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단심이 환하게 웃으며 가리키는 방향을 본다.
썰물 때가 되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갈라지면서 서건도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경로가 나타난다.
조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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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두쪽으로 갈리다니 내 간만에 혼돈주가 과했나?
내가 어제도 말했잖아 간조현상이라고
이게 썰물에는 길이 되고 밀물에는 섬이 되는 건데
똑똑해서 좋겠다 세상 모르는 거 하나도 없고
니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은 안 하고?
그래도 내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지
인생을 견디는 법
좋은 기억은 쉬이 잊히지 않도록 이리 증표를 모아 두는 것이다
바다를 처음 본 좋은 기억을 깊숙이 넣어뒀다 살기 팍팍한 때가 오면 굽이굽이 호시절 기억을 꺼내어 보는 것이지
좋은 기억이 슬프면?
그건 어떡하는데?
좋은데 슬픈 기억이라...
그건 다시 넣어둬라
떠올리면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니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야지
단심이 세계를 본다.
너 내게 미안하구나?
뭐?
네 얼굴에 쓰여있다
내게 미안하다고
아까 화를 낸 걸 후회한다고
한데 괜찮다 사람은 겁이 나면 원래 다 그런 것이다
사내라도 얼마든지 겁이 날 수 있지
미안해 할 거 없어
단심이 세계의 어깨를 다독인다.
어린 아이를 달래는 듯한 손길에 세계가 단심의 손을 잡아 저지한다.
그리고 단심을 빤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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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 너한테 하나도 안 미안해
다시 돌아가도 나는 너를 미친놈처럼 찾아 다닐 거고 혼자 삽질하다가 또 터트릴 거고 너가 나한테 실망한다 해도 너만 괜찮으면 난 안도할 거야
(이 사내는 안 될 놈이다)
이런 놈이라서 진짜 미안한데
(내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못 하는 못난 놈)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본심이니까
(저밖에 모르는 독불장군에 제멋대로 자기 본위
돈 앞에 양심도 팔아먹는 파렴치한)
그러니까 경고하는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뭘 좀 할 건데 도망가려면 지금뿐이야
딱 3초 준다
1
2
3
세계가 키스하려하자 단심이 벌떡 일어난다.
(이자에게 흔들려선 안 되는 이유는 수만 가지)
또 거절당한 세계가 체념한 기색으로 몸을 일으키고 선다.
단심은 그런 세계와 눈도 맞추지 못한다.
세계가 낮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는데, 단심이 붙잡는다.
(이자에게 흔들리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이거 네가 먼저 잡았다
붙잡는 손을 내려다보던 세계가 단심과 마주선다.
그리고 단심의 손목을 감싸잡더니 손목 안쪽에 부드럽게 입맞춘다.
세계가 입술을 떼어내고는 강렬한 눈빛으로 단심을 바라본다.
단심의 눈꺼풀이 떨려온다.
세계는 단심의 입술을 응시하다가 그대로 단심을 끌어당겨 키스한다.
이제야 마음을 확인한 세계와 단심이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달콤한 입맞춤을 나눈다.
두 사람은 눈을 감은 채 감미로운 키스를 이어간다.
그런 두 사람의 곁으로 바닷물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근처에 켜진 조명들이 마음을 나누는 단심과 세계를 따뜻하게 비춘다.
두 사람이 입맞춤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제주도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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