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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누룩' 장동윤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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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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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2025) 이후 차기작 소식이 뜸했던 장동윤 배우가 영화 <누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포스터 속 그의 이름 옆에 박힌 역할이 어색하다. ‘배우’ 대신 ‘각본·감독’이 쓰여 있다. 사실 장동윤은 오래전부터 서랍 속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보관해왔다. 배우로 출연하는 시나리오와 직접 쓴 시나리오다. <누룩>은 단편 <내 귀가 되어줘>(2023)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이자 첫 장편 연출작이다. 막걸리 양조장 집 딸인 여고생 다슬(김승윤)은 특별하다고 믿어온 누룩이 사라지자 그걸 찾아 나선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시름시름 앓기까지 하는 다슬을 보며 이상하다고 여기지만 누룩의 특별함을 확신하는 다슬은 찾기를 멈추지 않는다. 4월15일 개봉을 앞두고 장동윤 감독을 만났다. 수없이 시나리오를 고친 시간과 현장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그의 얼굴은 꽤 심각했으나 희열로 번뜩였다. 영화에 대해 말할수록 자신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법. 한 꺼풀 벗겨진 장동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최근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재밌게 보았나. 첫 장편 연출작 개봉을 앞둔 만큼, 연출을 의식하며 보았는지도 궁금하다.
= 그렇진 않고 언제나 보통의 관객으로서 영화를 본다. 얼마 전에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방대한 규모가 놀라웠지만 초점은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에게 맞춰졌다. 내가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첫 장편 현장을 돌아보면 어떤가. 날씨 운은 따랐나.
= 날은 좋았지만 정말 추웠다. 1월에 시골에서 한달 넘게 찍었는데 바람이 그렇게 매서울 수가 없었다. 워낙 추위를 못 견디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데 별수 있나. 감독이니 이 악물고 자리를 지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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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는 친숙해도 누룩은 생소하다. 어떻게 관심이 생겨 장편 시나리오까지 쓰게 됐나.

= 병과 치료제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김치가 사스(SARS)를 퇴치한다는 속설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코로나를 낫게 할 기적의 막걸리를 상상했다. 처음에는 화제의 중심에 선 막걸리 제조자가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블랙코미디를 구상했다. 하지만 연출 시작 단계에서 규모를 크게 가져가는 게 부담이었고, 여건도 따라주지 않았다. 대신 막걸리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누룩으로 시선을 옮겼고, 또 다른 상상으로 이어졌다. 신비한 힘을 지닌 누룩이 사라지자 그걸 찾아 나서는 주인공, 그를 지켜보는 주변 인물들의 각기 다른 반응, 그 반응을 마주하는 주인공의 리액션. 안으로 수렴하는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앞서 말한 사람이라는 내 오랜 관심사를 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배우 활동을 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했나.
= 드라마 촬영 준비 기간과 겹쳐 틈틈이 썼다. 일단 저지르고 데드라인에 맞추는 마감형 인간이라, 키 스태프들이 이때까지는 꼭 맞춰야 한다고 한 일정에 맞춰 움직였다. 그럼에도 최종고가 나오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렸다.



- 남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 더 쉬운 선택이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 처음 구상할 때는 남자 대학생, 양조장 집 아들을 염두에 두었다. 내가 맡을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내 귀가 되어줘> 때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본 뒤 지금 단계에서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섰다. 술을 좋아하는 성인 남자가 누룩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흥미로울 리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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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슬(김승윤)이 또래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도 적잖이 들어 있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취재가 필요했겠다.

= 그게 정말 어려웠다. 여학생들만의 분위기는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고, 요즘 학생들이 어떤지 잘 모를 나이가 됐다. 그래서 섭외한 학교의 선생님에게 디테일하게 물었고, 실제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복장이나 말투 같은 부분을 참고했다. 그런 요소들을 반영해 대사에 녹였다.



- 막걸리를 다짜고짜 요구하는 부랑자 무리가 지속적으로 등장해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만든다.
= 바로 그 이유에서 부랑자 집단을 넣었다. 또 다슬이 누룩을 찾아다니는 과정이 관객들에게는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걸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다슬이 말고도 더 있다면 ‘누룩에 정말 무언가가 있나 보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 누룩을 찾는 다슬을 향한 가족의 시선이 다르다. 다슬과 평소 사이좋은 아버지(박명훈)는 그를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무심한 쪽에 가깝고 반면 오빠 다현(송지혁)은 다슬을 늘 못마땅해하지만 누구보다 그를 걱정하고 있다.
= 섬세하지 못한 아버지를 통해 보통의 가족을 그리고 싶었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가족의 시선이 외부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을 거다. 또 형제자매는 그런 면이 있다. 친형과 내 사이가 그런데 평소에는 투닥대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애쓸 때가 있다. 다현이 동생을 따라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그를 따라가보는 모습이 관객에게 공감을 끌어낼 거라고 생각했다.



