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설정 논란은 남주인공 이안대군이 맡은 ‘섭정’ 직위인데요. 조선 왕조 500년을 관통하는 철칙은 ‘종친불임이사(宗親不任以事)’, 즉 왕의 지친은 절대 정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이었죠. 설령 왕이 미성년이라 할지라도, 그 빈자리는 왕대비의 ‘수렴청정’으로 채워지는 것이 조선의 정체인데요. 이안대군이 섭정을 하는 설정은 일본의 황실전범이나 서구 왕실 제도를 베껴온 것에 가깝죠. 물론 이 세계관 속에서는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이 또한 조선 왕조를 그대로 이어온 배경과는 어긋납니다.
여기에 헌법 제1조를 인용하며 ‘민주공화국’을 천명하는 것 또한 모순인데요. 헌법상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나라에서 특정 가문(여흥 민씨)이 총리직을 3대째 세습한다는 설정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귀족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형태입니다. 현시대의 대한민국이라고 한다면 용납 불가, 그야말로 국민이 들고일어날 일인데요. 정부청사 앞 대규모의 시위는 피할 수 없을 테죠.
이 괴리감은 대중들이 이안대군을 향해 던지는 ‘21세기 수양대군’이라는 멸칭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자신의 직계 조상이자 정통성의 뿌리인 세조를 비하하는 비유가 신분제가 실존하는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된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이 어려운데요. 제작진이 21세기식 감성과 전근대 왕정의 무게감을 충분히 조율하지 못한 셈입니다.
역사적 맥락에 대한 무지도 뼈아픈 대목인데요. 극 중 문효세자의 묘호로 설정된 ‘휘종(徽宗)’ 말이죠. 동아시아 역사에서 휘종은 예술적 재능은 뛰어났을지언정 나라는 풍비박산 낸 북송 최악의 암군을 상징하는 이름인데요. 성리학적 명분론을 숭상하며 조상의 이름을 짓는 데 목숨을 걸었던 조선의 신하들이라면, 제정신인 이상 선왕에게 이런 저주받은 이름을 올릴 리가 없죠.
산업 경제적 개연성도 무너졌습니다. 자주적 근대화에 성공한 세계적 강대국이라 자부하면서, 왕실 의전 차로 국산 브랜드가 아닌 독일산 ‘벤츠’를 선택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죠. 영국 왕실이 롤스로이스를, 일본 황실이 토요타를 타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연출입니다.
국왕 탄신연 장면은 의전의 기본이 무너졌는데요. 이안대군의 극적인 등장과 대립각을 보여주는 의도였다지만 고개를 젓게 되죠. 군주국에서 왕만 걸을 수 있는 ‘어도(御道)’를 평민인 하객들이 활보하고, 신하인 대군이 입장할 때 왕보다 먼저 손님들이 일어나는 예법은 명백한 하극상인데요. 아직 전통의 신분제가 남아있다는 드라마의 설정이 민망해지죠.
보면서 의아했던거 정리 잘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