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왕사남보면서 느낀 건데, 단종 역은 배우 입장에서 진짜 리스크 큰 독이 든 성배 같은 배역임.
일단 17세 소년의 앳된 미성숙함과 뼛속까지 박힌 왕족의 기품이 동시에 보여야 하거든.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절망부터 비통함까지 감정의 밑바닥을 다 훑어야 하고,
호통칠 땐 기백이 넘치다가도 돌아서면 한없이 처연해야 함. 여기에 성군의 총명함까지 깔려야 서사가 완성되는데...
솔직히 기라성 같은 베테랑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바로 연기 구멍 소리 듣기 딱 좋은 자리잖아.
오죽하면 같이 출연한 유해진 배우도 "진짜 어려운 역할"이라고 평했을까 싶음.
만약 소화하기 쉽고 이득만 있는 배역이었다면 배우 본체도 할까 말까 고민조차 안 했겠지.
하지만 그 팽팽한 텐션을 끝까지 안 놓치고 대선배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거 보고 소름 돋았음.
진짜 본인의 연기력을 입증해야 하는 절벽 끝에서 완벽하게 살아 돌아온 느낌임.