- 장편 규모의 키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모으는 게 처음이라 쉽지 않았겠다. 우선 김승윤 배우는 전작 단편 <내 귀가 되어줘>에 출연 겸 조감독으로 함께했다.
= 그동안 현장에서 연을 맺은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박명훈 배우처럼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이태동 프로듀서의 공이 컸다. 이태동 프로듀서는 <좋좋소>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기도 한데, 독립영화 작업을 함께하면서 친해졌다. 그가 힘써준 덕분에 분에 넘치는 훌륭한 스태프진을 꾸릴 수 있었다.



- 작은 창문 사이로 햇빛이 포근하게 들어오는 양조장은 어떻게 찾았나.
= 사실 양조장을 리얼하게 가자면 햇빛이 들어오면 안된다. (웃음) 현실적으로 어둑하게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양조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빛을 허용하더라. 거기서 용기를 얻었고, 영화적인 그림을 위해 지금처럼 결정했다. 양조장과 다슬이 다니는 학교, 다슬네 집은 아버지와 아버지 동료 분들의 연고가 있는 경주와 영덕에서 촬영했다. 말할수록 감사한 이들이 한두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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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렉션을 받는 자리에서 주는 자리로 가보니 어떻던가. 이를테면 컵 색깔까지도 즉각 결정해줘야 하는 순간이 비일비재했을 것 같다.

= ‘이런 것까지 확인해줘야 한다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 모두가 내게 정답을 요구하는데 사실 그런 게 있을 리가…. (웃음) 그래도 감독은 현장에 믿음을 줘야 하는 역할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모르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티가 안 났길 바랄 뿐이다.



- 연출하면서 관심이 생긴 파트가 있다면.
= 촬영이다. <누룩>의 촬영과 조명을 동시에 맡은 이승빈감독과 숙소 생활을 함께했다. 종일 촬영하고 방에 돌아와 렌즈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면서 책으로 공부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내가 망원렌즈로 찍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도 이때 알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그런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나’ 하는 삐딱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일단은 ‘알고 싶다, 찍고 싶다’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볼 생각이다.



- 나중에 편집실에서 더 찍어둘걸 하는 아쉬움은 없었나.
= 없었을 리가. 왜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컷을 확보하려 하는지 그제야 알겠더라. 배우로서 현장의 고충을 아니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타협하고 넘어가곤 했다. 물론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리허설도 충분히 했고, 찍은 컷들을 현장 편집 기사님과 붙여보면서 빈틈을 발견하면 바로 해결점을 찾으려 했다.



- 페이드아웃과 블랙 컷을 자주 사용했다. 관객이 흐름이 끊긴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나. 학창 시절 시를 쓰기도 했으니 연과 연 사이의 여백처럼 구분한 건 아닌가 하는 짐작도 들었다.
= 그렇진 않고,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후반편집 과정에서 시나리오와 실제 전개 순서가 많이 바뀌었다. 어떻게 이어붙일까 고민하다가 페이드아웃을 해보고, 블랙 화면이 몇초간 이어지는 구간을 넣어봤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관객들도 그렇게 느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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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여러 번 언급했다. 사람의 어떤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에 끌리나.

= 영화를 보다 보면 감격하는 순간이 있다.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기쁨을 발견한 얼굴을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온다. ‘사람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알고 싶어진다. 반대로 성공한 사람이 잘 살아가는 이야기처럼 예측 가능한 서사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행복 속의 고독 같은 아이러니가 좋고, 감독으로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 다슬에게 누룩은 남들에겐 사소해 보여도 본인에겐 소중한 것이다. 장동윤 감독에게도 누룩 같은 것이 있다면.
= 살아오면서 형성된 가치관이 그런 것 같다. 10대 시절을 교육열이 치열한 환경에서 보냈다.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단일한 목표를 향해 충실히 달리면서도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겼고, 겪지 못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억눌린 마음을 시를 쓰며 풀었고, 영화 같은 예술이 위안이 됐다. 공부 외의 활동을 하면서 별나다는 시선을 받았고 처음에는 그 시선이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싫지 않았다. 덕분에 내 시각이 독특하다는 걸 자각했고, 나는 나대로 가면 된다는 묘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지금처럼 영화를 쓰고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내 모습을 <누룩>에도 투영했다. 신념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주변에서 보내는 따가운 시선에 다슬이 느끼는 슬픔을 담았다.



-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는데, 귀띔해준다면.
= <누룩> 개봉이 내게 너무 큰일이라 우선은 여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개봉 일정이 마무리되면 구상 중인 시나리오와 차기작 준비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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