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보면서 감독님께서는 나약하지 않은 단종을 그리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 분은 어렸지만 나약하지 않았어요. 정통성을 가진 왕이었고 역사의 순리대로 흘렀다면 왕이 되셨겠죠. 그랬다면 역사가 바뀔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비운의 왕이지만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표현하고 싶은 감독님과 작가님의 마음이 대본 페이지마다 느껴졌어요. 금성대군에게 서찰을 보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다치길 원하지 않는 마음을 표현할 때 어떻게 할지도 고민했어요. 촬영할 때도 여러 테이크 찍었던 것 같아요. 어린애처럼 소리도 질러보고, 정통성 있는 왕으로서의 굵직한 발성도 내봤는데 후자가 맞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대본을 보면서, 슬픔의 감정을 좀 더 섬세하게 만들어 나갔어요. 단종 캐릭터는 슬픔 안에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족도 없고 나 홀로 유배지에 왔잖아요. 매화와 함께 유배를 떠나갈 때, 유배지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실의에 빠져있을 때,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은 무기력함과 깊은 슬픔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안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단종은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했고, 그때 그는 '저들에게 죽기 싫다, 차라리 그대의 손에 죽겠다'는 마음이었을 거예요. 그 신의 촬영 현장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한데요. 정말 고요했어요. 중요한 신이었으니까요. 유해진 선배님은 그날따라 저를 안 보려고 하셨어요. 저도 바로 눈치를 챘죠. 선배님이 저를 보면 감정이 깨질 거라 생각해서 피하시는구나라고요. 그래서 저도 선배님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최대한 떨어져 있었어요. 리허설이 시작됐고, 문이 열리고 선배님이 멀리서 들어오시는데... 그건 '아빠의 모습'이었어요. 지금도 마음이 뭉클해지는데(실제로 이 말을 하는 박지훈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제가 연기를 하며 느껴본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선배님과 이런 호흡을 할 수 있다니. 놀라운 에너지였어요. 카메라가 제 얼굴을 찍어야 하는데 제가 눈물을 너무 흘려서... 가슴이 아플 정도로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이거 보는데 감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