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는 법이다. 방영 초반, 낯선 대체 역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맞물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거졌던 연기력에 대한 엇갈린 시선은 뼈아팠다.
그러나 드라마 평론가들과 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초반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아이유는 중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중심축 역할을 완벽히 장악해 냈다. 특히 9회와 10회에서 보여준 감정의 진폭은 그녀가 왜 ‘믿고 보는 배우’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혼을 선언하면서도 진심을 삼키는 복잡다단한 내면,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쏟아낸 절박함과 슬픔은 철저히 계산되고 정교하게 조율된 연기였다.
“지키는 건 이렇게 하는 거예요. 공격을 공격하면서. 신분을 달라고 했지 안락한 요람 같은 거 달라고 한 적 없어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아이유 특유의 발성으로 내뱉은 이 대사는 평민 출신 재벌 CEO ‘성희주’의 당차고 주체적인 면모를 안방극장에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당당한 매력을 극대화한 CEO 룩에서 왕실 입성 후의 모던 한복으로 이어지는 의상의 변화조차, 그저 예뻐 보이기 위함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선을 대변하는 도구로 영리하게 활용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배우 스스로 극의 세부적인 결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전문성의 결과물이다.
그러면서 역사왜곡 논란은 배우탓하면 안된대
무엇보다 극 후반부를 매섭게 강타한 ‘역사 왜곡 논란’은 철저히 기획과 연출의 영역이다. 로맨스와 대체 역사물이 혼재된 장르에서, 가상 세계와 실제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민감한 지점을 세공하고 고증을 살펴야 하는 것은 명백히 제작진과 대본을 쓴 작가의 몫이다. 제작진 역시 “세계관을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했다.
씁쓸함 중 하나는,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종종 시스템과 기획의 부재가 낳은 한계를 앞단에 서 있는 주연 배우의 탓으로 쉽게 치환해 버린다는 점이다.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대본 안에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사력을 다할 뿐, 스크립트의 구조적 결함이나 역사적 고증의 오류까지 원천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유는 가요계의 최정상에 서 있으면서도 연기자 이지은으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온 희귀한 아티스트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로 다진 글로벌 경험은 ‘21세기 대군부인’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굳건한 뚝심을 입증했다. 생일날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은 우리가 이 배우를 왜 존중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