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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대군부인 '대군부인' 미술·의상 감독,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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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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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입헌군주제라는 판타지적 설정인 만큼 디테일이 더욱 중요했다. 시청자들이 낯선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은 결국 얼마나 치밀하게 현실감을 설계했느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대군부인'은 꽤 흥미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 연출 박준화)의 김소연 미술감독과 조상경 의상감독이 최근 <더팩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했는지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현재 10회까지 방영됐다.

앞서 '궁' '마이 프린세스' '더킹 투하츠' '더 킹: 영원의 군주'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입헌군주제를 소재로 다뤘다. 그러나 '21세기 대군부인'은 제목 그대로 21세기에 방점을 찍으며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왕실의 모습을 그려냈다. 때문에 단순히 화려한 궁궐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이어지지 않았던 시간을 설득력 있게 완성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소연 미술감독 역시 가장 먼저 고민한 지점으로 바로 그 시간의 흐름을 꼽았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이어서 보여줄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궁궐의 시간은 사실 조선 말기에서 멈춰 있기 때문에 21세기까지 이어진 왕실의 공간은 끊어진 시간 이후를 상상해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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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소연 미술감독은 단순히 전통과 현대를 한 공간 안에 섞는 방식보다 시간이 축적되며 변화한 왕실 자체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는 "전통 공간부터 현대적인 공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하면서 전통 궁궐의 분위기가 점점 현대적인 건축 언어로 바뀌는 과정을 담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했던 건 전통과 현대의 비율을 공간마다 다르게 조율하는 일이었다. 김소연 미술감독은 "전통 구조가 중심이면 마감은 현대적으로 가져가고 반대로 현대적인 구조에서는 디테일에 전통 요소를 넣는 식으로 비율을 조정했다"며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요소를 기반으로 공간을 인지하기 때문에 한쪽을 중심으로 잡아주는 것이 더 명확하게 읽힌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는 이안대군의 사저 세트를 꼽았다. 그는 "강녕전이나 대전, 대비전 같은 전통 공간이 한옥의 구조와 마감을 최대한 유지한 공간이라면 사저는 현대적인 구조를 중심으로 기와나 처마 담장 등 일부 전통 요소를 절충해 구성했다"고 밝혔다.

"궁의 규율 속에서 살아온 이안대군이 사적인 공간에서는 보다 21세기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왕족이라는 신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곳곳에 남겨진 전통 요소들은 그가 여전히 짊어지고 있는 규율과 한계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해요."


눈에 띄는 화려함보다 자연스럽게 체감되는 디테일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전통 공간에서는 오래 사용된 목재의 질감이나 마감의 깊이를 그대로 살리고 현대 공간으로 넘어갈수록 점점 더 매끈하고 인공적인 재질로 바뀌도록 구성했다"며 "이런 변화들이 크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길 바랐다"고 전했다.

미술이 세계관 전체의 설득력을 구축했다면 조상경 의상감독은 캐릭터 개개인의 감정과 위치를 의상으로 풀어냈다. 특히 현대극과 사극의 경계에 놓인 작품인 만큼 왕실의 품격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살리는 작업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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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의상은 각 인물의 신분과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였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배우들의 이미지가 배역에 잘 어울렸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신분과 상황, 감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성희주 캐릭터에는 왕실과는 다른 결의 에너지를 담아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전형적인 재벌가 캐릭터보다 조금 더 강한 스타일로 가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선명한 색감과 프린트 그리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믹스해 왕실과 대비되는 포인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안대군은 절제된 색감과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인물의 결핍과 외로움을 표현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상처가 있는 결핍을 넥타이를 하지 않고 한복의 깃이나 동정이 연상될 수 있는 셔츠 디자인으로 표현했다"며 "배우의 체형을 살릴 수 있는 라인과 함께 무채색 계열의 부드럽고 실키한 소재들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정우는 선이 날카롭고 이상적인 차가운 이미지가 있어서 굉장히 클래식한 슈트를 정통 방식으로 제작했다"며 "윤이랑은 숨겨진 욕망과 훈련된 고요함을 가진 인물인 만큼 왕실의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궁 안에서는 일상복에도 전통 한복의 라인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디테일한 의상이 완성될 수 있던 배경에는 배우들과의 긴밀한 소통도 있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처음 콘셉트를 잡고 배우들과 상의한 뒤 피팅과 테스트를 거쳐 촬영에 들어간다"며 "이후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의상을 입을지는 배우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됐다. 의상이 잘 보였다면 그것은 결국 배우들의 매력 덕분"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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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낯선 설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느냐'였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왕실이지만 시청자들이 화면 속 세계를 불편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미장센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세심하게 설계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장르 안에서의 핍진성을 설계해 시청자들이 시각적으로 불편함 없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화면 전체의 미장센 조화를 신경 썼다"며 "한국의 전통색을 강조할 수 있는 배색과 현대화된 궁의 모습 그리고 궁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배치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21세기 대군부인'은 미술과 의상을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았던 왕실의 시간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감정과 신분을 섬세하게 구축하며 '21세기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에 설득력을 더했다. 화려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시간을 이어 붙이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현실적인 디테일이 촘촘하게 쌓여 있었다.

"조선의 궁궐에서 멈춰 있던 시간이 상상 속에서 다시 이어져 21세기까지 확장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공간과 미술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도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이어지지 않았던 시간과 기억을 새롭게 상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세계로 남았으면 해요."(김소연 미술감독)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다 주말에 드라마를 보며 잠시 미소 짓게 만드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 신분제는 그저 각자에게 있는 허들일 뿐이에요. 저돌적인 희주를 바라보니 역시 허들은 뛰어넘으라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잡고 함께 뛰면 더 좋겠지만요. 이 드라마를 봐주시는 모든 분들이 사랑스러운 배우들을 통해 즐거움과 기분 좋은 자극을 얻으셨으면 해요."(조상경 의상감독)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629/000049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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