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배우는 <메소드연기>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문을 열고 문을 닫는 존재가 그이기에 하는 말이 아니다. 배역의 이름이 배우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데다 영화의 시발점이 된 동명의 단편영화에서도 같은 세계를 펼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동휘 배우는 동갑내기 이기혁 감독과 단편에 이어 다시 한번 합심해 기획, 제작, 주연배우로서 여러 역할을 하면서 <메소드연기>를 완성했다. 현실과 픽션이 묘하게 뒤섞인 매력적인 이 세계를 창조한 이동휘 배우를 만났다. 잘나가는 신인배우 정태민을 연기한 강찬희 배우는 동석하여 이 세계의 묘한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보탰다.
- 시작은 이기혁 감독과 이동휘 배우가 만든 동명의 단편영화였어요. 그때 작업이 매우 좋았고 배우로서 고무되는 게 있어 장편으로 확장하자고 의기투합했을 듯합니다. 강찬희 배우가 합류하게 된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세요.
= 이동휘_배우 출신이었다가 감독이 된 이기혁씨는 20년 된 친구예요. 나이는 같고 제가 서울예술대학교, 그 친구가 동국대학교로 다르지만 잘 알고 지냈어요. 서로의 공연을 보러 다녔고요. 어느 날 그 친구가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의아하고 궁금했는데 함께 찍은 첫 번째, 두 번째 단편영화로 한번도 겪지 못한 경험을 했어요. 전 신인 때부터 상업영화 단역부터 시작해서 독립영화의 토대가 거의 없어요. 독립영화에서도 캐스팅 경쟁이 치열해서 프로필을 내면 오디션을 볼 수가 없었고, 학교에선 연극만 했어요. ‘나는 독립영화 운명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 상업영화를 시작했지만 영화제에 가진 못했어요. 그래서 단편 <메소드연기>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신기했죠. ‘이 친구가 재능이 있구나. 그리고 내가 배우로서 안 해봤던 내 얼굴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감독이구나’ 하고 느꼈죠. 참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근데 장편으로 확장한다고 할 때 두려움과 고민이 많았습니다. 감독님과 단편영화는 배우가 현장에서 겪는 사건에 국한되니 장편으로 키우려면 가족이 있어야겠다고 논의했어요. 그리고 이 사람이 현장으로 돌아오게끔 만드는 원인이 필요해 정태민이란 캐릭터를 함께 만든 거죠. 그 인물에 누가 가장 적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감독님이 찬희를 떠올렸어요.
= 강찬희_저는 동휘 선배님 엄청 좋아했거든요. <타짜-신의 손>도 <응답하라 1988>도 좋지만 <카지노>를 너무 재밌게 봐서 선배님을 좋아했고, 선배님과 한번 같이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딱 동휘 선배님이 하신다고 하고, 단편영화 <메소드연기>를 찾아봤는데 너무 재밌고 유쾌해 꼭 하고 싶다고 어필했어요.
- 두 캐릭터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했나요.
= 이동휘_둘 사이 오해를 심각한 트라우마로 표현하고 싶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실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그런 의도가 아닌 선배의 행동을 제가 오해할 때도 있었고, 제 행동을 다른 사람이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비단 배우들끼리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장인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니 비슷한 고충이 있더라고요. 그런 오해의 순간을 정태민과 이동휘의 관계에 녹이려 했어요. 변성현 감독님에게 죄송하지만(웃음) <메소드연기> 속에서 ‘불안당’이라고 이름을 바꾼 영화의 촬영 신을 보면 정말 오해거든요. 어린 태민에게 비를 계속 맞히는 게 납득이 안 가서 동휘가 “왜 이런 작품을 찍어야 되지?”라고 한 말은 사실 부당함을 얘기한 거죠. 어른들의 대화이다 보니 태민은 다르게 느끼게 된 거죠. 단순히 촬영장에서의 횡포를 보여주려 한 게 아니라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이게 또 우리의 삶이란 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 실존 인물이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 자료를 통해 캐릭터에 접근할 텐데, 두 캐릭터는 현실이랑 너무 가까워요. 각자 캐릭터와 가깝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면을 끄집어내야 했을 것 같습니다.
= 강찬희_맞아요. 저는 태민이랑 많이 닮아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쭉 성장해 배우가 됐어요. 실존 인물이거나 실제 사건을 다룬다면 자료를 참고하여 접근하면서 색다르다, 재밌다란 느낌이 들었을 텐데 저와 닮아 있어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저와 일치하지는 않기에 차별점을 표현하려 했고요.
