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나와도 끝나지 않는다. 두 발로 일어서서 당신을 알아보는 눈, 그 눈이 자꾸 떠오를 것이다. 연상호가 만든 가장 불쾌하고, 가장 잊히지 않는 공포다.
올여름 극장가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스크린을 꽉 채우는 스펙터클이 돋보인다. 좀비가 군체를 이뤄 진화하는 설정과 댄서 출신 좀비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왜 무리가 되는 순간 더 잔인해질까? 연상호 감독은 세 번째 실사 좀비 영화로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부산행>은 달리는 열차 안에서 전진하며, <반도>는 그 이후 폐허가 된 반도를 오간다. <군체>는 빌딩을 오르내린다.
군체는 생물학에서 여러 개체가 모여 한 몸처럼 살아가는 집단을 뜻한다. 이 뜻이 감염자 설정과 맞물린다. 감염자들은 서로 반응하고, 행동 방식을 바꿔가며 생존자를 공격한다.
영화 속 군체는 조화가 아니라 개별성이 사라지고 엘리트에 조정되는 군중이다. 그렇게 집단 지성(군집 지성)을 풍자한다.
그 반대편에 연대가 있다. 물론 연대가 인물들을 구원하는 건 아니다. 연대하기 위해 희생되고, 연대를 벗어나 죽고, 연대하여 외톨이가 된다.
20명의 전문 현대무용수가 연기한 감염자의 기괴한 움직임은 한 편의 군무이기도 하다. 도심 앤트밀 장면은 불쾌함과 서스펜스를 동시에 자아낸다.
캐스팅은 다른 의미에서 군체다. 전지현은 생존자 그룹의 리더 권세정을 맡았다. 구교환은 감염 사태를 일으킨 생물학 박사 서영철로 등장한다. 지창욱은 김신록이 연기한 누나를 업고 빌딩 안을 돌파하는 보안팀 직원 최현석을 연기한다. 신현빈도 빌딩 팎에서 생존, 신념, 책임의 문제를 나눠 끌고 간다. 특별 출연한 고수의 캐릭터는 낭만적이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우리는 무리가 되면 새로운 인류, 즉 좀비가 될 수도 있다.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739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