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에 그어진 엑스표는 쉽게 동그라미로 바뀌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는 더더욱 어렵다. 자력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어린 시절에 그어진 동그라미 역시 쉽게 엑스표로 바뀌지 않는다. 좋은 사랑을 오래 받은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세상의 외력이 아무리 거세도, 안쪽에 이미 찍힌 동그라미는 꽤 오래 버틴다.
그러니 7화에서 미란의 "너 예쁜 거 알지? 근데 왜 옷을 대충 입어. 제대로 입은 거야? 아니잖아"라는 물음에 대한 변은아의 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문제를 한정 짓는 거예요. 연필 안 가지고 와서 귀찮게 하는 애로. 진짜 문제가 들통 날까 봐. 그래서 지금은 옷을 대충 입어요."
이 말은 단순히 옷에 대한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 쳐진 엑스표를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에 가깝다. 진짜 문제가 들통나기 전에, 일부러 작은 문제를 앞세우는 것이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기 전에, 그냥 옷을 대충 입는 사람. 내가 버려진 사람이기 전에, 그냥 귀찮고 흐트러진 사람. 내가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차라리 사소한 흠집을 먼저 내미는 사람.
그러니까 변은아는 빛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빛나면 안 된다고 믿어버린 사람에 가깝다. 이미 빛날 조건을 가지고도, 스스로 그 빛을 가리고 있는 사람. 은아는 아직 자기 얼굴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얼굴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말은, 자기 존재를 아직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에 가깝다.
이런 작법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겠다. 황동만이 그토록 무가치해 보여도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은 것처럼, 변은아 역시 이토록 가치 있어 보여도 생각만큼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겉으로 보이는 가치와 실제로 느끼는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 은아가 동만에게 크로스로 그린라이트를 보내는 것은 딱 맞아떨어지는 핍진성이다. 은아는 동만의 결핍을 알아본 것이고, 동만은 은아의 결핍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다. 둘은 서로를 구원하는 대단한 존재라기보다, 적어도 서로의 엑스표 앞에서 쉽게 도망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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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