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시점: https://theqoo.net/dyb/4203228608
왕립학교가 넓긴 해도
같은 시간대에 마주칠 수는 있으니까.
근데 사람이 계속 같은 곳에서 보이니까
아무리 둔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급생 복도 끝 창가.
별관 이어지는 계단.
국궁장 문 앞.
꼭 희주가 지나가는 시간쯤 되면
이안대군은 항상 거기 있었다.
“후배님.”
처음엔 그냥 인사인 줄 알았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느껴졌다.
희주를 발견하는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다.
꼭 기다렸던 사람처럼.
희주는 그걸 눈치채고도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괜히 먼저 의미 부여하는 사람 같아질까 봐.
그래서 더 까칠하게 굴었다.
“요즘 자주 마주치네요.”
툭 던지듯 말했을 때도 사실은 떠보는 거였다.
근데 이완은 태연하게 웃었다.
“후배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 말 듣는 순간 희주는 이상하게 심장이 간지러웠다.
꼭 자기만 의식한 게 아니라는 말 같아서.
근데 또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희주는 금방 표정 지웠다.
“…우연치고는 자주 보인다는 거죠.”
차갑게 대답하고는 괜히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사실 아직 늦은 것도 아니었다.
근데 더 서 있다간 괜히 얼굴에 티가 날 것 같았다.
“저 늦어서요.”
희주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이완을 지나쳤다.
국궁장도 마찬가지였다.
문 열고 들어가면
이완은 늘 먼저 와 있었다.
활도 안 들고 창가 쪽 서 있다가
희주 들어오는 순간에야 아무렇지 않은 척 활 잡는 거.
몇 번 보다 보니까 알겠더라.
‘…또 기다렸네.’
교관들 반응도 이상했다.
‘오늘은 후배님 늦으셨네.’
‘자가께서 아까부터 계속 문만 보시더라.’
그날 이후 희주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복도 돌기 전에 괜히 창가 쪽 먼저 보고,
국궁장 들어가기 전에 오늘도 있나 생각하고.
근데 자존심 상해서 티는 안 냈다.
오히려 더 무심한 척했다.
“…오늘은 안 계신 줄 알았는데.”
한 번은 그렇게 말해버렸는데
이완이 순간 웃는 걸 못 숨겼다.
희주는 그 표정 보고 괜히 시선 피했다.
솔직히 조금 설렜다.
자기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근데 희주는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
이완이 자기를 따라다니는 거 알면서도,
괜히 더 태연한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왜냐면 그 사람이
나를 발견하면 아주 잠깐 웃는 얼굴이 좋았으니까.
희주는 이완을 만날 때마다 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괜히 민망해서.
근데 이완은 졸업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했다.
괜히 기대하게 만들고,
혼자 의미 부여하는 사람 된 기분 들게 하고.
그래서 몇 년 뒤 다시 마주쳤을 때도
희주는 여전히 이완만 보면 괜히 예민해졌다.
그래서 몇년 후 다시 마주쳤을 때
그걸 본 혜정이 웃으며 물었다.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이안 대군도 왕립 학교 출신이잖아요. 학교 다닐 때 혹시 괴롭힘이라도 당하셨나 해서요. 워낙 싫어하시니까”
“개뿔, 내가 누가 괴롭힌다고 괴롭혀질 인간이니?”
“하긴, 근데 왜 그렇게 싫어하세요?”
“그냥… 재수 없잖아”
“…재수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