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주 개봉 후 200만 명 관객 수를 달성했다. 군체 밈도 활성화되고 있는데, 무대 인사나 SNS로 얻는 반응 중 가장 기억나는 게 있나.
"인간의 개별성이 위대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웃음) 같은 것을 보고도 호불호가 다르더라. 그 반응 하나하나가 다 즐겁다. 밈은 코미디언으로 치자면 유행어가 탄생한 거랄까. <신체 강탈자의 침입>의 손가락질이나, <강시>의 앞으로 나란히처럼 시그니처 밈이 <군체>에도 생겼으면 좋겠다."
- <부산행> <서울역> <반도> <군체>까지 연이은 작품에 좀비가 등장한다. 크리처 중 유독 좀비를 사랑하는 이유, 좀비의 매력은 무엇인가.
"좀비는 다른 크리처와 다르게 모든 요소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 매력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같다. 좀비는 지금에서야 바이러스 형태의 테러물로 초기와 달라졌다. <강시>처럼 시체를 조종하는 네크로맨서(강령술사)를 통한 부두교에서 출발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에서 보여준 좀비는 당대가 품고 있던 잠재적 공포였다. 시대가 바뀌고 공포는 여러 앵글로 달리면서 좀비물이 여러 형태로 나올 수 있었다."
- 한국산 좀비의 아버지인 만큼 좀비물의 특화된 연출 노하우를 공유해 준다면.
"10년 전 <부산행>은 부성애, 가족애를 필두로 공포의 발현이 인물 서사와 붙었다면 <군체>는 <지옥>의 액션 판에 가깝다. 늘 현실의 공포가 무엇일지 탐구하는 데 애썼다. <지옥>에 이어 최규석 작가와 두 번째 협업인데, 시리즈에서 풀리지 않은 집단성의 근원을 찾다가 <군체>까지 왔다. <지옥>은 시리즈라 철학적 코어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낼 수 있었지만, <군체>는 영화라 압축이 필요했다. 액션 하나만 직관적으로 가자 싶어 체험형 콘셉트로 결정했다."
- 좀비물이 다른 장르와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좀비의 형태는 사람이 직접 몸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직관하는 즐거움이 크다. 이번에 현대 무용팀과 작업하면서 경이로운 순간을 자주 만끽했다. 아크로바틱 한 움직임이 멋졌다. 추상적인 지문을 몸으로 표현 해달라는 주문이 이상한 요구가 아니었고, 군무나 협업도 익숙해 소통이 쉬웠다. 예를 들면 좀비가 통제실에서 검색하는 장면에서 키보드를 두드려도 되나 싶었는데 바로 형상화되었다."
- 한국인은 역시 강강술래부터 시작해 플래시몹, 케이팝 칼군무가 국민 정서인가 생각했다. 시각 테러로 강력했던 장면은 앤트밀과 리부팅이었다. <군체>만의 연출 주안점은.
"좀비에 점액질을 추가하다 보니 그로테스크한 색감이 나왔다. 화면에도 흰색과 붉은색이 뒤섞이면서 강렬한 색감으로 다가왔다. 후반 앤트밀과 전체 다운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회를 설명할 장면이다. 앤트밀 장면은 프리프로덕션 때까지만 해도 없었다. '집단적 오류를 일으키다가 재부팅된다'는 추상적인 텍스트였다. 그러다가 앤트밀을 알게 되고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했다. 오프닝에 앤트밀에 관한 대사를 넣고 군무를 통해 직관적으로 보이게끔 했다. 다만, 끝까지 고민했던 게 파워가 다운되면 재부팅되는 현상이었다. 윈도가 종료될 때 나는 소리를 넣을까 고민 끝에 비슷한 음정으로 뉘앙스를 주었다."
- 전작들과 차별화를 위해 참조한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기묘한 정서를 만들어 내는 게 핵심이었다. 좀비의 형태가 이 영화의 주제이자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신체 강탈자의 침입>을 보면 외계인이 인간을 발견했을 때 손가락질하며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집단행동이 <군체>에도 반영되었다."
- 전처와 현처의 공조, 남매 설정의 비극, 학폭의 관계성 설정에서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여러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인물들의 이야기도 많아서 168p의 분량이었지만 압축했다. 인물을 묘사할 때 특이한 관계성을 부여해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소비할 형태를 추구하게 된 결과다. 남매나 학생 관계도 비슷했다. 남매의 애착 관계는 결핍이 시작이고 그 결핍이 채워지는 순간 관계가 깨진 역설적인 비극이다. 남매의 서사도 더 있었지만 편집했다. 현희가 캠핑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안전한 상태로 야생을 즐기고 싶은 욕망이다. 현희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캠핑을 꿈꿨지만 순식간에 타인에 의해 야만으로 바뀌고 결핍마저 채워지면서 완전한 관계가 어긋난다."
-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이 명확한 악당으로 보이지 않도록 설계한 이유는.
"서영철은 자신의 비뚤어진 사상을 말한다. 그 정점은 현희를 걷게 한 것이다. 자기 입장에서 일종의 치료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인간의 개별성에 오는 불필요함을 테러의 당위성으로 말하고 다녀 관객도 동의하긴 힘들 거라 생각했다. 관객이 내내 서영철에게 끌려다니다시피 하다가 처음으로 집중하는 순간이 서영철의 죽음과 연결된다."
- 따지고 보면 권세정(전지현)은 상당한 민폐 캐릭터다.
"<군체>는 민폐 캐릭터, 외톨이, 사회 부적응자를 위한 찬가다. (웃음) 50대에 접어들기 막바지에 제 작품 최초로 덕력을 순수하게 쏟아내고 싶었다. (웃음) 다만 상업 영화거나 글로벌 OTT, 저예산 영화 등 목적도 다르고 작품 협업의 결과이니, 독자적인 광기를 쏟아낼 수는 없었다. 개별성을 중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 최근 작품의 경향이 강력한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성 캐릭터를 살리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특별한 방법은 없다. 다만 젊은 감각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12살 딸이 소비하는 콘텐츠가 확실히 제 세대와는 다른 결이더라. <체인소 맨>을 좋아하길래 분석하다가 멋을 쌓아가서 폭발하는 방법이 기본 작법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빠져들기 좋은 설정, 말초적인 것들을 던져주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이 신기했다."
- 작품을 살펴보면 개별적인 특성을 지우고 군집의 효율성만 따지는 집단지성 위험 속에서도 여전히 휴머니즘이 빛난다. <군체>를 통해 현시대에 던지려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군집 형태의 생물은 약점이 발견되면 변이체를 만들어 낸다. 모두가 같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오류가 발생하면 한 번에 죽어버리는 취약점을 보완하려 든다. 다른 개체를 만들어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이다. 이 방식을 인간 사회에 적용해 보면 보편적 사고의 위험성과 소수의견의 존중으로 치환할 수 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몇천 년 후 일을 계산하지는 못하는데, 이솝은 우화를 통해 인간 군상을 설명했고 여전히 우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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