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만과 변은아는 기쁨으로 가까워진 사람들이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며 다가선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알 수 없음"을 품고 있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어딘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 그 조용한 인식이 먼저였고, 눈물의 포옹은 그 다음에 찾아왔다.
우리는 흔히 희망이 절망을 구원한다고 믿는다. 밝은 것이 어둠을 밀어내고, 따뜻한 것이 차가운 마음을 녹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구원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온다. 깊이 무너져본 사람이 또 다른 무너진 사람의 손을 붙드는 순간. "네가 아는 그 감정, 나도 안다"라고 말해주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때 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진다. 혼자 짊어지고 있던 고통이 함께 견디는 무게로 바뀐다.
사람의 불안은 대개 고립 속에서 자란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마음을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다. 절망 또한 그렇다. 내 안의 어둠은 누구에게도 설명될 수 없다고 믿는 순간, 고통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래서 연대는 꼭 기쁨의 공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 그것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일이다. 내가 네 어둠을 안다고, 그 캄캄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말해주는 일. 그 인식 하나가 오래 닫혀 있던 마음에 작은 빛이 되기도 한다.
변은아를 통해 황동만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글이 써지고, 행복한 상상이 가능해지고, 기대와 바람도 가진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가장 깊은 자리는 다른 곳에 있다. 누군가 내 절망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그의 무너짐 앞에서 끝내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것.
절망과 절망이 만나 희망을 품는 일은 특별한 기적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끝내 포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가장 인간적인 장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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