= 이동휘_어느 부분은 캐릭터 연기를 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은 재미를 위한 요소로 배치했어요. 이를테면 집에서 연기 연습하며 왁왁 소리를 내는데 실제로 저는 그러지 않거든요. 연기과 입시를 준비할 때는 뭐가 뭔지 모르니까 했었지만요. 이처럼 실제 제 모습은 아니고 상상력 넘치고 엉뚱한 영화의 리듬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메소드연기>에는 저와 동일시되는 순간이 있었고 그래서 정서적으로 힘들었어요. 어머니 정복자 역의 김금순 선배님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횡단보도에서 물건을 흘리고 다시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별 장면이 아닌데 굉장히 서글퍼요. 저희 어머니와 동일시돼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내가 왜 내 이런 아픈 이야기를 영화로 찍고 있는 것인가, 이런 얘기를 찍어서 어머니께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캐릭터 이름이 이동휘다 보니까 교차점이 생기며 괴로워서 기자간담회 때 다시는 저를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한 거였어요. 저는 공과 사가 완전히 구분이 돼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메소드연기라는 방법을 좋아하진 않아요.
- 이 작품의 코미디는 무표정의 코미디예요. 두분 다 전혀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자신의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데 그게 전체 상황과 맞물리면 묘하게 웃음을 유발해요.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나 기자간담회 때 이동휘 배우가 언급한 스티브 카렐의 연기가 이에 속하죠.
= 이동휘_<극한직업> 전까지는 재기발랄한 대사를 하거나 신을 리드하면서 웃기는 방식을 많이 택했어요. <극한직업> 속 영호의 모습은 제가 처음 시도해본 코미디 연기였어요. 영호는 황당한 상황에서 혼자 멀쩡한 정상인이에요. 물론 그 역할도 완벽한 정상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이 너무 비정상이니까요. 거기에서 발생하는 리액션 연기가 저에겐 일종의 성취였어요. 코미디가 다 같은 코미디가 아니란 걸 알았고 그 연기를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 많이 차용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이 야단법석인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황당함, 그때 튀어나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예를 들어서 배우 현봉식 형이 극 중 최우식으로 분할 때, 제가 어떤 리액션을 선보여야 관객들이 웃을까 고민했어요. 그냥 “배우 최우식입니다”도 재밌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제가 한마디하거든요. 코미디는 사실 타이밍이고 호흡이에요. 첫 번째로 “최우식씨를 모십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봉식이 형이 등장하는 순간 한번 터지고, 그다음 그걸 바라보며 당황해하는 제 표정에 두 번째로 터지고, 세 번째로 극 중 이동휘가 “이거 최우식이 왜 이렇게 늙었어? 아니 뭐 이렇게 잘못됐네. 어떻게 된 거야?”라고 할 때 터져요.
- 마찬가지로 태민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들도 웃음을 유발해요. 세그웨이를 타고 화려하게 등장하는 장면에서 진지한 표정이라 웃겨요.
= 강찬희_마냥 진지한 연기는 아니지만, 본격적인 코미디라는 생각은 버리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관객은 ‘저 캐릭터는 왜 저러지’ 하면서 웃을 테니까 연기까지 코믹하게 하려 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세그웨이를 타는 사람을 본 적은 없어서 약간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자기 잘난 맛에 도취된 사람을 보는 재미를 좀 살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태민 자신은 진지하고 진실성 있게 행동하고 말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 <메소드연기>란 제목과 가장 맞닿아 있는, 두 배우가 연기한 후반부 신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머리를 풀어헤친 임금이 곤룡포를 입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따라가다가 세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포효합니다. 김무생 배우가 <용의 눈물>에서 보여준 분노, <정도전>에서 유동근 배우가 보여준 포효 장면이 떠올라요.
= 이동휘_그 작품들을 참고했어요. 헌사를 바친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대하사극으로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랐어요. 사극 세트가 있으면 카메라는 그대로 인물들을 담고, 배우들이 연극처럼 앉아서 대화하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칼을 휘두르고 포효하는 모습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TV가 조그마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느꼈거든요. 어떻게 저런 파워와 에너지가 브라운관을 뚫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될까 궁금했어요. 대하사극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게 후배 배우로서 마음이 조금 안 좋았죠. 그분들의 연기를 보고 자란 제가 이 영화에서 헌사를 바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사극을 택했어요. 단순히 이동휘가 사극을 평생 못할 것 같으니 한번 해보자, 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헌사를 보내자는 마음에서 설계된 장면이 맞아요. 그렇다고 저희 영화가 ‘그리하여 그들은 다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는 건 지양하고 싶었어요. 그건 진짜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안타깝게도 극 중 이동휘는 마지막 촬영까지 귀를 붙이고 임금 연기를 해야 하고, 또 아이러니하게 어머니 정복자의 무거운 소식을 들어요. 그 장면에 다다르기 전까지 극 중 이동휘는 홀로 포효하는 대사들을 준비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침내 준비한 대로 연기했지만, 그 모습은 극 중 드라마팀 카메라에 오히려 기록되지 않아요. 이 영화 <메소드연기>를 보러온 관객만 보고 흩어져버리는 마지막 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혹은 감독님하고 대화 끝에 그게 마치 그냥 이동휘의 상상일 수도 있게끔 보여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삶은 늘 기대했던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극 중 이동휘가 완벽한 메소드연기를 펼쳤느냐 하면, 부족하다고 생각되지만 참고하고 공부했던 작품들에서 출발해서 그러한 장면으로 나아간 게 맞아요.
