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주의 혹은 상업영화, 그 사이
이번 작품에서 연상호 감독은 AI의 발전 속도와 휴머니즘을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상호 감독은 "인공지능은 보편적인 사고의 합인 것 같고, 그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강해지다 보니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연 감독은 보편적인 집단지성의 인공지능과 가장 인간적인 개별성을 대비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구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기존 좀비물의 전형적인 감염자들과 달리, AI의 개발 과정처럼 진화하는 좀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처음 좀비가 되었을 때는 사족보행을 하다가, 생각을 연대하여 진화하고, 서서 걸으며 점차 인간처럼 행동하는 단계까지 발전한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인간들은 각각의 인간성을 드러내며 개별적인 사고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하는데, 그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이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에서 보여주었던 무차별적으로 돌진하는 고전적인 좀비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군체>가 보여주는 똑똑하게 진화하는 좀비들이 다소 어색하거나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좀비들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고 이 작품이 연상호 감독의 작가주의적 시선에서 출발한 좀비물임을 감안하고 감상하면 더 좋은 관람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
<군체>는 배우 전지현뿐 아니라 고수, 구교환, 지창욱, 김신록 등 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한 작품에 등장해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특히 배우 전지현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자 관객의 시선과 함께하는 인물로 등장해, 시작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을 잡는데 영화의 중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액션 장면과 좀비에 맞서 대결하는 신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낸다.
또한 관객의 시선을 대변하는 역할이다 보니 전지현의 클로즈업 샷이 많이 등장하는데, 연상호 감독이 이 장면들을 편집하며 그녀의 아우라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영화 흐름에서 가장 의외의 활약을 보이는 인물은 배우 지창욱이 연기하는 최현석이다.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는 누나 최현희를 좀비들의 위협 속에서 보호하고 탈출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그는 어느 순간 누나를 등에 업고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속에서 지창욱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액션 연기는 극에 강한 활력과 몰입도를 불어넣는다.
그 외에도 빌런으로 등장하는 구교환은 관객들의 짜증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밉상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고, 김신록 역시 신체적 한계가 있는 캐릭터임에도 온몸에 감정을 담아내는 열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뼈를 갈아 넣은 좀비들, 그리고 완성도
이 작품을 완성하는 또 다른 주역은 역시 좀비 배우들이다. 연상호 감독에 따르면 좀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액션 스턴트맨, 댄스팀뿐만 아니라 현대무용을 전공한 인원들까지 참여했다고 하는데 영화 속 좀비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몸을 비틀거나 기괴한 시선을 던지고, 다양한 방향에서 튀어 올라 생존자들을 위협한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좀비로서 이들이 변화하고 연기하는 모습은, 생존자로 등장하는 프로 배우들 못지않게 연기적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차분히 관람하고 싶어도 시종일관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 좀비 캐릭터의 활약 덕분이 아닐까 한다.
영화 <군체>는 새로운 좀비 형태를 등장시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좀비물이면서도, 연상호 감독의 작가주의적 기획을 상업적인 액션으로 잘 녹여낸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지현의 아우라와 지창욱의 경이로운 액션, 구교환의 새로운 연기, 뼈를 깎는 좀비들의 열연이 잘 어울어진 상업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군체>는 5월 21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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