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해성시에는 모지리 3인방이 있다. ‘개차반’ 은채니(박은빈), ‘개진상’ 손경훈(최대훈), ‘왕호구’ 강로빈(임성재)이 그 모지리들이다. 종말론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그때, 세 명에게 갑작스럽게 초능력이 생겼다. 그런 세 모지리들은 ‘사부’ 이운정(차은우)과 함께 초능력을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해성시를 위협하는 ‘분더킨더’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얼레벌레 해성시의 운명을 손에 쥔 세 모지리들과 이운정은 무사히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극본 허다중·연출 유인식)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을 이끈 유인식 감독과 박은빈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여기에 차은우 최대훈 임성재 김해숙 손현주 등 ‘믿고 보는 배우’ 라인업을 완성해 신뢰를 더했다.
우선 작품은 종말론이 팽배하던 불안한 시대상 속에 히어로물의 외피를 덧입혔다. 거창한 사명감이나 영웅적 사연보다는 소박한 일상을 지키려는 평범함 이하의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서사의 흥미도를 높였다. 가장 핵심적인 매력은 단연 세기말의 감성과 동네 변두리 초능력자들의 언밸런스한 조합이다. 밀레니엄 버그와 종말론이 득세하며 전 사회적인 불안감이 절정에 달했던 그 시절을 살아가는 네 명의 모지리들은, 시대의 우울함을 특유의 엉뚱함과 지질함으로 뚫고 나간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세기말의 풍경 속에 초능력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덧입힘으로써, ‘원더풀스’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자극한다.
무엇보다 ‘원더풀스’가 단순한 킬링타임용 오락물을 넘어 마음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이유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이 발붙인 도시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의기투합하는 인물들의 선한 마음이 세기말의 불안하고 삭막한 풍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짙은 휴머니즘과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모자라다고 손가락질받던 이들이 세상의 구원자로 거듭나는 서사는 세기말의 삭막함 속에서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을 선사한다. 남들보다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존재들이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헌신은 더욱 빛을 발하며,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극에 깊이 몰입하여 모지리들의 찬란한 활약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이러한 따뜻한 서사를 영상으로 구현해 낸 유인식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작품의 완성도를 견인하는 가장 든든한 축이다. 자칫 활자 안에 갇혀 평면적이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대본을, 감독은 세기말 특유의 아련한 시대적 공기와 작품이 품고 있는 다정한 메시지를 엮어 세밀한 터치로 영상화해 냈다. 과장된 코미디와 진중한 드라마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잡아내는 노련한 강약 조절은 매 장면 시청자를 극의 중심부로 끌어당기며 몰입감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린다.
유인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가장 단적으로 증명되는 지점은 바로 운정 역을 맡은 차은우의 연기력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종종 연기력에 대한 아쉬운 꼬리표를 달아야 했던 차은우는,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이번 작품에서는 적어도 아쉬움 없는 연기력으로 완성해냈다.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해 낸 데에는 배우 본인의 치열한 노력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인물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집요하게 끄집어내고 세공한 유인식 감독의 맞춤형 디렉팅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원더풀스’의 또 다른 매력은 박은빈 차은우 최대훈 임성재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다. 극의 전반적인 흐름이 이 네 명 캐릭터들의 서사와 관계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만큼 배우들의 호흡이 절대적이었는데, 누구 하나 무리하게 튀거나 뒤처지는 일 없이 완벽한 ‘원 팀’으로서 탄탄하게 작품의 토대를 세웠다. 이야기의 텐션이 다소 헐거워지며 몰입이 깨질 법한 위기의 순간들이 더러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틈새를 촘촘하게 메우는 네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가 꽤나 인상적이며 매력적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5회까지 탄탄하고 밀도 있게 쌓아 올린 빌런들과의 대결 구도가, 막상 그 실체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격돌하는 6회부터 8회 사이에서는 묘하게 힘이 빠지며 지루함을 유발한다. 메인 빌런을 맡은 손현주의 압도적인 장악력에 비해 주변 악역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얕아 극의 무게추가 심각하게 기울어진 탓이다. 가장 폭발해야 할 극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캐릭터 간의 밸런스 붕괴로 인해 도리어 텐션이 반감되는 결과로 이어진 점은 매우 아쉽다.
그럼에도 ‘원더풀스’는 후반부 전개의 아쉬운 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우 매력적이다. 어설픈 초능력자들의 고군분투 속에 담긴 다정한 인간애, 그것을 맛깔스럽게 포장해 낸 유인식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화면을 꽉 채우는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 합은 8회라는 분량을 단숨에 정주행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https://naver.me/551rx9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