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오기 위해 형제들의 피를 손에 묻혔지만, 후회는 없었다.
왕관의 무게와 어울리지 않게 인의만 갖췄던 형님과 얼굴조차
온전치 못한 아우.. 그들에게 종묘사직을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니.
장자라는 정통성이 없었으니 흔들림 없는 왕권은 필수다.
해서 희빈 강씨를 이용해 환국을 일으키고 피의 숙청을 끝마쳤다.
쓸모 있는 예쁜 칼 강단심. 희빈 강씨로 이름을 지우고 품었지만
단 한 번도 마음을 취하지 못하였다. 쓸모에게 마음 따위 무슨 소용인가.
내가 만든 세작이자, 말 잘 듣는 개, 아우의 정인, 나의 전리품.
그리고 내가 죽인 아무개.. 권좌에 앉아 그 눈을 떠올려본다. 목이 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