- 선배 배우들에 대한 헌사도 있다고 얘기하셨는데 두분이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 혹은 좋아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묻고 싶었어요.
= 강찬희_옆에서 바로 언급하면 못 믿을 수도 있겠지만 <메소드연기>에서 동휘 선배님의 마지막 신을 진짜 좋아해요. 선배님 앞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신기했어요. 선배님이 걸어와 앉고 정태민의 대사를 받고 마지막 포효하는 연기까지 원테이크로 이어서 촬영됐어요. 호흡이 저렇게 긴데 계속 섬세하게 잇는 컨트롤이 신기했어요. 그 장면에서 극 중 캐릭터 정태민으로 존재했지만, 강찬희로서 선배의 연기를 보고 놀라워하는 모습이 담겼어요. 선배님이 의도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알계인과 이동휘, 극 중 이동휘, 그리고 ‘경화수월’의 임금이 하나가 돼서 감정을 쏟아내거든요. 어떻게 보면 알계인 같고 어떻게 보면 ‘경화수월’의 임금 같고, 또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인 이동휘를 보는 것 같고, 극 중 이동휘 같기도 하고요. 캐릭터들이 합쳐져 있는 게 신기했어요.
= 이동휘 _저는 이 영화를 찍은 보람을 오늘에서야 느꼈습니다! (웃음)
= 강찬희_진심이에요.
= 이동휘_찬희 덕분에 저는 이제 후회가 없습니다. (웃음) 한명의 관객이라도 그렇게 느끼고 알아봐주셨다면요. 이렇게까지 얘기를 해주는 걸 사적으로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 강찬희_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캐릭터들이 왔다 갔다 하고 뒤집히고 또 뒤집히잖아요.
= 이동휘_그렇게 계산하긴 했어요. 아버지의 자리를 탐하는 아들에 대한 ‘경화수월’ 속 임금의 절규지만, 어느 순간 그마저 무너져내리고, 극 중 이동휘가 어머니를 잃음으로써 ‘내가 대체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가’ 하는 데서 오는 절망감, 그리고 인간 이동휘로서의 성장이 한꺼번에 표현돼야 하는 장면이어서 쉽지 않았어요.
= 강찬희_여러 감정들이 섞여 미묘하게 표현되는 복합 감정은 많이 보았지만, 그 장면은 복합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한 장면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떻게 저렇게 하는 걸까 신기했어요.
= 이동휘_아이고 아이고. (스튜디오 벽면에 붙은 화보 사진들을 가리키며) 여기 최민식 선배님 버젓이 계신데, 아닙니다. 창피하지만 목숨 걸고 하긴 했습니다. 연기로 표현하지 못하면 이 영화를 만든 의미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아서 굉장히 무겁게 생각하고 임했어요. 대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찬희가 그렇게 보았다니 너무나 감사하죠.
= 강찬희_나도 나중에 그런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동휘_이런 생각을 가지는 동생이자 후배 배우가 한명이라도 생겼다면 혹은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관객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만든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감사하고 이 영화를 만든 게 후회되지 않네요.

이동휘 배우가 사랑한 <메소드연기> 속 대사
“‘외계인 임금이면 어떻고 임금 외계인이면 어때’라는 엄마 정복자의 대사. 그 대사가 결국은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것 같아요.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삶은 계속 고달프다고 생각해요. 그걸 깨닫지 못하면 계속 괴롭거든요. 인간이기에 불가항력적인 순간들이 찾아오는데 그런 순간을 유연하게 넘길 수 있는 대사여서 좋아해요.”

이동휘 배우가 사랑한 배우의 영화 <더 레슬러>
“캐릭터를 표현한 연기인지 배우의 실제 삶인지 헷갈리는 작품을 만날 때 가슴 아프죠. <메소드연기>를 앞두고 가장 참조했던 작품이 <더 레슬러>예요. 미키 루크가 마지막으로 링에 오를 때의 감정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동휘가 마지막 촬영에 들어가는 장면과 계속 연결해보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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