어요. 그때 서영철이 나타나서 상황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 버립니다. 그 순간 관객들은 역설적으로 서영철이 말한 '인간에 대한 불합리함'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며 그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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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관객 피드백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어떤 분은 이래서 좋았다, 또 어떤 분은 이래서 싫었다 하시는 걸 보면서 '인간의 개별성이란 참 위대하다'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웃음)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은 2만명 정도가 보셨어요. 그런 작품의 반응과 100만명 이상이 보는 영화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목적성에 맞게 다양한 장르를 다 다뤄보고 싶은 연출자입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반응을 보는 게 그저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특히 '군체' 밈 영상도 개그 유행어처럼 소비되는 것 같아서 정말 뿌듯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강시 영화가 유행했었거든요. 강시는 호러에 코믹 액션이 섞여 있고, 시체를 조종하는 일종의 '네크로맨서' 장르잖아요. '군체'는 바이러스 테러 요소와 네크로맨서적인 면모가 결합한 형태라 결이 좀 닮아있어요.


Q. 처음 호흡을 맞춘 전지현, 지창욱 배우와는 작업은 어땠는지


일단 전지현 배우님 의견에 무조건 따랐습니다. 카 액션은 너무 현실성 없이 돌아가면 관객분들이 안 좋아하니까 일부러 수위를 좀 조절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전지현 배우와 진짜 본격적인 액션 영화를 제대로 한 편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지창욱 배우는 진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글로벌 스타잖아요. 그런데도 너무나 성실하게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사소한 감정 하나까지도 옆에서 미안할 정도로 진짜로 몰입해서 연기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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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창욱 배우가 보여준 '소드 마스터' 무쌍 액션이 엄청나서 영화 후반까지 활약하길 바란 관객이 많다. 혹시 다음에 작품을 함께 하게 된다면 무쌍 액션을 볼 수 있을지


최현석의 서사는 처음부터 엔딩이 딱 정해져 있었어요. 누나 최현희(김신록)가 꿈꾸던 '안전한 캠핑'은 고도화된 문명사회에서나 가능한 사치인데, 그게 순식간에 야만으로 바뀌잖아요. 그러고 나서 어떤 결핍이 채워지는 순간, 이들 남매의 가장 완전했던 관계가 깨지는 비극이 일어나요. 이게 가장 완벽한 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현석이 그 정도로 압도적인 무쌍을 보여주고 장렬하게 퇴장해야, 그걸 밟고 일어나는 빌런 서영철의 악덕함이 극대화되는 장르적 효과도 있고요. 지창욱 배우가 저랑 또 작품을 해준다면 너무 좋겠지만,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습니다.


Q. 차기작인 '가스인간'도 궁금한데 원작을 자신만의 테마로 어떻게 변주했는지


원작은 1960년대 일본 도호영화사의 특촬물인데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원작 특유의 강렬한 멜로 축은 그대로 살리되, 내용적인 변주를 위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양들의 테러리스트' 설정을 결합했습니다. 


올림픽으로 인해 희생당한 개인이 집단을 향해 테러를 일으키는 내용인데, 과거 우리나라 '88올림픽 상계동 철거민 사건'과도 겹치면서 제가 늘 다뤄왔던 '집단의 이익과 희생되는 개인의 충돌'이라는 테마를 깊이 있게 녹여낼 수 있었어요. 가타야마 신조 감독과 배우들이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7월 2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니 기대해 주세요. (웃음)


Q. 최근 출간한 소설 '닥터 아포칼립스'는 어떤 내용인지, 영상화 계획도 있는지


좀비물이죠. 좀비를 수술하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메디컬 드라마인데,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제 생각에는 한국보다는 해외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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